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껏 뛰고 놀며 다양한 예술수업”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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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첫 거점형 키움센터 가보니
방과후-방학 때 지역 초등생 대상 악기연주-요리-독서 등 진행
市, 2년내 25곳 설치확정 예정

13일 오후 서울 노원구 거점형 우리동네키움센터를 찾은 초등학생들이 선생님의 지도로 OHP 필름에 그림을
그리며 사진 인화 기법을 체험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13일 오후 서울 노원구 거점형 우리동네키움센터를 찾은 초등학생들이 선생님의 지도로 OHP 필름에 그림을 그리며 사진 인화 기법을 체험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친구들이 매직펜으로 그린 그림을 다른 종이에 겹쳐서 햇빛 비치는 곳에 7분간 둘게요.”

13일 오후 서울 노원구 주택가의 한 건물 4층에서는 미술 놀이가 한창이었다. 산과 나무를 그려 넣은 OHP 필름과 액체를 바른 종이를 양손에 든 선생님이 “흐르는 물로 종이를 닦아내면 OHP 필름에 그려놓은 그림이 옮겨질 것”이라고 하자 아이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날 놀이는 오래된 사진 인화 기법인 ‘시아노타입’을 체험해 보는 시간. 채현우 군(8)은 “OHP 필름에 그림을 그리는 건 이번이 처음인데 신기하고 재미있다”며 웃었다.

이곳은 서울시가 첫선을 보인 거점형 우리동네키움센터(키움센터)다. 시는 노원구에 제1호 거점형 키움센터를 조성하고 12일부터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키움센터는 방과 후나 방학 중에 갈 곳이 마땅치 않은 초등학생을 위한 돌봄 시설이다.

시에 조성된 키움센터는 9월 말 기준 86곳이다. 이 중 일반형 키움센터는 84곳인데, 규모가 66m² 정도로 작은 편이다. 2곳의 융합형 키움센터의 규모도 일반형의 3.5배 정도다. 시 관계자는 “집이나 학교와 약 10분 거리로 가깝지만 공간이 작아 다양한 활동을 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시는 일반형과 융합형 키움센터의 단점을 보완하고 돌봄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 거점형 키움센터 조성 계획을 세웠다. 임신이나 출산 때도 최대한 버텼지만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는 심각하게 퇴사를 고민한다는 워킹맘들의 짐을 덜어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시는 준비 과정에서 핀란드 헬싱키시가 운영하는 아난탈로 아트센터에 주목했다. 이곳은 아동과 청소년을 위한 예술교육 기관으로 1987년 문을 열었다. 프로그램은 5주간 한 번에 2시간씩 예술교육을 진행하는 ‘5×2 예술교육’ 등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아동의 행복감과 창의성, 자기표현 능력을 높이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마을과 지방자치단체가 아동을 키우는 데 힘을 모으고, 아동 교육을 학교에만 맡기지 않고 함께 노력한다는 점이 아난탈로 아트센터의 특징이다.

제1호 거점형 키움센터에는 이런 철학이 반영됐다. 지하 1층 지상 5층에 연면적 1684m² 규모로 조성된 키움센터에는 아동들이 뛰어놀기에 충분한 공간과 함께 악기 연주, 요리, 독서 등을 맘껏 즐길 수 있는 시설로 꾸며졌다.

프로그램도 소리와 음악으로 작사·작곡하기, 우리 가락 낭독, 그림자극 놀이, 굿즈 만들기 등 즐기면서 예술과 가까워질 수 있는 주제들로 구성됐다. 노원구와 도봉구에 있는 일반형 키움센터에서 프로그램을 확인해 예약한 뒤 시간에 맞춰 방문해 놀이를 즐기고 돌아가는 방식이다. 제1호 거점형 키움센터 운영은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이 맡았다. 성윤진 센터장은 “마치 백화점 문화센터의 아동 대상 수업처럼 다양한 예술 수업이 준비돼 있다”며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각종 문화예술 소재를 생활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거점형 키움센터는 주변 일반형 키움센터의 돌봄교사를 위한 연수, 재교육 시설로도 활용된다. 지역 사회의 돌봄 서비스 업그레이드를 위한 허브 역할을 하는 셈이다. 시는 11월 동작구에 2호점, 내년 초 종로구에 종로·서대문 지역을 담당하는 3호점을 각각 열 예정이다. 2022년까지는 25곳의 설치를 확정할 계획이다.

강지현 서울시 아이돌봄담당관은 “‘예술교육을 통해 단 한 명의 패배자도 만들지 않겠다’는 아난탈로의 교육 가치를 서울에 구현한다는 목표로 거점형 키움센터를 조성하고 있다”며 “서울을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거점형 키움센터#방과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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