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돼도 괜찮다”는 전광훈…경찰, ‘공공의 위협’ 판단

  • 뉴시스
  • 입력 2020년 2월 26일 11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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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범투본 서울 집회 금지통고 결정
실효성 부족 감염병예방법 지원 고육책
집시법 제8조…공공의 안녕질서에 위협
잠복 감염자의 집회 참가 가능성 우려
"감염돼도 상관없다" 등 발언 문제삼아

경찰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에도 대규모 야외 집회를 강행한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을 상대로 집회금지를 통고해 배경이 주목된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에 따르면 ‘집단적인 폭행, 협박, 손괴, 방화 등으로 공공의 안녕 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집회 또는 시위에 대해 금지·강제해산을 할 수 있는데, 경찰이 이 집회를 ‘공공의 안녕 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26일 서울경찰청은 “범투본 등 일부 단체가 서울시의 집회 금지를 위반하고 집회를 개최해 공공의 안녕과 질서에 직접적인 위험이 초래됐다”며 “서울시에서 집회를 금지한 단체의 향후 집회 및 신고한 집회에 대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에 의한 금지통고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집회 강행 의사를 내비치고 있는 범투본 1개 단체를 상대로 한 조치로 해석된다. 경찰 관계자는 “당초 집회를 금지한 단체가 17개였는데 이 중 16개 단체는 스스로 안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며 “강행 의사를 보이고 있는 범투본에만 금지통고가 내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서울시의 집회 금지 명령에도 지난 22~23일 강행된 범투본 집회 현장에서 참가자들을 막거나 해산시킬 근거가 없었던 점에 대해 경찰이 고심 끝에 내놓은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지난 21일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광화문광장·서울광장·청계광장 등 도심 일대에서 집회를 금지했다. 이는 보건복지부 장관,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해 집회 등을 제한 또는 금지할 수 있다고 규정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에 근거한 조치였다.

그러나 감염병예방법에서는 지자체 공무원이나 충돌 대비 등을 위해 행정응원에 나선 경찰에게 참가자를 해산하고 통제할 권한까진 명시돼 있지 않다. 지난 22~23일 집회 현장에 50개 중대 3000명의 대규모 경력이 배치됐지만 범투본 집회가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었던 이유다.

감염병예방법 제80조(벌칙)는 집회 제한 및 금지 조치를 위반한 자에게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만 규정한다. 경찰이 주최자 및 참석자에 대한 엄중한 사법처리를 사전에 경고하기도 했지만, 처벌이 약하고 참석자 특정이 어려운 만큼 실효성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다.
경찰은 이에 형법학자 등 외부 전문가 다수에게 지자체의 집회 금지 조치를 뒷받침할 법적 자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그 결과 찾은 핵심 열쇠는 집시법 제8조의 ‘공공의 안녕 질서’다.

집시법 제8조는 ‘집회 또는 시위가 집단적인 폭행, 협박, 손괴, 방화 등으로 공공의 안녕 질서에 직접적인 위험을 초래한 경우에는 남은 기간의 해당 집회 또는 시위에 대해 신고서를 접수한 때부터 48시간이 지난 경우에도 금지 통고를 할 수 있다’고 명시됐다.

경찰은 코로나19 위기경보가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되고 서울 지역에서도 확진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범투본이 서울시와 종로구의 금지 명령을 어기고 집회를 강행하는 것을 공공의 안녕 질서에 대한 위협으로 봤다. 특히 잠복기인 감염자가 집회에 참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도 고려했다.

경찰은 또 일부 참가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촘촘히 앉아 구호제창 및 대화를 하고, 이 집회를 이끄는 전광훈(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구속) 목사가 “집회에 참석하면 걸렸던 병도 낫는다”, “감염 돼도 상관없다”고 발언한 것 역시 공공의 안녕 질서에 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의 금지통고에도 집회를 개최할 경우 집결저지, 강제해산, 사법처리 등으로 엄정히 대응할 방침”이라며 “앞으로 코로나19 위기경보가 심각 단계로 유지되는 가간 동안 지자체가 금지한 집회에 대해서는 집시법을 일관되게 적용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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