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태만]코로나 백신 개발을 위한 특허 전략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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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초기 우리는 ‘K방역’을 통해 세계 각국의 부러움을 사며 국격을 높였다. 이제는 코로나19 백신 확보가 중요해졌다. 최근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방식의 백신을 보유한 제약사들이 가격을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국가 간 백신 접종률 불균형, 경제 불평등으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정부는 6월부터 글로벌 백신 허브로의 도약을 목표로 ‘글로벌 백신 허브화 TF’를 운영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 국산 1호 코로나19 백신 상용화와 2025년까지 글로벌 백신시장 세계 5위 달성을 목표로 향후 5년간 총 2조2000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RNA바이러스 백신 관련 전 세계 특허 2336건 중 우리 기업, 연구소의 특허는 106건으로 4.5%에 불과하다. 코로나19 백신의 주류라고 할 수 있는 mRNA 백신 관련 특허는 6건밖에 되지 않는다.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백신 등 바이오 분야는 천문학적인 비용과 연구역량의 축적이 필요한 분야다. 조속한 백신 국산화를 달성하고 백신 허브 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선 특단의 전략이 필요하다.

이러한 특단의 전략을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국산화 대책에 시도한 바 있으니 이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2019년 일본 수출 규제 발표 시 우리가 당면했던 상황도 비슷했다. 규제 대상(3대) 품목 특허 분석 결과 포토레지스트는 전 세계 특허의 65%를, 폴리이미드는 55%, 불화수소는 33%를 일본 기업이 선점하고 있었다. 우리가 소부장 국산화에 성공하기 위해선 두 가지 허들을 동시에 넘어야 했다. 소부장 수준의 기술 확보 및 확보한 기술이 기존의 특허망에 걸리지 않도록 해야 했다.

한국특허전략개발원은 전 세계 특허를 분석해 우리 기업들이 두 가지 허들을 넘을 수 있도록 지원했다. 첫째, 소부장 생산 기술과 관련된 특허를 찾아 특허 분쟁의 우려가 있는 장벽특허를 확인하고 피해갈 수 있는 전략을 제시했다. 둘째, 기존의 특허에서 도출한 유용한 정보를 바탕으로 최적의 연구개발(R&D) 방향을 제시해 시행착오를 최소화했다. 셋째, 아직 특허를 획득하지 못한 공백 영역을 찾아내 공백 유망 기술을 선점할 수 있는 우수 특허를 확보토록 지원했다. 총 536개 과제에 특허전략(IP-R&D)을 지원한 결과 신규 핵심 특허 630건이 창출됐고 대일 특허 무역수지 적자가 71% 개선됐다.

백신 국산화도 소부장 성공 모델을 적극 적용해야 한다. ‘글로벌 백신 허브화 추진위원회’를 중심으로 추진하는 백신개발사업을 위해 한국특허전략개발원은 글로벌 제약사들의 특허를 분석하고 있다. mRNA 등 기술 현황, 장벽 특허 등을 파악해 R&D에 필요한 최적의 특허 전략을 제시할 예정이다. 범정부 및 산학연의 코로나19 위기 극복의 노력이 한데 모인 지금 백신 등 바이오산업이 우리나라의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도약할 날도 머지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특허전략개발원 김태만 원장
#코로나19#k방역#백신 개발#특허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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