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담배 더 많이·더 빠르게 핀다…연기 흡입량 국제표준의 3배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8일 15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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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궐련 흡연자 흡연 습성 인포그래픽(질병관리청 제공)© 뉴스1
우리나라 궐련 흡연자 흡연 습성 인포그래픽(질병관리청 제공)© 뉴스1
국내 흡연자가 담배 한 개비를 피울 때 들이마시는 연기의 양이 국제 표준에 비해 3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표준이란 담뱃갑에 표기되는 타르, 니코틴 함량을 측정할 때 쓰는 시험 조건(ISO3308)을 뜻한다.

국제 표준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담배 1개비를 피울 때 들이마시는 연기의 양은 455mL다. 8일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2020년 한국인 궐련 담배 흡연 습성 및 행태 조사에 따르면 한국 흡연자의 흡입량은 1441mL에 이른다. 니코틴과 타르 등 유독 물질 함량이 똑같은 담배 한 개비를 피운다고 가정했을 때, 한국 흡연자는 해외 표준에 비해 3배 이상 많은 유독물질에 노출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격차는 흡연 습관 차이에서 나온다. 똑같이 담배 한 개비를 피우더라도 한국인은 다른 나라 사람에 비해 더 여러 차례, 더 많은 연기를 들이마시는 습관을 갖고 있다. 국제 표준에 따르면 담배 한 개비를 피울 때 연기를 흡입하는 횟수는 13회인 반면 한국인은 평균 20.4회였다. 한 번 흡입할 때 들이마시는 연기의 양(73mL)도 국제 표준(35mL)에 비해 2배 이상 많았다.

담배 연기 흡입 간격의 차이도 컸다. 한국인은 한 번 연기를 흡입한 뒤 다시 흡입할 때까지 평균 간격이 9.1초에 불과했다. 해외 평균은 60초였다. 다른 나라 사람이 담배 연기를 한 번 빨아들일 시간에 한국인은 6번 이상 빨아들인다는 것이다.

한편 한국인의 흡연 습관은 점점 더 나빠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조사에서 한국인의 담배 한 개비당 총 흡입량은 970mL였지만, 2020년엔 50% 가까이 늘었다. 또 고령자의 흡연 습관이 젊은층에 비해 더 나쁜 것으로 나왔다. 60대 흡연자의 경우 한 개비당 흡연 시간이 평균 46초 길고, 하루에 담배 연기를 흡입하는 횟수도 56회 더 많았다.

일각에선 한국인들이 외국에 비해 타르, 니코틴 함량이 낮은 담배를 주로 소비하기 때문에 이런 흡연습관 차이가 생긴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질병청 관계자는 “세계보건기구(WHO) 등은 니코틴과 타르 함량이 낮은 담배라고 해서 몸에 덜 해로운 것이 아니라는 연구 결과를 내놓고 있다”며 “이른바 ‘순한 담배’를 피운다고 해서 안심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지운기자 ea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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