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기간 종료 후 아이 돌려보내지 않은 아빠…대법 “미성년자 약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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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9월 9일 10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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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경© 뉴스1
대법원 전경© 뉴스1
부모 중 한 사람이 배우자의 보호 하에서 평온하게 지내고 있던 아이를 면접교섭 기간 종료 후에도 계속 양육할 목적으로 돌려보내지 않았다면 미성년자 약취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9일 미성년자 유인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미성년자 약취 혐의를 인정하고 징역 1년의 선고를 유예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미성년자를 보호·감독하는 사람이라도 다른 보호감독자의 보호·양육권을 침해하거나 자신의 보호·양육권을 남용해 미성년자의 이익을 침해하는 때에는 미성년자 약취죄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모가 이혼했거나 별거한 상황에서 미성년 자녀가 평온하게 양육되고 있는데 상대방 부모가 폭행, 협박 또는 불법적인 사실상의 힘으로 그 보호·양육 상태를 깨뜨리고 자녀를 자기 또는 제3자의 사실상 지배 하에 옮기면 미성년자 약취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배우자가 면접교섭권을 행사하기 위해 자녀를 적법하게 데리고 갔다가 기간 종료 후에도 데려다주지 않는다고 해서 항상 미성년자 약취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그러나 A씨는 피해아동을 기존의 보호관계로부터 이탈시켜 자신의 지배 하에 두기위한 목적으로 아동의 반환을 거부한 것으로 보이고 당시 만 5세였던 피해아동은 A씨가 데려다주지 않으면 프랑스로 갈 수 없었던 점, 자녀의 복리를 최우선으로 고려한 가정법원의 결정을 위반한 점을 종합하면 A씨의 행위는 미성년자 약취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A씨는 프랑스인 B씨와 이혼소송 중 프랑스 법원의 결정에 따른 면접교섭권을 행사하기 위해 프랑스에서 B씨와 함께 생활하던 딸 C양(당시 5세)을 2014년 7월5일 한국으로 데려왔다.

A씨는 한 달 후인 8월6일까지 프랑스로 데려다주기로 했지만 이를 어기고 B씨와의 연락을 끊어버렸다.

B씨는 한국 법원에 C양의 친권자 및 양육자 지정, 인도를 청구했고 법원은 2016년 7월 아동의 양육자를 B씨로 지정하고 아동의 인도를 명하는 심판을 했다. 또 화상통화와 면접교섭을 위한 사전처분 신청도 인용했으나 A씨가 협조하지 않아 B씨는 C양과 매우 제한적으로만 연락을 주고 받을 수 있었다.

2016년 4월 프랑스 법원은 A씨의 일방적 귀책사유로 이혼을 선언하고 친권자 및 양육자로 B씨를 지정했다.

이후 C양을 데려가기 위한 적법한 집행시도가 이뤄졌으나 이미 프랑스어를 잊어버리고 한국 생활에 익숙해진 C양이 거부하면서 실패했다.

1심 재판부는 “미성년자 유인죄가 인정되려면 미성년자를 ‘기망’했다는 것이 인정돼야 하는데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미성년자 유인죄는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피고인의 행위는 B씨의 보호·양육권을 현저히 침해하는 것”이라며 “비록 피고인이 면접교섭권을 행사해 아동을 프랑스에서 한국으로 적법하게 데려왔더라도 이후 아동을 돌려보내지 않은 것은 사실상 힘을 사용해 아동을 지배 하에 둔 것”이라며 미성년자 약취죄를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도 A씨의 미성년자 약취 혐의롤 유죄로 봤다. 다만 A씨가 2심 진행 중 아동을 친모 B씨에게 돌려보낸 점 등을 고려해 A씨에게 징역 1년의 선고를 유예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고 봐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부모 중 일방이 면접교섭권 행사를 위해 적법하게 미성년 자녀를 데리고 갔다가 기간 종료 후 상대방에게 데려다 주지 않은 ‘부작위’의 경우에도 행위자의 목적과 의도, 행위 당시 정황과 피해자의 상태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할 때 약취행위와 같은 정도로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는 형법상 미성년자 약취죄를 구성한다고 판단했다”며 “부작위에 의한 미성년자 약취를 인정한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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