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개월째 전쟁터, 매일 1000명 쏟아지는데…병원은 사실상 마비”

  • 뉴스1
  • 입력 2020년 12월 17일 17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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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음압격리병동 앞을 시민이 오가는 모습. 2020.12.17/뉴스1 © News1
17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음압격리병동 앞을 시민이 오가는 모습. 2020.12.17/뉴스1 © News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연일 1000명대 확산세를 보이면서 일선 병원들은 사실상 마비 상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의료진들은 11개월째 누적된 피로에 번아웃(탈진)을 호소하고, 병상 부족도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17일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날 0시 기준으로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014명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틀 연속 1000명대로, 지난 16일 1078명, 13일 1030명 이후 역대 3번째 규모(0시 기준)다.

연일 치솟는 확산세에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들은 심각한 피로와 압박을 호소하고 있다.

정재수 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은 “하루에 신규 확진자가 1000명이 발생하고, 기존에 치료를 받던 환자 500명이 퇴원하는 상황으로 매일 500명씩 병원에서 진료할 환자가 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 실장은 “국민들이 보기엔 대구경북 상황 등 웨이브(대유행 상황)가 잠잠해지면 살만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병원은 11개월째 전쟁터”라며 “환자들이 계속 병상에 누워있는 상태에서 추가로 밀고 들어오는 상황이라 11개월째 계속 전쟁을 하고 있는 거라 보면 된다”고 지적했다.

인력 부족 문제도 심각하다. 보건의료노조가 지난 10일 발표한 ‘코로나19 입원치료 의료기관 32개 긴급 실태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중증환자 대응에 필요한 인력 확보가 충분히 확보돼 있지 않다고 응답한 기관이 전체의 54%에 달했다. 3차 대유행으로 치솟는 업무량에 대한간호협회는 지난 10일부터 전국의 코로나19 현장에서 근무할 간호사를 긴급 모집하기 시작했다.

대학병원 의사들 역시 극심한 업무량을 호소하고 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코로나 환자는 감염내과 의사들이 보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모든과 담당 교수들이 안심진료, 선별진료까지 기존업무에 더해 배로 일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병상 부족 문제도 상당하다. 서울시는 이날(17일) “중증환자 치료 병상 80개 중 1개만 남은 상태”라고 밝혔다. 특히 이날 서울에는 코로나19 확진 후 사흘간 병상 배정을 기다리다가 사망한 첫 사례까지 나왔다.

이에 일각에서는 병상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간병원 동원령까지 제기되고 있다. 정 실장은 “현재 5%도 안 되는 공공병원들이 전국의 코로나 환자들을 보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병상이 부족한 게 아니라 인구 대비 병상은 세계 최고인데 대부분 민간 병상이어서 활용이 안 되고 있다. 공공이 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하되, 정부는 민간을 강제로라도 동원하고 그에 대한 손실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자의 개별 상황에 따라 병원 이송이 원활히 되지 않는 문제도 있다. 정 실장은 “예를 들어 단순히 코로나 경증환자라 해도 복합질환이 있는 60대 고령환자라 하면 언제든지 중환자가 될 수 있는 위험성이 높다. 이런 디테일을 가지고 환자를 분류하고 치료 조건을 갖춘 병원에 보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그런데 여전히 중증 환자가 생기면 상급병원에 일일이 전화해서 병상을 알아보고 있다는 현장의 지적이 상당하다”며 “경증이 중환자병상에 누워있고, 중환자가 경증병상에 있는 문제를 해결해야 부족한 인력과 장비를 보다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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