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팡이 냄새 가득·쥐 출몰까지…고려대 청소노동자 휴게실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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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8월 7일 0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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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서울캠퍼스 법학관 신관 지하1층 주차장에 위치한 청소노동자 휴게실 출입문. © 뉴스1
5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서울캠퍼스 법학관 신관 지하1층 주차장에 위치한 청소노동자 휴게실 출입문. © 뉴스1
“휴게실이 지하주차장에 있어서 월요일에 출근하면 냄새가 말도 못해요. 주말 내내 냄새가 방에 고여 있거든요.”

5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서울캠퍼스의 법학관 신관 휴게실에서 마주친 60대 여성 청소노동자 A씨가 두통을 호소하며 말했다. 지하주차장에 자리잡은 휴게실 안 가득한 곰팡이 냄새 때문이다. 장마철마다 새는 비에 천장과 바닥에 하나둘 핀 적갈색 곰팡이는 지난해 폭우를 기점으로 눈에 띄게 늘어났다.

곰팡이 냄새가 코로나19 방역 마스크를 뚫고 들어와도 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문이라고는 1명씩 드나들 크기의 출입용 철문이 전부다. 오래 열어두면 주차장 이용 차량에서 나온 매연이 들이닥친다. 이곳 청소노동자들은 냄새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기 위해 휴식시간마다 사비로 마련한 선풍기 앞을 찾는다.

5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경영본관 지하1층에 위치한 청소노동자 휴게실 바닥과 벽면에 곰팡이가 피어있다. © 뉴스1
5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경영본관 지하1층에 위치한 청소노동자 휴게실 바닥과 벽면에 곰팡이가 피어있다. © 뉴스1
창고를 개조한 경영관 본관 지하 1층의 청소노동자 휴게실도 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 깔끔해보이는 첫인상과 달리 천장뿐 아니라 벽 곳곳에 곰팡이가 피었다. 바닥 아래쪽에 생긴 곰팡이는 가로 1m 길이로 뻗었고, 장판 아래 나무판자는 누적된 습기에 까맣게 삭았다.

서재순 고려대 미화노조 분회장은 “작년과 재작년 바가지로 계속 퍼내야 할 정도로 비가 들이차면서 곰팡이가 생겼다”며 “냄새 때문에 머리가 아프거나 피부가 가려워도 휴게실 밖으로 나가면 괜찮아져서 증명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5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서울캠퍼스 경영본관 지하1층 청소노동자 휴게실 모습. © 뉴스1
5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서울캠퍼스 경영본관 지하1층 청소노동자 휴게실 모습. © 뉴스1
다른 건물의 지하 휴게실에서는 청소노동자들이 ‘쥐와의 싸움’을 벌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도 지하 휴게실을 이용하는 청소노동자들은 아침·점심식사를 편히 먹을 수 없는 사정이다. 지출을 아끼기 위해 직접 조리를 하면 어김없이 ‘냄새가 올라온다’는 민원이 들어온다는 것이다. 월 식비는 12만원으로 근무시간인 오전 5~6시부터 오후 4시까지 매일 2끼를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고려대 서울캠퍼스의 청소노동자 휴게실이 건물별로 지상과 지하에 달리 위치하면서 눈에 띄지 않는 지하 휴게실을 이용하는 청소노동자들의 불편은 오롯이 그들 몫이 됐다. 캠퍼스에서 만난 취업준비생 이모씨(29)는 “(휴게실이 지상에 있는) 백주년기념관에서 본 모습은 좋아보였다”며 “저희는 처우가 나쁜 편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5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서울캠퍼스 후문에 붙어있는 총학생회의 대자보. © 뉴스1
5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서울캠퍼스 후문에 붙어있는 총학생회의 대자보. © 뉴스1
교내 청소노동자들의 목소리는 지난달 서울대 기숙사 휴게실에서 발생한 50대 여성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 이후 환경 개선 필요성을 느낀 학생들을 통해 조금씩 알려지고 있다.

정의당 고려대 학생위원회는 지난달 고(故) 노회찬 의원의 기일을 맞아 게시한 추모 대자보에서 “학교 냉방시설은 7시가 돼야 틀어지는데 청소노동자들은 냉방이 틀어지기 전까지 1시간 동안 더위와 사투를 벌이며 노동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고려대 총학생회 인권연대국은 ‘청소노동자 처우개선 사업’을 지난달 말 임시 중앙집행위원회 회의 안건에 올리고 논의에 돌입했다. 서울대 사건에 연대를 표명한 정경대 후문 대자보 게시를 시작으로 문과대 서관과 정경관, 이공계 캠퍼스 신공학관 등 일부 휴게실을 방문해 1차 실태 조사를 진행했다.

안건은 오는 9일 인권연대국 회의에서 다시 다뤄진다. 김수민 인권연대국장은 “예년에도 해당 사업을 시도했지만 이번에는 국 차원의 추가 회의와 노조 협의, 추가 조사 등을 거쳐 학교와의 교섭 방안을 보다 장기적 차원에서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려대 측은 “이전부터 총학생회는 학생처와, 미화노조는 총무처와 소통하며 요구사항 개선을 이어왔다”며 “앞으로도 학생들이 학교에 의견을 전하면 구성원 의견을 수렴해 개선방향을 모색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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