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력 진화 헬기 초대형으로 바꾸고 ‘산불에 강한 산림’ 조성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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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청, 산불 대응 개선대책 발표

경북 울진·강원 삼척 대형 산불이 진화된 지 20일째 되는 1일 경북 울진군 울진읍 호월리 한 야산의 시커멓게 타버린 잿더미 사이로 진달래가 활짝 피었다. 울진=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경북 울진·강원 삼척 대형 산불이 진화된 지 20일째 되는 1일 경북 울진군 울진읍 호월리 한 야산의 시커멓게 타버린 잿더미 사이로 진달래가 활짝 피었다. 울진=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1일 경북 울진군 죽변면의 한 야산. 울진·삼척 산불이 꺼진 지 20일째 된 현장의 불에 탄 나뭇가지 사이로 진달래 몇 송이가 영롱히 피어올랐다. 이름 모를 작은 식물들도 시커먼 잿더미 사이에서 새싹을 움트며 조금씩 초록빛을 물들여가고 있었다.

이번 산불은 온 국민의 가슴을 타들어 가게 했다. 지난해 겨울부터 이어진 가뭄과 강풍, 험악한 산악지형 탓에 산림청은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고, 역대 최장인 213시간 43분 동안 산림 2만923ha(서울 면적의 약 35%)가 타고 나서야 산불은 꺼졌다. 화마(火魔)가 휩쓸고 간 곳에는 시커먼 폐허만 남았다.

그러나 잿더미 속에서도 새 생명은 움트고, 들꽃이 피어나고 있다. 산림청도 지난달 31일 ‘2022년 경북·강원 대형 산불 시사점 분석 및 개선대책’을 발표하고 산불 대응 역량을 업그레이드하겠다고 약속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진달래의 꽃말은 ‘사랑의 기쁨’”이라며 “국민들이 애틋한 사랑을 보내주신다면 다시 우거진 숲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초대형 산불진화헬기 확대 추진
일단 산림청은 ‘초대형 산불’ 개념을 도입해 울진·삼척 산불 같은 대형 산불에 대응하기로 했다. 산불 현장지휘본부장에게는 진화 자원을 동원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특히 산불을 초기에 진화할 수 있도록 초대형 산불진화헬기를 늘릴 방침이다. 산림청 측은 “주력 진화 헬기를 초대형으로 전환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산림청은 47대의 산불진화헬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초대형 헬기는 6대에 불과하다. 산림청이 보유한 헬기 대부분은 강풍이 불 때나 야간에 활용할 수 없어 대형 산불 대응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번 산불 때 산림청을 포함해 지방자치단체, 소방청, 경찰청, 군 등에서 총 821대의 헬기가 투입됐지만 초대형 헬기가 부족하고 진화 인력의 피로가 누적되면서 실제 가동률은 절반에 그쳤다. 초대형 헬기의 물 적재량은 8000L로 대형 헬기(2000∼3000L)와 중소형 헬기(1000L 미만)보다 많아 대형 산불 진화에 효과적이다.

산림청은 산불진화차량도 2027년까지 대형 및 고성능으로 교체하기로 했고, 지자체로부터 빌려 운영하는 헬기도 내년부터 중·대형으로 교체하자는 의견을 적극 개진하기로 했다.

산림청은 또 산불재난특수진화대의 규모를 확대하고, 처우도 대폭 개선할 계획이다. 특수진화대는 비공무원(공무직 또는 계약직)으로 일하며 초과 근로수당을 받지 못하는 등 처우가 열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달 28일 열린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산림청 업무보고에서도 특수진화대의 처우 개선 문제가 비중 있게 다뤄졌다.
○ 내화수림대 등 산불 방지 기반 확충
산림청은 산불 방지 기반 시설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국가기반시설과 문화재, 주택 인접지를 중심으로 ‘산불 예방 숲 가꾸기 사업’을 2배가량 확대하고, 불에 강한 내화(耐火)수림대도 확충하기로 했다. 숲 가꾸기란 강한 바람에 불똥이 날아가 새 산불을 만드는 ‘비화(飛火)’ 현상을 막기 위해 솎아베기, 가지치기, 산물수집 등으로 숲을 가꾸는 것을 뜻한다.

산불 위험을 낮추고 확산을 억제하는 내화수림대도 연간 350ha 규모로 조성한다. 주요 시설물이나 대형 산불 피해 복구 대상지 등에 띠 모양으로 내화수목을 심어 산불 확산을 차단하는 숲을 조성한다. 내화수목은 굴참나무, 느티나무, 은행나무, 떡갈나무, 물푸레나무 등이 대표적이다. 기존 숲을 산불에 강한 숲으로 개선하는 작업도 같이 진행된다.

현재 157km에 불과한 산림 내 임도(林道)는 2030년까지 6357km로 확충된다. 임도는 산불 발생 시 방화선 역할을 하고, 진화 차량이 신속하게 화선(火線)까지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 산림청 관계자는 “울진 산불에서 금강송 군락지를 막을 수 있었던 것 역시 2년 전 조성된 임도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산불 발생 시 진화 헬기가 물을 뜰 수 있도록 담수 기능을 갖춘 사방댐도 2027년까지 63곳을 추가로 설치할 방침이다.
○ 응급복구와 항구복구 병행 추진
산림청은 울진·삼척 산불 피해지 복구는 2차 피해 예방을 위한 응급복구와 산림생태계 회복 목적의 항구복구로 나눠서 실시한다는 구상이다.

응급복구는 집중호우가 발생할 경우 토양 유실 등 2차 피해가 우려되는 지역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산림청은 이런 지역의 산사태 예방 사업을 장마가 시작되는 6월 전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또 생활권 주변 지역 1118ha의 나무는 일단 베어내고, 내년부터 약 1만8000ha를 대상으로 조림 사업을 단계적으로 벌여 나갈 계획이다.

항구복구는 자연의 복원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복구 방식이다. 산불이 난 지역 대부분은 산세가 험하고 활엽수를 심기에는 토양 여건이 좋지 않다. 이에 전문가들은 “가능한 한 자연 복원을 강구해야 한다”고 조언했고, 산림청은 이를 적극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동안은 인공조림에 의존해 왔지만, 이번에는 식생 조건에 따른 자연 복원 여부를 조사하고, 인공조림이 필요한 곳을 세밀하게 분류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국립산림과학원은 “지름 44cm의 소나무가 지표면에서 2m 아래까지만 그을렸다면 생존율이 90%가 넘는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산불 피해를 본 나무를 전부 자르지 않고, 자연 복원을 유도해도 산림 복원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임상섭 산림청 산림보호국장은 “생태적 가치가 높은 지역은 지역 주민, 전문가, 시민단체의 의견을 반영해 복원 전략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대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산림청#산불진화헬기 확대#내화수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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