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 혼밥 직장인, 자체 휴업 …‘자발적 3단계’ 참여하는 시민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17일 17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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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그냥 사회적 거리 두기 3단계가 시작됐다고 생각하고 생활해요.”

직장인 김모 씨(29)는 14일경부터 출근 때 도시락을 싸기 시작했다. 평소 동료들과 구내식당이나 회사 주변 음식점에서 점심을 해결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크게 늘어난 뒤론 자기 자리나 휴게실에서 ‘혼밥’을 하고 있다.

사무실에서도 김 씨는 동료들과 거의 말을 섞지 않는다. 꼭 필요한 대화도 마스크를 꼭 착용하고 거리를 둔 채 나눈다. 김 씨는 “나만 별스러운 게 아니다. 최근엔 동료들도 대다수가 서로를 위해서 비슷한 방식으로 일하고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매일 1000명 안팎을 넘나들자,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시행을 놓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시민들은 이미 ‘자발적으로’ 3단계 수칙에 버금가는 일상을 보내기 시작한 이들이 적지 않다. 사무실에 나와도 재택과 다름없는 근무를 하는 직장인이 늘었고, 영업이 가능한데도 가게 문을 닫는 자영업자도 적지 않다.

서울 강남에 있는 직장에 다니는 이모 씨(25)는 1, 2주 전부터 점심때면 팀원들이 함께 도시락을 주문해서 먹는다고 했다. 물론 배달을 시킨 뒤엔 서로 각자 떨어져서 혼자 먹는다. 이 씨는 “요즘엔 워낙 배달을 많이 시키는 탓인지 대기 시간이 너무 길어졌다. 너무 오래 걸린다고 집에서 싸오거나 출근길에 사서 오는 동료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기업들도 순환·재택근무를 늘려가고 있는 추세다. 이전까지는 아무래도 대기업 위주였지만, 최근엔 중소업체들도 안전을 위해 참여하는 모양새다. 13일 한국은행의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재택근무 확산, 쟁점과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기업의 절반 이상이 재택근무를 시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견기업(64.6%)과 중소기업(44.1%)의 참여율이 증가했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19 장기화로 재택근무 형태로 전환한 중소기업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큰 손해를 감수하고 영업을 중단하거나 포장·배달만 주문받는 자영업자들도 늘었다.

부산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김모 씨(42)는 현재 오후 9시까지 영업할 수 있지만 당분간 자발적으로 휴업하기로 했다. 김 씨는 “나름 꼼꼼히 방역수칙을 지키고 있지만 어떤 경로로 감염될는지 알 수 없는 거 아니겠느냐”며 “내 가족을 위해서도 고객을 위해서도 잠깐 쉬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경기 안성의 카페 업주 A 씨도 “주변 경치가 좋아 주말이면 여전히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지만 당분간 쉬기로 했다”고 전했다. 강릉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탁모 씨(43)는 방문 고객은 받지 않고 포장만 해주고 있다.

물론 쉬고 싶어도 쉴 수 없는 처지도 여전히 많다. 서울 용산구에서 식당을 하는 B 씨(48)는 “마음이야 휴업을 하고 싶지만 임대료가 계속 나가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며 하소연했다. 직장인 정모 씨(37)는 “많이 늘었다지만 중소업체들은 아무래도 대체인력을 찾기 힘들어 재택근무를 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한숨쉬었다.

강승현 기자byhuman@donga.com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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