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게임’ 오세훈-시의회 예산전쟁…타협점 찾나, 파국 치닫나

  • 뉴스1
  • 입력 2021년 12월 3일 10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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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대 규모인 44조원의 내년도 서울시 예산안을 놓고 오세훈 서울시장과 서울시의회가 정면 충돌하고 있다. 극명한 입장 차로 평행선을 달리면서 10년 전 사태가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3일 서울시와 시의회에 따르면 이날부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심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시교육청 심사를 진행한 뒤 서울시 예산안 심사는 6~8일 사흘간 집중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오세훈 ‘바로세우기’에 민주당 시의회, 오세훈표 예산 줄삭감

오세훈 서울시장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03회 서울특별시의회 정례회 제2차 본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1.11.16/뉴스1 © News1
오세훈 서울시장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03회 서울특별시의회 정례회 제2차 본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1.11.16/뉴스1 © News1
오 시장은 내년도 예산안을 44조원 편성하며 ‘서울 바로세우기’ 명목으로 민간위탁·보조금 사업 등 시민단체 관련 예산 1788억원 중 절반에 가까운 832억원을 삭감했다. 또 TBS에 지급하던 출연금도 올해의 3분의1 수준인 123억원 깎았다.

그러자 시의회는 상임위원회 예비 심사 단계에서 오세훈표 사업 예산을 대거 삭감하고, 삭감한 예산을 증액 요구하며 반격에 나섰다. 시의회는 110석 중 99석을 더불어민주당이 차지하고 있다.

오 시장 공약사업인 Δ지천 르네상스 32억원 Δ안심소득 74억원 Δ서울형 헬스케어 60억원 Δ서울런 167억원 Δ영테크 15억원 Δ청년 대중교통 요금 지원 152억원 Δ메타버스 서울 추진 사업 30억원을 전액 삭감했다.

청년취업사관학교 예산도 172억원 중 70억원을 깎았다. 서울시 비상금인 통합기금도 5000억원 이상 대폭 삭감했다.

반면 TBS 출연금은 삭감액인 123억원보다 오히려 13억원 더 증액 요구하고, 마을공동체 사업 예산을 28억원에서 40억원으로 증액했다. 서울형 혁신교육지구 지원사업도 서울시가 절반으로 줄였지만, 시의회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요구대로 전년도 수준인 125억원으로 되돌렸다.

◇예결위 심사로 접점 찾을까…강대강 대립 ‘난항’ 전망

오는 6일부터 본격 시작되는 예결위 심사 단계에서 협상을 통해 삭감된 예산을 복원할 수 있지만, 쉽지 않을 전망이다.

김호평 예결위원장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오 시장의 공약 사업이라 예산을 깎은 게 아니라 문제가 되니 깎은 것”이라며 “오 시장 본인 공약 사업만 시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김 위원장은 “서울시가 예산 편성 과정에서 시의회와 상의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도 의지를 반영할 수 있는 것은 삭감 밖에 없었다”며 “예결위 심사 단계에서 협상 여지는 집행부 의지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서울시 관계자는 “시의회가 바로세우기 명목으로 삭감한 예산을 다시 되돌려놓고, 현장 반응이 좋거나 아직 시작도 안 한 사업 예산을 오 시장 대표 공약이라는 이유만으로 모조리 삭감했다”며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서울시는 사업 예산 확보를 위해 ‘바로세우기’ 의지를 꺾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신규 사업을 진행하는데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 등 제약이 많은 상황에서 예산 확보를 위해 무리하게 물러설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시의회가 예산 삭감 의지를 거두지 않을 경우 내년 6월 지방선거를 통해 오 시장이 재선에 성공하고, 시의회도 새로 꾸려진 뒤에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새로 편성해야 한다.

◇10년 전에도 서울시 ‘부동의’ 예산 시의회 통과…市, 집행 거부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과 오세훈 서울시장. 2021.5.7/뉴스1 © News1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과 오세훈 서울시장. 2021.5.7/뉴스1 © News1
서울시와 시의회가 강대강 대립을 이어가면서 2010년 예산안 사태가 반복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2010년에도 시의회가 ‘부동의’ 예산을 통과시키고, 시의회가 통과시킨 예산을 집행부가 집행 거부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바 있다.

당시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점쳐졌으나 현실화되진 않았다. 서울시가 대법원 제소를 하기 위해서는 의회 예산안 의결이 부당하고 재의를 요구하고, 시의회가 이를 거부한 뒤 과반수 출석·3분의 2 찬성으로 원안을 재의결하는 과정이 있어야 하는데 재의결을 하지 않고 버틴 것이다.

한 민주당 시의원은 “시의회가 예산을 증액해도 시장이 집행 안하고 재의를 요구할 수 있는데 시의회가 재심의하지 않고 버티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될 새 시장이 집행하게 된다”며 “2010년 무상급식 사태 당시에도 시가 예산을 부동의했는데 그대로 뒀다가 박원순 전 시장이 와서 시행했다”고 전했다.

올해 안에 예산안 의결이 안 되고 해를 넘기게 될 경우 준예산(準豫算) 체제가 되지만, 시의회와 서울시 모두 준예산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준예산은 예산이 법정기간 내에 성립하지 못한 경우 일정한 범위 내에서 전 회계연도 예산에 준해 집행하는 것을 말한다.

서울시와 시의회 모두 이번 예산 전쟁의 피해는 시민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점을 공감하는 만큼 최악의 사태는 면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서울시 예산 실무 담당자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지 않게 접점을 찾기 위해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시의원도 “예산 미집행 사태까지 되면 서로 손해이고, 시민들만 피곤해진다”며 “양측 모두 고집 피우지 말고 절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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