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의료인력 모두 힘든 재택치료…“근본적 해결 필요”

  • 뉴시스
  • 입력 2021년 12월 26일 07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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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환자 재택 치료를 기본 원칙으로 하는 특별방역대책이 시행된지 한 달 가까이 지났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혼선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의료진의 환자 관리나 재택치료 키트 등 물자 전달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환자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중증도가 높아 입원 치료가 필요한데도 병상이 없어 집에서 대기하고 있는 환자도 적지 않다.

의료진들의 업무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입원 환자를 관리하기에도 부족한 인력으로 재택치료 환자까지 담당하다보니 의료진들의 피로가 누적되고 있다는 것이다. 재택치료 환자는 비대면으로 접할 수밖에 없지만 세심하게 환자를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 관악구에 거주하며 코로나19 재택치료를 받은 김모(23)씨는 23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본인의 재택치료 경험을 전했다. 김씨는 재택치료 과정에서 “(코로나 대응 등)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매 순간 실감했다”고 전했다.

그는 “확진 당일에 공무원이 전화를 통해 ‘지금 너무 많은 확진자가 나오고 있어서 다음날 오후에 의료진으로부터 연락이 갈 수 있다’고 전해줬다”며 “확진 다음날 재택치료 키트를 받기 전까지는 집에 있던 약으로 버텨야 했다”고 말했다.

또 “병원 측에 내 정보가 전달돼야 ‘생활치료센터’ 어플리케이션(앱)에 접속할 수 있는데 정보 전달이 늦어져 확진 직후 이틀 정도 앱에 접속이 되지 않았다. 불안했다”며 “다행히 이후 의료진과 통화는 매일 했지만 시간이 규칙적이지 않아 아쉬웠다”고 털어놨다.

김씨처럼 코로나19에 확진되 뒤 재택치료를 받는 환자는 23일 기준 3만3166명이다. 재택치료 원칙을 발표한 지난달 29일 8990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3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이 중 중증도가 높아 입원 치료가 필요한데도 병상이 없어 재택치료를 하고 있는 환자들도 있다. 24일 기준 하루 이상 입원 대기하고 있는 환자는 208명으로 집계됐다.

지자체에서는 빠르게 늘어나는 재택치료자에 대응하기 위해 대책을 내놓고 있다. 서울 금천구는 21일부터 재택치료자의 가족이 머무를 수 있는 ‘안심숙소’를 지역 내 호텔과 협력해 마련했고, 서울 관악구는 20일부터 재택치료 지원 전담인력을 기존 18명에서 56명으로 확대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근무하는 의료인들은 여전히 인력 충원이 시급하다는 점을 호소하고 있다.

김정은 서남병원 간호사는 23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재택치료 방안을 지난달 29일에 발표했는데 저희 병원에는 1일부터 (재택치료 관리를) 하라고 통보됐다”며 “사람을 새로 뽑으려면 최소 두 달은 걸리고 트레이닝도 해야 하니, 어쩔 수 없이 기존 인력에서 뽑아 온 16명이 매일 300여명의 환자들을 상대한다”고 호소했다.

김 간호사는 “업무는 자꾸 늘어나고, 사람은 더 필요한데 그런 부분이 안 되고 있다”며 “재택치료 환자 명단을 관리하는 원무과 직원 한 명은 재택치료가 시작된 뒤로 14일 연속으로 출근하기도 했다”고도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혼선을 줄이기 위해 추가적인 지원과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재택치료 하는 기관들이나 인력이 아직 숙련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는데 (재택치료를) 성급하게 확대했다”며 “재택치료는 지금보다 더 신중하게 해야 하고, 병상을 더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재택치료에 우선순위가 없어 무조건 대기하다 사망자가 되기도 한다”며 “나이, 기저질환 여부 등 재택치료 대상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을 분류할 체계적인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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