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약’ 했는데 계약파기 문자?…부동산 시장 혼란에 법적 분쟁 증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21일 18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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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월 A 씨는 인천 연수구의 전용면적 59㎡ 아파트 한 채를 2억5000만 원에 구입하기로 했다. A 씨는 집주인과 협의 후 매매가의 10%인 계약금 2500만 원을 송금했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면서 대면 계약 대신 공인중개사를 통해 서로 도장을 날인한 계약서를 교환하기로 했다.

하지만 1주일 후 A 씨는 집주인으로부터 계약서 대신 “이런 계약을 한 사실이 없다”는 문자메시지가 받았다. 올해 정부의 ‘2.20 대책’으로 수도권 다수 지역이 규제지역으로 묶인 것과 달리 인천 연수구는 비규제지역으로 남게 돼 아파트가 1주일 새 수천만 원씩 오르는 풍선효과가 발생한 것. 집주인은 계약금 2500만 원을 법원에 공탁하면서 A 씨에게 계약을 무효로 하자고 요구했다. A 씨는 결국 집주인을 상대로 계약을 이행하고, 소유권 이전 등기를 해달라며 이달 초 법원에 소를 제기했다.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불안한 시장 상황이 1년여간 지속되면서 이미 진행된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거나 전세 보증금을 갑자기 올리는 등 법적 분쟁이 증가하고 있다. 부동산 전문 정충진 변호사는 “부동산 거래와 관련된 법률을 모두 숙지하기 힘든데 거래, 대출, 세금 등 각종 규제가 자주 바뀌면서 소송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느는 추세”라고 말했다.

계약 전 ‘가계약’을 맺는 거래 관행으로 인한 분쟁도 빈번히 발생한다. B 씨는 지난달 서울 구로구의 전용면적 84㎡ 아파트를 한 채 구입하기로 했다. 매도인과 매매가 7억5000만 원의 10%인 7500만 원을 계약금으로 합의했고, 이에 750만 원을 가계약금으로 걸어놨다.

하지만 집값이 더 뛸 것으로 기대한 매도인이 가계약금의 2배인 1500만 원을 돌려주겠다며 계약을 없던 것으로 하자고 요구해왔다. 그러자 B 씨는 해약하려면 계약금 7500만 원의 2배인 1억5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맞섰다.

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민법상 가계약이란 개념은 없지만 법률적 효력은 있다”며 “가계약을 해제할 경우에는 원 계약금의 2배를 물어줘야 한다는 판례도 있다”고 밝혔다. 2015년 대법원은 “계약금 중 일부만 지급된 경우 해약금의 기준은 ‘실제 교부받은 계약금’이 아니라 ‘약정 계약금’으로 봐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전세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서 임대차 분쟁 역시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 상반기(1~6월) 대한법률구조공단 주택임대차분쟁위원회에 접수된 임대차 분쟁 건수는 826건으로 지난해 하반기(7~12월)의 831건과 비슷했다. 대한법률구조공단 관계자는 “전세 보증금 반환과 관련한 분쟁이 가장 많다”고 밝혔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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