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박원순 재판 받았다면…‘위력에 의한 성추행’ 인정됐을까

  • 뉴스1
  • 입력 2020년 7월 13일 17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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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박원순 서울시장 발인이 엄수된 13일 오후 경남 창녕군 박원순 시장 고향마을 생가에 영정사진이 도착하고 있다. 2020.7.13/뉴스1 © News1
고 박원순 서울시장 발인이 엄수된 13일 오후 경남 창녕군 박원순 시장 고향마을 생가에 영정사진이 도착하고 있다. 2020.7.13/뉴스1 © News1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고소한 고소인 측이 박 시장의 구체적인 성추행 정황을 털어놓았다. 법조계에서는 고소인 측 주장이 사실이라면 명백히 위력에 의한 성추행에 해당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이다.

구체적인 피해사실이 드러나면서 박 시장의 성추행 혐의에 대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져가고 있지만, 박 시장의 죽음으로 수사기관이 공소권 없음 처분이 예정돼있어 사실상 실체적 진실을 가릴 방법은 없게 됐다.

고소인인 전직비서 A씨의 변호를 맡은 김재련 변호사(법무법인 온·세상)는 13일 오후 2시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사건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A씨는 박 시장의 비서로 일하는 4년, 그리고 다른 부서로 발령 난 후에도 지속적인 성추행을 입었다.

범행 장소는 시장 집무실, 집무실 내 침실 등이었다. 박 시장은 셀카를 찍자며 신체를 밀착하거나 무릎에 난 멍을 보고 ‘호’ 해주겠다며 입술을 접촉하고 집무실 내 침실로 불러 안아달라고 하면서 신체 접촉했다고 김 변호사는 주장했다.

또 늦은 밤에 텔레그램 비밀대화방에 초대해서 지속적으로 음란한 문자나 속옷만 입은 사진을 전송하는 등의 방법으로 A씨를 성적으로 괴롭혔다고 덧붙였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A씨는 서울시장 비서직으로 지원한 적이 없었으며 공무원으로 다른 기관에서 일하다 어느날 서울시청에서 연락을 받고 면접 후 비서실 근무 통보를 받아 박 시장의 비서로 약 4년간 일했다.

김 변호사는 “피해자가 사용했던 핸드폰을 경찰에 임의제출하기 전 사적으로 포렌식하고 일부 나온 자료는 수사기관에 제출했다”며 “(A씨는) 괴로움을 호소하며 친구와 기자 등에게 박 시장이 보낸 문자와 사진을 보여준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고소장에 기재된 박 시장의 혐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상 통신매체이용음란·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형법상 강제추행 등이다. 성범죄 사건 전문인 한 변호사는 “피해자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박 시장의 행위는 위력에 의한 성추행임이 너무나 명백하다”고 말했다.

가장 대표적인 위력에 의한 성범죄 사건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오거돈 전 부산시장 사건이다.

안 전 지사는 2017년 7월부터 2018년 2월까지 수행비서 김지은씨를 4차례 성폭행하고 5차례 기습 추행하고, 업무상 위력을 이용해 1차례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유무죄 판단에 대한 1,2심 결론이 갈렸지만, 최종적으로 대법원에서 징역 3년6월이 확정됐다.

오 전 시장의 경우도 부하직원을 불러 강제추행한 의혹이 불거져 중도 사퇴했다.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다.

피해자가 박 시장에게 당한 구체적 성추행 사실을 털어놓으면서 진상조사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가해자로 지목된 박 시장이 사망했기 때문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이번 사건의 진상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쌍방간 다툼의 여지가 많은 게 성범죄 사건의 특징인데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이 죽은 상황에서 진상조사를 한다고 하더라도 피해자가 제출하는 자료만 보고 판단할 수도 없는데 진상이 제대로 조사가 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변호사도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가 될텐데 진상조사를 위한 수사라는 게 법적으로 가능한지 의문”이라며 박 시장의 죽음으로 진상조사는 사실상 어렵다는 취지로 말했다.

지난해 3월 문재인 대통령이 고(故) 장자연씨 사건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에 대해 수사기관의 명운을 걸고 철저히 진실을 규명하라고 지시한 것을 놓고 박 시장이 사망했더라도 진상규명을 위한 조사가 가능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김 전 차관과 장씨 사건의 경우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들이 사망을 한 것이 아닐 뿐더러 공소시효도 만료가 되지 않은 부분도 있어 조사를 통한 기소가 가능했다.

김 전 차관의 경우 법원이 일부 혐의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만료돼 처벌할 수 없다고 했지만, ‘별장 성접대’ 동영상 속 인물이 김 전 차관인 점을 법원이 확인해줬다.

그러나 한쪽 당사자인 박 시장의 사망으로 피해자의 주장만 남아있는 현 상황에서 진실을 가리기 위한 진상조사도 사실상 어려울 뿐더러 김 전 차관의 경우처럼 의혹 당사자를 법정에 세워 재판을 통해 진실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칠 수도 없게 됐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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