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건너간 ‘짧고 굵은’ 방역…전문가 “더 강한 조치 필요” 한목소리

  • 뉴시스
  • 입력 2021년 7월 23일 14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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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4단계 거리두기 8월8일까지 2주 더 연장
"1000명 이내 안정 목표…2주 후 어려우면 강화"
전문가 "4단계 연장으로 유행 감소세 어려울 듯"
"다중이용시설 집합금지 검토해야…보상 확실히"

수도권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조처가 2주 연장되면서 정부가 단언했던 ‘짧고 굵은’ 방역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정부는 수도권 확진자 수를 하루 평균 500~1000명 이내로 떨어뜨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감염병 전문가들은 현 거리두기 4단계만으로는 단기간에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며 더 강한 방역 조처를 주문했다. 일각에선 피해보상이 전제된 다중이용시설 집합금지, 비수도권 방역 강화와 같은 제안이 나왔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23일 정례브리핑에서 수도권에서 시행 중인 거리두기 4단계 조처를 다음 달 8일 24시까지 연장하는 내용의 ‘수도권 거리두기 조정방안’을 발표했다.

4단계 연장에 따라 수도권에서 사적 모임은 오후 6시 이전 4인, 오후 6시 이후 2인까지만 허용된다. 모든 다중이용시설은 오후 10시까지 운영할 수 있다. 클럽, 나이트, 헌팅포차, 감성주점은 집합 금지 조치가 내려진다. 오후 10시 이후 야외음주도 금지된다.

여기에 더해 풋살·야구 등 사적 모임 예외 적용 해제, 실내외체육시설 샤워실 운영 금지, 숙박을 동반한 공무·기업 필수경영 행사 금지 등, 전시회·박람회 부스 상주인력 검사 의무화 등의 방역 조처도 시행한다.

정부는 수도권 유행을 감소세로 돌리고, 하루 평균 환자 발생을 3단계 기준인 500~1000명 이내로 안정화하는 목표를 정했다. 정부는 2주 뒤에도 어렵다고 판단되면 위험시설 집합금지, 운영시간 제한 강화와 같은 더 강력한 ‘4단계 플러스알파(+α)’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거리두기 4단계만으로는 수도권을 비롯한 비수도권 유행 감소세 전환을 낙관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선 거리두기 4단계를 시행한지 12일째지만, 유행이 줄어들지 않아 효과가 떨어진다는 ‘무용론’도 제기됐다.

천은미 이화여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저녁에 사적 모임을 제한한 것일 뿐 그 이외엔 이전과 다를 게 없다. 오히려 낮 시간대와 비수도권에 감염이 증가하는 풍선효과만 나타났다”며 “이 정도만으로는 확산세가 줄지 않고 유지하거나 조금씩 증가할 것이다. 비수도권 방역 강화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지금 4단계는 방역적으로 이전 5단계 거리두기상 2~2.5단계보다 못한 조처다. 집합금지 최소화로 확진자 수 감소와 같은 효과를 제대로 발휘할 수 없다”며 “1500명대 전후 확진자가 상시 발생하는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9일부터 22일까지 2주간 신규 확진자 가운데 45.1%는 확진자와 접촉한 후 감염됐다.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확진자는 5월 24.4%, 6월 24.0%에서 최근 2주간 30%로 증가했다. 이는 소규모 모임과 개인 간 접촉을 통한 감염이 지속해서 증가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유행 확산에는 델타형 변이 바이러스가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변이 검출률은 6월 4주차 30.5%에서 7월 1주차 36.9%, 2주차 47.1%로 증가세다. 이 가운데 델타 변이 검출률은 같은 기간 3.3%에서 23.3%, 33.9%로 급증했다.

김 교수는 “지하철, 쇼핑몰, 식당, 직장, 목욕탕 등 낮에 다수가 모이는 다중이용시설에서 감염이 발생한다”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감염이 발생하고 있는데, 이를 역학조사만으로는 다 찾을 수 없는 실정이다. 이것이 바로 ‘문 열고 모기 잡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유행을 그나마 ‘짧고 굵게’ 줄이려면 지금이라도 더 강력한 조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천 교수는 “재택근무를 강력히 권고해서 수도권 지역의 ‘방역 공동화(空洞化)’ 지점을 없애야 한다. 직장인들은 대부분 출퇴근길이나 직장 안에서 감염된다”며 “3차 유행 때도 선제적으로 대처하지 않아 유행이 수개월 지속했다. 이번 유행이라도 선제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금 거리두기를 떠나 이동량을 대폭 줄여야 한다. 직장 재택근무 비율 의무화 등의 조처도 필요하다”며 “다중이용시설도 집합금지를 해야 한다. 단, 문을 닫는 동안에라도 보상을 확실히 하겠다고 정부가 약속해야 이행력이 올라간다”고 밝혔다.

앞서 21일 열린 생활방역위원회 회의에서도 수도권 4단계 연장과 함께 자영업자 손실 보상, 비수도권 방역 강화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오는 25일 중대본 회의에서 비수도권 방역 강화 방안을 논의한 후 이를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발표할 계획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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