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히 검사했나 생각까지…” 등교중지 학생 수업 결손·수행평가 공정성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1일 14시 22분


코멘트
올해 첫 고등학교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시행된 24일 오전 한 고등학교 교실 자리가 비어있다.  2022.3.24/뉴스1 © News1
올해 첫 고등학교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시행된 24일 오전 한 고등학교 교실 자리가 비어있다. 2022.3.24/뉴스1 © News1
학부모 A 씨는 최근 고등학생 자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확진되자 학교 수업을 하나도 못 듣는데 대한 걱정이 컸다. 고등학교 1학년이라 성적이 대학입시에 직결돼 중요한데 중간고사가 얼마 안 남은 시점에서 1주일이나 수업을 날리는 게 두려운 것. 일부 교사는 수업 시간에 활용한 자료를 구글 클래스룸에 올려줬지만 그냥 내버려두는 교사가 더 많았다. A 씨는 “코로나19가 3년째인데 등교중지 학생에게 실시간 수업 제공이 아직 안 된다”며 “오죽하면 괜히 검사해서 양성 판정 받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등교중지 학생이 여전히 많은 가운데 중간고사가 이달 진행되면서 수업 결손과 수행평가 공정성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확진자가 이렇게 많지도 않았고 교육부 방침에 따라 등교수업과 원격수업이 반 단위로 진행돼 문제없었지만, 올해는 등교수업 위주로 돌아가는 가운데 확진자가 늘어 못 나오는 학생만 손해를 보게 된다.
●등교중지 학생 대체학습 결손 우려
학부모들은 등교중지 기간에 못 들은 수업을 보충할 수 없다는 데 가장 불만이다. 교육부는 올해 1학기 시작 전에 ‘등교가 어려운 학생의 학습권 보호를 위해 실시간 쌍방향 수업 등의 방식으로 대체학습을 내실화 해달라’고 학교들에 당부했지만, 대다수 학교들은 어렵다고 토로한다.

지방의 B고 교사는 “지금은 등교수업 위주로 진행되고 교사들도 확진돼 건강상 어려움을 겪다보니 등교수업 신경 쓰기도 바빠서 등교중지 학생을 챙겨주기가 어렵다”며 “몇몇 학생만을 위해서 따로 교사가 매번 카메라 설치하고 연결해서 보여주는 게 번거롭다”고 말했다. 서울의 C고 교감은 “학생들이 선택과목마다 옮겨 다녀 실시간 중계는 어렵다”며 “확진 학생들이 아픈 경우 (실시간으로) 공부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결국 등교중지 학생을 위한 대체학습 방식은 교사마다 천차만별이다. 교장이나 교감조차 “학생들 수업 결손이 없도록 최대한 신경 써달라”고 권고할 뿐 강제할 수 없다고 한다. 서울 D고 교사는 “학교 원칙은 보충수업을 꼭 잡아주라는 거지만, 오늘 수업한 내용에 해당하는 EBS 강의를 올려주거나 (정리된) 프린트를 올려주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아무 것도 안 해주는 교사도 있다”며 “담임이 교실 뒤에 노트북 하나를 설치해 등교중지 학생들이 볼 수 있게 1~7교시까지 줌으로 연결한 반도 있는데 동료교사가 부담스럽다고 동의하지 않으면 불가능해 매우 드문 케이스”라고 전했다.

일부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노트북이나 휴대전화로 수업 장면을 촬영해 등교중지 친구들에게 공유해주는 자구책을 마련했다. 최진규 충남 서령고 교사는 “어떤 반에 들어갔더니 반장이 노트북이 칠판을 비추도록 해서 줌을 연결해 놨더라”며 “성적에 민감해 경쟁할 수 있는데 서로 도와주고 같이 성장하려는 것 같아 칭찬했다”고 말했다.

중간고사가 이달 중순부터 시작되는 만큼 학교는 문제 출제가 한창이다. “우리 애가 못 나가는 동안 배운 데서 시험 문제가 많이 나오면 어떡하냐”는 학부모 항의 전화를 받는 학교도 다수다. 하지만 확진자가 워낙 많아 모든 학생이 출석하는 날을 찾을 수가 없는 만큼 출제할 때 이를 고려할 수도 없다. 서울 E고 교사는 “학부모들 전화가 많이 와서 출제하며 걱정이 많다”며 “특정 교사가 가르친 내용보다 혼자서 공부해도 풀 수 있는 보편적인 문제를 낼 예정”이라고 했다.
●수행평가 시기와 공정성도 문제
중간고사 전까지 진행 중인 수행평가를 두고도 학교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등교중지 학생이 한 반에서도 여러 명이라 공정성을 위해 한 날 한 시에 실시해야 하는 수행평가의 대원칙을 지킬 수가 없다. 교육당국에서 수행평가 확대를 강조해 모든 과목에 수행평가가 있어서 등교중지 학생이 복귀한 뒤 별도로 평가 시간을 마련하는 것도 큰 문제다. 방과 후에 남겨서 봐야 하는데 학생은 학원에 가야 한다는 이유로, 교사는 근무 시간 초과를 우려하며 부담스러워 한다.

공정성도 논란거리다. 서울 E고 교사는 “수행평가를 한번 실시하면 어떤 문제인지 공개되니 나중에 보는 학생이 유리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결국 잘했느냐 못했느냐를 평가하지 않고 참여하면 점수를 주는 식의 수행평가를 할 수밖에 없는데 이 역시 뒤에 보는 학생이 이득을 볼 수 있어 학부모 누구라도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면 할 말이 없다”고 전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