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내고 마스크 원정 가야 하나”…맞벌이에겐 ‘그림의 떡’

  • 뉴스1
  • 입력 2020년 3월 3일 15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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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한 약국에서 ‘마스크 없음’이라는 문구를 붙여놓고 있다.(자료사진) © News1
서울 종로구 한 약국에서 ‘마스크 없음’이라는 문구를 붙여놓고 있다.(자료사진) © News1
정부가 전국 약국 2만4000여개를 통해 공적 마스크를 공급하고 있지만 시민들이 느끼는 ‘마스크 체감’은 차갑기만 하다. 특히 직장인이나 맞벌이 부부, 노년층은 상황이 녹록지 않아 공적 마스크는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다.

3일 서울 종로구 종로 5가 인근에선 출입문에 ‘마스크 없습니다’. ‘마스크·에탄올·마스크 품절’ 등 안내문을 붙인 약국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기자가 찾아간 약국 9곳 모두 비치해둔 일회용 마스크는 다 팔린 상태였고 공적 마스크가 입고되지 않아 약국을 찾아온 손님을 모두 빈손으로 돌려보내고 있었다.

A약국의 직원은 “오전 11시에서 오후 3시 사이에 공적 마스크가 들어오던데, 우리도 입고 시간과 마스크 수량을 미리 알지 못한다”며 “손님들도 약국을 방문했다가 때마침 마스크가 들어오면 그 자리에서 바로 사가는 것이지 별다른 방도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B약국의 직원 역시 “지나가는 손님들이 수도없이 마스크 들어왔느냐고 묻는다. 공적 마스크가 들어오면 5~10분이면 다 팔리고 없다”고 말했다.

C약국에선 손님 3명이 차례로 들어오더니 ‘마스크가 없다’는 약사의 말에 빈손으로 발길을 돌렸다. 60대의 한 시민은 “오늘 이 근처 약국을 계속 돌아보고 있는데 마스크를 찾을 수가 없다”며 “이렇게 힘들게 살 수밖에 없다는 게 말이 되는가”라고 말했다.

공적 마스크 판매처 중 하나인 약국에선 지난 주말부터 정부가 수급하는 마스크가 공급됐다. 대한약사회는 의약품 유통업체 지오영 컨소시엄(지오영)과 백제를 통해 전국 약국 2만4000여곳에 마스크를 순차적으로 배송하고 있다.

공적 마스크는 약국 규모에 상관없이 모든 약국에 최대 100매씩 배부된다. 가격은 1매당 평균 1500원으로 시중에 파는 마스크보다 저렴한 가격이 장점이다. 그러나 입고되면 5~10분이면 모두 팔릴 정도로 수요가 몰리는 데다가 입고 시간도 제각각이어서 마스크를 사지 못하는 시민들의 불만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한 약국의 약사는 “한 사람당 구매할 수 있는 수량이 5매인데, 100장이 들어온다 치면 20명에게만 판매해도 그날 수량은 소진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직장인이나 맞벌이 부부에게 공적 마스크 구매는 머나먼 이야기다. 약국 외에도 우체국(코로나 특별관리지역·읍면지역에서만 판매), 농협 하나로마트에서도 마스크를 구할 수 있지만 장시간 대기해야 하는 등 불편이 뒤따른다.

우정사업본부와 농협 하나로마트는 대기하는 시민들이 너무 오랜시간 줄을 서지 않도록 ‘번호표’를 배부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 2일 오후 대전역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매하고 있다. 이번행사는 중소벤처기업부와 코레일, 중소기업명품마루, 중소기업유통센터가 함께 주관했으며, 장당 천원으로 1인당 5개씩 2000명에게 마스크를 판매했다. © News1
지난 2일 오후 대전역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매하고 있다. 이번행사는 중소벤처기업부와 코레일, 중소기업명품마루, 중소기업유통센터가 함께 주관했으며, 장당 천원으로 1인당 5개씩 2000명에게 마스크를 판매했다. © News1
을지로에서 직장을 다니는 한모씨(31)는 “낮에 일하는 사람이 마스크를 구하러 약국, 농협을 가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는 것 같다”며 “발품을 파는 그 시간에 더 비싸더라도 온라인에서 일회용 마스크를 사거나 면 마스크를 사서 쓸 것”이라고 말했다.

7세 미취학 자녀를 둔 장모씨(36)는 맞벌이 부부라 만약 공적 마스크를 산다면 부부 중 한 사람이 하루 휴가를 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씨는 “내 주변에 하루 휴가를 내서 주변 약국이나 하나로마트 투어를 한 사람이 있었다. 미리 사둔 마스크로 버티고 있긴 하지만 만약 마스크가 다 떨어진다면 우리 가족도 그렇게 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혼 1년차 이모씨(32) 역시 “이번주까지 아내와 함께 재택근무를 해서 공적 마스크 구매가 다른 이들보다 용이한 상황이긴 하지만 마스크를 구하기가 일단 너무 어렵다”며 “다음주부터 다시 회사로 출근해야 하는데 그땐 공적 마스크는 아예 생각하지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년층에게도 공적 마스크는 ‘그림의 떡’이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온라인 접근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발품을 팔 수 밖에 없는데 오프라인에서도 마스크를 구하기가 쉽지 않아 난감하기만 하다.

종로에서 꽃집을 운영하고 있는 최모씨(78)는 “약국을 몇 군데를 돌아다녀도 마스크를 구할 수가 없었다. 인터넷도 이용할 줄 몰라서 내가 스스로 마스크를 사는 건 포기했고 손녀가 인터넷으로 마스크를 사다줘 그걸로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마스크 대란이 끊이지 않자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약국 공유시스템을 통해 개인별 구매 수량을 제한해 사재기를 막거나 주민센터를 통해 배급하자는 청원 등이 올라오고 있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19 대응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를 겸한 국무회의에서 “마스크를 신속하고 충분히 공급하지 못해 불편을 끼치는 점에 관해 국민들께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마스크 공급 문제를 이른 시일에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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