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임신 14주 기준…“헌재 결정 가장 보수적으로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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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10월 7일 14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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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4.11/뉴스1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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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여성계의 낙태죄 폐지 요구에도 현행 낙태죄를 유지하고 임신 초기인 14주까지 낙태를 허용하는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을 7일 입법예고했다.

두 개정안은 임신 14주까지 임신중단(낙태)을 처벌하지 않도록 하고, 15~24주까지는 유전병이나 성범죄에 의한 임신 등 기존 모자보건법상 허용 사유에 ‘사회·경제적 이유’도 추가한 것이 골자다. 허용범위를 보다 넓힌 것이다.

이는 지난해 4월11일 임신한 여성이 스스로 낙태하거나 임신 여성 승낙을 받은 의사가 낙태하는 것을 처벌하는 형법 269조·270조가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해 위헌이므로 올해까지 이들 조항을 개정하라는 헌재 헌법불합치 결정의 후속조처다.

정부가 내놓은 낙태허용 기간인 ‘임신 14주 이내’는 헌재 결정 당시 단순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 3명의 주장과 같다. 이석태·이은애·김기영 재판관은 단순위헌 의견에서 “임신 14주 무렵까진 임신한 여성이 자신의 숙고와 판단 아래 낙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들 재판관은 임신 14주 이내 낙태도 일률적·전면적 금지하는 것은 임신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해 단순위헌 결정을 해야 한다고만 했다. ‘임신 28주 무렵’을 언급한 것도 이때는 태아 성별이나 기형을 이유로 선별적 낙태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으니 일정한 한계가 지워져야 한다는 취지로, ‘합법적 낙태 허용 범위’를 못박지는 않았다. ‘입법재량을 가진다’고 공을 넘긴 것이다.

헌법불합치 의견을 낸 유남석·서기석·이선애·이영진 재판관은 “태아가 모체를 떠난 상태에서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점인 임신 22주 내외에 도달하기 전까지의 낙태에 대해선 국가가 생명보호의 수단 및 정도를 달리 정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했다.

법무부 측은 헌법재판소가 형법상 낙태죄 자체가 위헌이라고 한 건 아니라면서 결정 취지를 반영해 입법예고안을 만들었다는 입장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헌재는 낙태가 허용되는 범위에 대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면이 있으니 위헌성이 있다는 취지였다”며 “헌재 결정 (이유) 그대로 가면 임신 14주 이내 전면 허용, 15~22주 이내 제한적 허용이 돼야 하는데 (개정안은) 24주까지로 규정했고, 기존 모자보건법과 비교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넓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낙태죄를 사실상 존속하고, 임신 주수를 기준으로 여성을 처벌하는 것은 정확한 주수 확인이 어렵고 실효성도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헌재 위헌결정의 기속력이 주문에만 미치고 이유에는 미치지 않는데도 주수를 기준삼은 처벌조항을 존속시켜 헌재 결정에 관한 ‘가장 보수적인 해석’을 했다는 지적도 있다.

앞서 법무부 자문기구인 양성평등정책위원회도 임신 주수 구분없이 낙태죄를 폐지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이 위원회 소속인 이한본 변호사는 “임신 주수는 여성의 최종 월경일을 기준으로 하는데, 낙태가 문제되는 건 계획되지 않은 임신을 하는 경우”라며 “정확한 산정이 안 된다는 점에서 형사처벌 기준의 명확성 원칙에 어긋난다. 이는 형법으로 여성에게 출산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무부 양성평등정책 특별자문관인 서지현 검사도 이 부분을 두고 “형법의 명확성, 보충성, 구성요건의 입증가능성 등에 현저히 반한다”고 짚었다.

반면 여성계는 낙태죄 전면폐지, 종교계는 태아 생명권을 각각 주장하며 강경대치하는 상황에 정부가 합리적으로 후속입법을 하려는 것 아니겠냐는 해석도 나왔다.

한국여성변호사회 장영미 변호사는 “낙태를 형법으로 처벌하는 게 맞느냐는 문제의식은 타당하나, 법 개정은 현실적 문제고 종교단체 등의 반발은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거셀 것”이라며 “법 개정은 사회적 합의고 입법적 결단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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