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서 EBS 볼거면 학교 왜 가나” vs “일부 활용”

  • 뉴스1
  • 입력 2020년 5월 29일 10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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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대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마중 나온 엄마와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 News1
28일 대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마중 나온 엄마와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 News1
초등학교 저학년도 지난 27일 ‘2차 등교 개학’ 이후 학교에 나가 수업을 듣고 있지만 교실에서 한국교육방송공사(EBS)의 교육 콘텐츠를 단순 시청하는 것으로 수업을 대체하는 경우가 있어 일부 학부모들이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초등학교 1~2학년의 경우 일주일에 하루이틀만 등교하는 학교가 많은데도 교실에서 EBS 강의를 듣는 것으로 수업을 대신하는 것은 가정에서 원격수업을 하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어 등교 개학의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고2·중3·초1~2·유치원생의 등교 개학을 사흘 앞둔 지난 24일 ‘학교 내 밀집도 최소화 조치 및 교원 업무 부담 경감 방안’을 발표하고 등교수업 기간에도 EBS TV프로그램과 학습꾸러미 등 원격수업 콘텐츠를 지속해서 제공해 온·오프라인을 연계한 수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학교 여건에 따라 학교에서의 등교수업과 가정 내 원격수업을 병행하는 이른바 ‘블렌디드 러닝’(Blended Learning·혼합수업) 방식으로 학사 운영을 하겠다는 방침인데, 등교수업에서도 원격교육 콘텐츠를 활용하게 한 데 따른 반발이다.

초등학교 2학년 학부모 김모씨(39·여)는 “학교의 주간학습계획을 보면 등교하는 날에도 4교시 중 2교시가 ‘EBS 강의 시청’으로 돼 있다”며 “집에서 모니터만 보면서 공부한 아이가 드디어 선생님과 얼굴 보고 수업할 수 있게 됐다고 생각했는데 학교에서도 EBS를 틀어 준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영상의 일부를 수업에 활용하거나 보조 자료로 보게 할 수는 있어도 아예 수업을 안 한다는 것은 교사들이 스스로 고유의 수업권을 내려놓은 것이 아니냐”며 “아이들 관리에 방역까지 신경 써야 하는 교사들도 고충이 많겠지만 1주일에 하루 나가는데 EBS를 보게 하는 것은 너무하다”고 토로했다.

서울 광진구에 거주하는 한 초등학교 1학년 학부모도 “아이에게 오늘 학교에서 뭐 했냐고 물어보니까 TV로 EBS 방송 보면서 수학 배웠다고 하더라”며 “그래도 대면수업이 원격수업보다 나을 것 같아서 불안해도 마스크 씌워서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건데 이렇게 운영된다면 등교시킬 이유가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인터넷 학부모 커뮤니티나 지역 맘카페 등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난리인데 학교에서도 EBS를 볼 거면 굳이 왜 등교를 하나 싶다”(타니***) “그냥 집에서 보게 하면 될 것을…이럴 거면 그냥 원격수업으로 전환하는 게 낫겠다”(Dus***) 등교 개학 이후 학교에서 EBS 강의로 일부 수업을 대체하는 것에 따른 아쉬움을 담은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대해 서울 중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2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한 교사는 “교사들도 계속 마스크를 쓰고 있어야 해서 장시간 수업을 진행하기 힘든 부분이 있고 전달력이 떨어지는 측면도 있다”며 “지식전달과 관련한 수업은 EBS 강의를 일부 활용하고 상호작용이 필요한 수업은 교사가 진행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등교 개학 이후 수업 진행에 대한 아쉬움과 함께 경기 부천 쿠팡 물류센터발 코로나19 지역사회 확진자 증가세도 가팔라지면서 가정학습을 사유로 한 교외체험학습을 신청하는 학부모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부에 따르면 등교 첫날인 지난 27일 전국에서 초등학생 2만8293명이 교외체험학습 신청을 하고 가정에서 원격수업을 들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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