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오버워치 자동조준 프로그램, 악성프로그램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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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10월 15일 12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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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워치’ 게임에서 상대방을 자동으로 조준하는 기능을 가진 프로그램을 판매한 30대가 대법원 판결로 2심 재판을 다시 받게 됐다.

대법원은 해당 프로그램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호호 등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악성프로그램’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5일 정보통신방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박모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정보통신망법에서 정한 ‘악성프로그램’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프로그램 자체를 기준으로 하되, 그 사용용도 및 기술적 구성, 작동 방식, 정보통신시스템 등에 미치는 영향, 프로그램의 설치나 작동 등에 대한 운용자의 동의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햇다.

재판부는 “해당 프로그램은 게임의 이용자가 상대방을 더욱 쉽게 조준해 사격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한 것으로, 처음 사격이 성공한 후부터 상대방 캐릭터를 자동으로 조준해 주는 기능을 한다”며 “이 프로그램은 이용자 본인의 의사에 따라 해당 이용자의 컴퓨터에 설치되어 그 컴퓨터 내에서만 실행되고, 정보통신시스템이나 게임 데이터 또는 프로그램 자체를 변경시키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이 프로그램은 정보통신시스템 등이 예정한 대로 작동하는 범위 내에서 상대방 캐릭터에 대한 조준과 사격을 더욱 쉽게 할 수 있도록 해 줄 뿐이고, 프로그램을 실행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일반 이용자가 직접 상대방 캐릭터를 조준해 사격하는 것과 동일한 경로와 방법으로 작업이 수행된다”면서 “이 프로그램이 서버를 점거해 다른 이용자들의 서버 접속 시간을 지연시키거나 서버 접속을 어렵게 만들고 서버에 대량의 네트워크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등으로 정보통신시스템의 기능 수행에 장애를 일으킨다고 볼 증거도 없다”고 밝혔다 .

그러면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해당 프로그램이 ‘악성프로그램’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박씨는 2016년 7월부터 2017년 7월까지 오버워치에서 상대방을 자동으로 조준해 게임을 쉽게 해 주는 불법 프로그램을 3612차례 판매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해당 프로그램을 판다는 광고 글을 올린 뒤 이를 보고 연락한 사람들에게 돈을 받고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하게 했다. 이씨가 받은 돈은 총 1억9923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이씨의 게임산업진흥법 위반 등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다만 ‘정보통신시스템, 데이터 또는 프로그램 등을 훼손·멸실·변경·위조하거나 그 운용을 방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악성프로그램)을 유포했다는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해당 프로그램은 메모리나 게임 코드에 특별한 손상을 가하는 것이 아니어서 게임의 데이터나 프로그램을 훼손·멸실·변경·위조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반면 2심은 박씨가 만든 프로그램이 악성프로그램에 해당한다고 봤다.

2심은 “오버워치 게임은 다중 사용자 1인 슈팅게임으로, 이용자가 스스로 동체시력과 반사신경을 이용해 상대팀 캐릭터 위치를 파악하고 이를 정확하게 조준해 발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기본요소”라며 “그런데 박씨의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게임의 운용자가 전혀 예정하지 않았던 외부 프로그램에 의한 자동 탐색과 자동 조준이 이뤄진다. 이는 게임이 예정하고 있던 정상적인 게임의 수행방식 및 이용자의 수행능력에 따른 등급부여 시스템을 해치는 것”이라면서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도 유죄로 봤다.

다만 “박씨가 자신의 행위를 자백하고 반성하고 있고, 피해회사를 위해 1억5000만원을 공탁한 점을 고려했다”며 1심의 형량을 유지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 사건에서 문제된 프로그램이 정보통신망법에서 정한 ‘악성프로그램’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일 뿐, 온라인 게임과 관련해 일명 ‘핵’ 프로그램(게임에 사용되는 부정 프로그램)을 판매하는 행위가 형사상 처벌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은 아니라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게임물 관련사업자가 제공 또는 승인하지 않은 프로그램을 배포하거나 배포할 목적으로 제작하는 행위는 정보통신망법과 별개로 게임산업법 위반죄 등에 해당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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