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구에게 폭행당한 택시기사도 ‘증거인멸’ 혐의 적용, 왜?

  • 뉴스1
  • 입력 2021년 6월 9일 13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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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26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법무부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2021.05.26/뉴스1 © News1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26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법무부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2021.05.26/뉴스1 © News1
경찰이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을 증거인멸교사로, 택시기사를 증거인멸 혐의로 검찰에 송치하기로 했다. 법조계는 대체로 둘에게 혐의가 충분히 적용될 수 있다고 봤지만 폭행 피해 당사자를 증거인멸 혐의로 송치한 이번 사례가 이례적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서울경찰청 청문·수사합동진상조사단은 9일 이 전 차관에게 증거인멸교사 혐의가 인정돼 송치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 택시기사 B씨 역시 증거인멸 혐의가 인정돼 송치 결정했다면서도 폭행사건 피해자이고 가해자의 요청에 따른 행위였던 점을 참작하기로 했다.

혐의가 인정된 구체적인 사유를 묻는 질문에 경찰 관계자는 “피의사실 공표에 해당해 말할 수 없다”면서도 “진상조사를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조사했다”고 답했다. 택시기사가 영상을 삭제한 시점에 대해서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전 차관은 지난해 11월6일 밤 술에 취한 채 택시기사를 폭행한 뒤 이틀 뒤인 11월8일 택시기사를 만나 합의금 1000만원을 건네고 블랙박스 영상 삭제를 요구한 혐의를 받는다. B씨 역시 합의 이후 영상을 지운 혐의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택시기사 B씨 입건 당시부터 이 전 차관의 증거인멸교사 혐의와 B씨의 증거인멸 혐의 적용 가능성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특히 택시기사의 경우 폭행 사건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합의 후 영상을 지우고 이후 영상을 복원해 담당 수사관에게 보여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다만 B씨는 영상을 지웠다고 진술한 적은 있으나 영상을 지운 사실은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형사전문 김기윤 변호사는 “합의를 해서 지우고 다시 복원했다고 하더라도 한 번 증거를 지웠으면 증거인멸이 적용된다”면서 “증거인멸교사 역시 대가성 여부와 관계없이 요청하는 것 자체로 교사가 된다”고 설명했다.

서초동의 C 변호사는 역시 “영상을 복원해서 경찰에게 보여줬다고 하더라도 삭제 행위 한 번으로 죄가 성립된다”면서 “보통 택시기사들은 운전자 폭행에 대한 특가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 증거인멸 행위가 어떤 의미인지 잘 알았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교통사고전문 D 변호사는 “이런 사건을 증거인멸 및 증거인멸교사죄로 송치하는 것은 이례적이다”라면서 “객관적으로 보면 증거인멸은 맞지만 ‘제대로 탈탈 턴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전했다.

처벌과 관련해서는 이 전 차관의 경우 법을 잘 아는 법조인인 데다 합의금으로 준 1000만원에 대가성이 있을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형량이 가중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다만 택시기사 B씨의 처분에 대한 의견은 각각 달랐다.

김기윤 변호사는 “증거인멸 자체가 질이 나쁜 범죄인 데다 증거 인멸을 하려는 목적, 즉 운전자 폭행 자체가 큰 범죄이기 때문에 택시기사의 증거인멸 혐의 자체도 검찰이 기소유예 처분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C 변호사는 “택시기사가 피해 당사자인 점이나 복원해서 수사기관에 보여준 점 등을 참작하면 기소유예 정도의 처분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 차관의 교사죄를 성립시키기 위해 택시기사에게도 증거인멸을 적용한 게 아니겠나”하고 말했다.

김민기 변호사(법률사무소 부유)는 “수사기관은 이 전 차관에게는 증거인멸교사죄를 적용하여 기소하는 한편, 택시기사에 대하여는 기소유예를 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형법은 증거인멸죄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교사범은 죄를 실행한 자와 동일한 형량으로 처벌한다고 규정돼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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