체감실업자 정신건강 빨간불…우울군 비율 40.7%

  • 뉴시스
  • 입력 2022년 4월 18일 11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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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유행 이후 실직하거나 구직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의 정신 건강이 계속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 연구팀은 국내 체감실업자 717명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로 인한 실직의 경험과 건강 영향’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기존 실업자 외에 아르바이트 등 시간제 근로를 하면서 추가 취업을 희망하는 경우나 경제활동을 하지 않지만 취업 의지가 있는 경우를 포함하는 ‘체감실업’ 상태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번 조사를 진행했다. 응답자의 28.4%는 코로나19 상황과 관련 있는 실직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에게 주관적 건강 상태에 대해 질문한 결과 ‘나쁘다’는 응답은 코로나19 이전 15.2%에서 현재 41.7%로 급등했다. 응답자의 주관적 건강 수준 평균은 코로나19 이전 4.48점에서 현재 3.78점으로 0.70점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에 비해 주관적 건강 상태가 크게 낮아진 집단에 대한 분석 결과 실직이 코로나19와 관련이 있는 경우 주관적 건강이 나쁘다는 응답은 0.96점 하락(4.59→3.63)했다. 실직이 코로나19와 관련이 없는 경우(4.40→3.81)보다 하락폭이 컸다.

체감실업자들의 정신건강도 우려되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울분장애 자가측정도구’(Post Traumatic Embitterment Disorder, PTED)’ 19개 문항을 사용해 산출한 체감실업자의 울분 평균 점수는 1.87점으로 전국민 조사(1.75점)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울분 수준은 ‘이상없음(1.6점 미만)’, ‘지속되는 울분(1.6점 이상-2.5점 미만)’, ‘심한 울분’ (2.5점 이상)’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체감 실업자 중 ‘심한 울분’ 집단은 전체의 18.6%로 전국민 조사(2020년 11.90%, 2021년 13.9%)에 비해 크게 높았다. ‘지속되는 울분’ 집단은 44.8%에 달했다.

‘자가보고형 우울척도(PHQ-9)’ 9개 문항을 활용해 지난 2주 간의 우울수준을 파악한 결과 체감실업자의 평균은 9.14점, ‘우울증 수준(10점 이상)’ 비율은 40.7%였다. 이는 일반인 대상 조사(평균 6.79점, 우울증 수준 비율 25.1%)에 비해 훨씬 높은 수치다.

우울 점수는 ▲여성(9.74점) ▲30대(10.89점) ▲월평균 가구소득 300만원 미만 저소득자(10.10점) ▲고졸 이하 저학력자(10.33점) ▲4번 이상 다빈도 실직(10.14점) ▲실직이 코로나19와 관련 있음(10.22점) ▲직장의 휴업·폐업·파산으로 실직(13.99점)의 경우에 높게 나타났다.

‘극단적 선택’에 대한 조사 결과 전체의 30.5%는 지난 1년 간 심각하게 극단적 선택을 생각해본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체의 11.6%는 극단적 선택을 계획했고, 6.3%는 시도해 본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극단적 선택에 대한 생각은 ▲여성(0.61점) ▲30대(0.60점) ▲월평균 가구소득 300만원 미만 저소득자(0.60점) ▲고졸 이하 저학력자(0.70점) ▲이전 직업 전업주부(1.04점) ▲판매·영업·서비스직(0.80점) ▲4번 이상 다빈도 실직(0.58점) ▲실직이 코로나19와 관련 있음(0.63점) ▲직장의 휴업·폐업·파산으로 실직(0.88점) 등의 집단에서 높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체감실업자 등 취약 계층의 정신 건강 회복을 위한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유 교수는 “체감실업자들은 현재의 실업 상태와 앞으로의 일자리 전망에 대해 높은 부담과 구직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고, 현재의 실업과 구직 상황에 대해서 낮은 통제감을 드러냈다”며 “또한 삶의 만족도나 주관적 건강상태 인식 등 웰빙 인식이 코로나19 이전보다 상당히 저하되거나 악화된 것이 확인됐다. 이에 비해 주변에서 도움을 구하고 받을 수 있는 지지 자원은 일반인 대상의 조사 대비 부족한 현황도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유 교수는 “이번 조사 결과는 2년 넘게 지속된 코로나19 팬데믹은 사회 취약층에게 더욱 가혹하고, 그런 만큼 이들에게는 더 적극적이고 장기적인 회복 지원이 필요하다는 문헌과 전문가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생각된다”며 “앞으로 체감실업자의 고용 촉진과 더불어 정신건강의 회복을 도울 실질적인 방안이 조속히 마련돼 제공되도록 사회적 이해와 공감대가 높아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번 조사는 3월 11일부터 3월 20일까지 국내 체감실업자 성인 남녀 717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응답 자료의 표집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최대허용 ±3.5%포인트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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