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서 태어나 베트남 위장국적 탈북민 소녀, 서울 온지 6년만에 ‘김지혜’ 이름 찾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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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끝 한국국적 얻어

한국에 온 지 6년 만에 국적을 취득한 ‘탈북민 자녀’ 김지혜 양(왼쪽)과 김 양을 친딸처럼 길러온 어니스트 임산드 목사 부부 가족. 법무법인 누리 제공
한국에 온 지 6년 만에 국적을 취득한 ‘탈북민 자녀’ 김지혜 양(왼쪽)과 김 양을 친딸처럼 길러온 어니스트 임산드 목사 부부 가족. 법무법인 누리 제공
한국에 온 지 6년째인 김지혜(베트남 이름 뉴겐 헝 안·9) 양은 다음 달 아홉 번째 생일을 앞두고 최근 특별한 선물을 받았다. 1일 법무부로부터 “한국 국적을 보유하고 있음을 판정한다”는 통지서가 도착한 것이다.

탈북민 자녀는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지만 탈북민 부모를 둔 김 양은 5년 넘게 줄다리기를 해야 했다. 법무부가 김 양의 부모가 탈북자인지 확실하지 않다며 김 양의 한국 국적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 양은 2011년 8월 중국에서 태어났다. 김 양의 아버지는 딸이 태어나기 전 북한 당국에 체포된 뒤 소식이 끊겼다. 김 양을 임신한 채 홀로 중국으로 탈북한 어머니는 아이를 낳자마자 미국인 선교사인 어니스트 임산드 목사(41) 부부에게 친딸을 맡기고 떠났다. 김 양 아버지는 체포 전 아내에게 태어날 아기가 딸이면 지혜라는 이름을 지어주라고 했다고 한다.

임산드 목사는 2012년 중국 공안의 단속을 피해 김 양을 데리고 베트남으로 피신했다. 이어 한국행을 위해 베트남인 부부 자녀로 꾸며 김 양에게 베트남 국적을 취득시켰다. 김 양은 2014년 9월 한국에 입국한 뒤 2015년 5월 법무부에 국적 판정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친부모를 특정할 수 없고 이미 베트남 국적이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임산드 목사 부부는 2018년 6월 법무부의 판정을 취소해 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임산드 목사 부부의 구체적이고 일관된 진술에 주목했다. 부부가 김 양을 자신의 여섯 자녀들과 함께 양육하며 찍어온 사진들이 주요 증거가 됐다. 대법원은 지난달 김 양의 손을 들어줬다.

한국 국적을 갖게 된 김 양은 이제 초등학교 등 정규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새로 만든 가족관계등록부에도 ‘뉴겐 헝 안’이라는 베트남 이름 대신 본명인 ‘김지혜’로 등록할 수 있게 된다. 아직 한국어가 서툰 김 양은 가장 고마운 사람으로 “나에게 젖을 물리며 친딸처럼 키워줬다”며 임산드 목사 부부를 꼽았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탈북민 소녀#한국국적 취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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