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1등공신 윤석열, 文의 최대 정치적 라이벌 되다

이태훈기자 입력 2021-03-04 11:01수정 2021-03-04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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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대검청사에서 총장직 사의를 표명하며 눈을 감고 있다. 원대연기자 yeon72@donga.com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를 수사해 사법적으로 단죄함으로써 촛불혁명을 정권교체로 귀결시키고 문재인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만든 일등공신인 윤석열 검찰총장이 차기 대선을 1년 앞두고 문 대통령의 최대 정치적 라이벌로 부상했다. 현 정부 초기 박근혜 정부에 대한 적폐청산 수사 당시 마치 한 몸처럼 의기투합했던 두 사람이 이제 차기 대권의 향방을 놓고 일전을 준비하는 형국이다.

여권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신설을 통한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움직임에 정면으로 맞서온 윤 총장은 4일 전격적으로 직(職)을 던졌다. 윤 총장의 말대로 이번 사안이 직을 던진다고 해결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조직에 존폐의 위기가 닥쳤는데 수장이 직에 연연하는 듯한 모습으로 비춰지는 것도 조직에 누가 된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특히 여권이 중수청 신설을 통해 검찰 해체를 추진하는 핵심적인 이유가 여권으로부터 줄곧 퇴진 압박을 받아온 윤 총장 자신이 물러나지 않기 때문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은 최근 주변에 “나 때문에 중수청을 도입해서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을 망가뜨리려고 하는 게 분명하다.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 내가 그만둬야 멈출 것이다”라고 심경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총장의 중도 사퇴는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긴 하지만 ‘조국 수사’ 이후 정권에 반기를 든 자신 때문에 검찰이 수사권마저 완전히 빼앗길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은 만큼 결자해지 차원에서 자신이 마지막으로 몸을 던지는 결단을 내렸다고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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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현직 총장이 중수청 반대를 외치며 중도 사퇴를 결행하면서 정국은 급속히 윤 총장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또 윤 총장의 향후 대선 행보와도 맞물리면서 중수청 신설을 계속 밀어붙이는 여권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경우 여권은 중수청 설치를 통한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추진 동력이 떨어지는 반면 차기 대권 구심점이 없는 야권은 윤 총장을 중심으로 지지세가 뭉칠 수 있는 여지가 커진다. 최소한 총장의 중도 사퇴는 여당의 중수청 신설 관련 법안 발의를 늦추게 할 가능성도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이 3일 대구고검 청사 앞에서 기자들에게 여당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입법 움직임에 대해 “지금 진행 중인 소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라고 하는 것은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이라고 비판했다. 대구=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윤 총장의 조기 사퇴를 학수고대해온 여권으로서도 검찰개혁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윤 총장이 물러남에 따라 차기 검찰총장 임명을 통해 검찰조직 장악을 노릴 수 있어 굳이 논란과 비판을 감수하고서 검찰 해체를 강행할 이유가 줄어든다. 검찰을 없애는 것보다 입맛에 맞는 검찰총장을 앉혀 검찰을 문재인 정부 편으로 만드는 순치 전략을 펴는 것이 현실적으로 더 이득이라는 판단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윤 총장으로서는 수장이 직을 던져 조직을 지켰다는 명분과 실리가 생기고, 여권은 ‘조국 사태’ 이후 갈등관계였던 검찰을 우군으로 돌려 국정운영과 정권 재창출을 향한 핵심 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실리를 확보할 수 있다.

윤 총장의 중도 사퇴는 윤 총장이 야권의 차기 대선 후보가 되는 것은 막으려고 했던 여권의 대선플랜에 차질을 초래할 가능성을 키우는 등 내년 대선 구도에도 지각변동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대통령에게 직접 부담을 주는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를 지휘하다 고검 검사로 좌천된 윤 총장을 현 정부 출범과 함께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탁해 적폐수사를 맡긴 문 대통령. 하지만 2019년 ‘조국 수사’를 기점으로 척을 진 문 대통령과 윤 총장에게 차기 대권을 놓고 건곤일척을 다투는 시간이 오고 있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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