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에 얼어붙은 ‘배달 특수’…“날씨까지 안 받쳐줘” 자영업자 분통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19일 16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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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뉴스1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뉴스1

“거리두기 강화로 배달 주문이 엄청 늘거라 생각해 재료를 있는대로 준비했는데… 폭설 때문에 주문이 들어오지도 않고 일찍 문 닫고 집에 들어갈까 생각해요.”

18일 서울 강서구에서 국밥집을 운영하는 김모 씨(63)는 “가뜩이나 코로나로 힘든데 날씨까지 안 받쳐주니 어디에 하소연할지 모르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김 씨는 오후 3시에 내리는 눈을 보고 ‘이미 오늘 팔 물량을 모두 준비했는데 정말 큰일 났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실제로 눈이 오기 시작한 지 30분도 안 돼 배달 대행이 모두 끊겼다.

김 씨는 “지난주 토요일엔 배달을 80건 정도 했는데 오늘은 눈 오기 전에 했던 25건이 전부”라며 “오늘이 거리두기 강화 첫 날이니 배달 주문이 엄청 늘거라 생각하고 밥솥도 있는대로 꺼내 밥을 잔뜩 준비해뒀는데, 주문은 들어오지도 않고 눈이 와서 길가에도 사람이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 폭설로 물거품 된 ‘배달 특수’
18일부터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과 함께 폭설이 내리면서 자영업자들은 이중고를 겪었다. 사적모임 가능 인원이 4명으로 축소되고 실내 다중이용시설의 운영시간이 오후 9시로 제한된 데다 자영업자들이 기대했던 ‘배달 특수’까지 폭설로 물거품이 된 것이다.

서울 동작구에서 족발집을 운영하는 박모 씨(38)는 “오늘 오픈 이후 5시간동안 주문이 6개가 들어왔다. 지난주에는 한 시간이면 들어오던 양”이라고 설명했다. 박 씨는 “거리두기 강화로 홀에 손님이 줄더라도 배달 주문량으로 손해를 메꿀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오픈했는데 눈이 와 배달도 확 끊겼다”며 “들어온 배달 주문이 한 개도 없고, 홀에는 손님이 한 팀 뿐이다. 정말 답이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도 “폭설 때문에 배달이 모두 닫았다. 전부 다 ‘준비중’이라고 뜬다”는 글이 다수 올라오기도 했다. 서울 마포구에서 활동하는 오토바이 배달기사 김모 씨(32)는 “폭설이라 일을 못하겠다고 생각해서 일을 쉬다가 오후 6시쯤부터는 다시 눈이 그친듯해 도보로라도 배달 일을 하러 나왔다”고 말했다.

폭설로 인해 길거리가 얼어붙으면서 배달은 19일 오전까지도 대부분 중단됐다. 서울 관악구의 음식점 사장 김춘자 씨(70)는 “눈 오기 시작한 어제 오후 3시부터 배달이 막혀 지금까지도 배달대행업체가 일을 하지 않는다”며 “길이 얼다보니 배달 앱에서는 일부 지역만 배달이 잡혀 오늘(19일) 배달을 딱 1건 했다”고 했다. 원래 김 씨의 매장은 주말이면 하루 평균 15건 이상은 배달을 하던 곳이었다. 김 씨는 “방역지원금 100만 원을 받더라도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 ‘9시 제한’에 아쉬워하는 시민들
18일 오후 9시30분 광주 서구 상무지구 일원의 술집과 식당, 노래방에 불이 꺼진 모습이다. 뉴스1
18일 오후 9시30분 광주 서구 상무지구 일원의 술집과 식당, 노래방에 불이 꺼진 모습이다. 뉴스1
이날 오후 9시경 서울 마포구 연남동 거리에는 영업시간 제한으로 인근 식당, 술집 등에서 우르르 쏟아져 나온 사람들로 거리가 붐볐다. 식당 직원들은 “9시라 나가주셔야 한다”고 안내했고, 손님들은 “아쉽다”면서 하나 둘 가게를 나섰다. 서울 마포구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사장 A 씨(40)는 “들어온지 몇 분 안 된 손님들께 나가시라고 해야 하니, 손님도 아쉽고 저희는 더 아쉬운 상황”이라고 했다.

갈 곳을 잃은 시민들은 영업이 제한되지 않은 무인 포토부스에 몰려 줄이 약 30명가량 이어지는 모습도 포착됐다. 인근 술집을 찾았던 대학생 한민석 씨(23)는 “이렇게 거리로 쏟아져 나온 수천 명의 사람들이 한 번에 지하철로 몰리거나 포토부스로 향해 마스크를 벗고 사진을 찍는 게 더 방역위험이 있을 것 같다”며 “주변 친구들은 자취방에서 모인다고 하던데, 모일 사람들은 따로 모여서 노는 분위기인 듯하다”고 했다.
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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