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환경 이야기]자연을 지배하려는 인간의 욕심이 ‘전염병 사태’ 불렀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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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와 바이러스

오리농법에 활용되는 오리들이 논 사이를 걸어가고 있다. 벼농사에 오리농법을 활용하면 오리가 논의 잡초나 벌레를 먹어 농약이 필요하지 않게 된다. 왼쪽 사진은 신종 바이러스로 고통받는 지구의 모습 상상도. 게티이미지코리아·동아일보DB
오리농법에 활용되는 오리들이 논 사이를 걸어가고 있다. 벼농사에 오리농법을 활용하면 오리가 논의 잡초나 벌레를 먹어 농약이 필요하지 않게 된다. 왼쪽 사진은 신종 바이러스로 고통받는 지구의 모습 상상도. 게티이미지코리아·동아일보DB
1932년 출판된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라는 책을 보면 1900년대 당시에는 생각지도 못했을 첨단 기술들이 등장합니다. 사람들이 시험관에서 태어나는 모습이나 영화 속 등장인물을 만지고 느낄 수 있는 기술 등이 대표적이죠. 헉슬리 말고도 미래 기술을 상상해 소설을 쓴 작가들은 많습니다.

그런데 여기 아주 무섭고도 두려운 일을 그린 소설이 있습니다. 배영익이 쓴 ‘전염병(대유행으로 가는 어떤 계산법)’이라는 소설입니다. 2013년 3월 출판된 책으로 기후변화에 따라 바이러스가 대유행 하는 가상의 이야기입니다. 간단한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 소설 속 ‘치명률 100%’ 감염병


북태평양에서 원양어업을 하던 배 청양호는 명태 조업을 마친 후 냉동 창고가 고장 난 것을 확인하고 이 사실을 회사에 보고했습니다. 회사는 근처에서 조업하던 백양호를 보내 청양호 안의 명태를 옮겨 실은 후 돌아오라고 지시했습니다. 청양호는 백양호가 올 때까지 러시아 베링해의 빙하를 깨 필요한 얼음을 대체해 버틴 뒤 백양호에 무사히 명태를 넘깁니다.

그런데 청양호에 있던 사람들이 어떤 바이러스에 집단 감염되게 됩니다. 청양호 선원들이 깼던 빙하에는 수만 년 이상 숨죽이던 바이러스가 있었던 것입니다. 해동된 바이러스는 활동을 재개했습니다. 달처럼 생긴 이 바이러스는 ‘문(moon)바이러스’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붉은 반점이 생기고 각혈(기침할 때 피를 토하는 증상)을 하면서 심한 우울증에 빠집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바이러스에 걸린 사람들은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고 다른 사람에게 전염을 시키려는 강한 욕구가 생깁니다. 만약 감염시키는 게 여의치 않으면 자신이 위기에 빠진 것처럼 거짓 행동을 하다가 상대방이 다가올 때 무섭게 달려들어 감염을 시킵니다. 흥미로운 것은 감염자가 비감염자를 본능적으로 안다는 사실입니다.

청양호는 기관 고장으로 침몰했지만 생존자가 있었습니다. 어기영은 25세에 대학 등록금을 벌기 위해 청양호에 올랐던 인물입니다. 한국에 무사히 도착한 어기영은 대학 동기를 비롯해 여러 사람을 감염시키기 시작합니다. 경찰은 과거 청양호에서 명태를 건네받은 백양호 선원들이 문바이러스에 감염돼 전원 사망하자 이들과 접촉했던 인물을 추적하게 됩니다.

경찰은 마침내 어기영을 찾아내고 그가 침몰한 청양호의 유일한 생존자임을 알아냅니다. 그리고 그가 문바이러스 항체를 갖고 있을 수 있다는 희망을 품죠. 그러나 어기영은 필사적으로 도망칩니다. 그 사이 감염자와 사망자는 점점 늘어만 갑니다. 문바이러스의 치사율은 100%에 달해 전국은 비상 상황에 돌입합니다. 우리나라를 넘어 북반구 대도시에도 감염의심환자가 발생하면서 공포는 전 세계로 퍼집니다. 세계 증시는 사상 최대로 폭락했고 서울은 공포의 진원지로 외부와 차단돼 갑니다.

○ 감염병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다


이 소설이 출간된 후 우리나라는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를 겪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고 있죠. 메르스는 박쥐를 먹은 사향고양이가 낙타와 접촉한 후 낙타가 사람에게 옮긴 것으로 추측됩니다. 코로나19도 박쥐에 의해 감염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998년 퓰리처상을 받은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저서 ‘총·균·쇠’에는 인류문명에 대한 가축의 영향이 자세히 소개돼 있습니다. 농업에 가축이 활용되면서 소나 돼지 등에 서식하던 병균들의 돌연변이가 발생한 거죠. 소에서 홍역·결핵·천연두가, 돼지로부터 백일해·인플루엔자가 유행하게 됩니다. 에이즈(AIDS·후천면역결핍증)도 아프리카 원숭이가 가진 바이러스의 변종입니다. 동물들이 가축이 된 뒤 인간과의 접촉이 늘어나면서 병균들이 진화한 것입니다. 이를 인수공통전염병이라고 합니다.

가상의 이야기지만 배영익의 소설처럼 기후 변화로 인해 빙하가 녹으면서 새로운 바이러스가 인류를 감염시킨다면 어떤 파국이 올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1346년에서 1353년 사이에 대유행한 흑사병으로 유라시아 대륙에서 최소 7500만 명에서 최고 2억 명에 달하는 사람이 죽었습니다. 바이러스의 경우 변종이 되는 속도가 빨라 대처에 곤란을 겪기 때문에 많은 인명 피해가 예상됩니다.

○ 유기농 확산에 힘쓰자

제러미 리프킨은 ‘생명권 정치학’에서 “현대의 위기는 자연과 분리돼 자연을 지배하고 소유해 인간 존재의 안정을 도모하려는 방식이 오히려 인간의 안정을 위협하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어떻게 하는 것이 자연을 지배하거나 소유하지 않고 인간 존재의 안정을 지키는 것일까요?

먼저 자연을 조작 대상으로 보는 관점을 버려야 합니다. 유기농이 이러한 관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벼농사 중 ‘오리농법’이라는 농사법이 있습니다. 오리를 논에서 키우면서 오리가 잡초나 벌레를 먹게 하는 방식이죠. 이 경우 농약을 사용하지 않아도 벼농사를 지을 수 있게 됩니다. 오리의 배설물은 벼의 거름이 되므로 화학비료 역시 필요 없게 됩니다. 말하자면 인간과 오리, 벼가 공생관계를 맺는 것입니다.

이 외에 우렁이 농법, 태평 농법 등 다양한 유기농은 인간이 자연을 대상화하지 않고 상생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입니다. 최근에는 닭을 좁은 닭장에서 벗어나 방사해서 키우고, 사료가 아닌 목초를 먹여 달걀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인간과 자연 사이의 선순환을 위해 유기농을 선택하는 현명한 소비자가 돼 보면 어떨까요?

이수종 서울 신연중 교사
#기후변화#바이러스#감염병#코로나19#유기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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