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폐렴 슈퍼전파자 나올까…‘메르스 악몽’ 떠오른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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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1월 22일 09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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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 지난 2003년 중국 대륙을 휩쓴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에 버금갈 정도로 퍼져나갈지, 아니면 조기에 소멸할지는 슈퍼전파자 관리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2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슈퍼전파자는 면역 체계가 망가져 고농도의 바이러스를 많은 사람에게 퍼트리고 감염을 일으키는 환자를 말한다. 5년 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유행으로 국민 38명이 숨진 우리나라로서는 중국 내 슈퍼전파자 등장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당시 한국 보건당국은 슈퍼전파자에 대한 개념이 희박했고 초기대응에도 완전히 실패했다. 평택성모병원에서 1차 병원 내 전파를 막지 못하면서 메르스가 전국적으로 퍼져나갔다.

면역력이 약한 환자들이 모여 있는 병원에서 감염병이 확산하는 건 보건당국이 생각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우한 폐렴을 일으킨 병원체가 기존의 사스, 메르스와 유사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인데다, 감염경로 또한 감염자 침과 콧물 등이 다른 사람의 입과 코로 들어가는 ‘비말감염’이라는 점도 우려스럽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증상이 나타나기 직전부터 감염력을 보이는 특성을 가졌다. 인체 내 잠복기도 2~4일로 짧은 편이다. 비말감염에 짧은 잠복기까지 감염병 유행에 적합한 환경을 다 갖춘 셈이다.

국내에서 꾸준히 우한폐렴 유증상자(의심환자)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2015년 메르스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당시 메르스 슈퍼전파자들은 심한 폐렴 증상을 보였고 증상이 발현돼 확진을 받기까지 8.2일이 걸려 일반 감염자 4.6일에 비해 약 2배로 길었다.

폐렴 확진자를 치료하는 의료진 감염도 조심해야 할 부분이다. 중국에서는 의료진의 우한 폐렴 감염이 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폐렴 확진자가 격리병상에 입원 중이고, 치료 시작 단계부터 병원체 차단율이 95%인 N95마스크와 방호복 등을 의료진에게 지급해 감염 위험은 낮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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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국내에서는 지역전파 사례가 확인되지 않았지만, 중국에서 국내로 입국하는 사람이 하루에만 약 3만명에 달하고 중국 내 우한 폐렴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어 한국 보건당국으로서는 긴장의 끈을 놓기 어렵다.

중국 설인 춘제(春節) 기간에 감염자가 속출할 경우 슈퍼전파자 등장을 염두에 둔 강화된 방역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는 중국에서 국내로 입국하는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검역시스템을 가동하기 어렵다고 보고, 감염병 재난 위기경보를 현행 2단계인 주의(노란색) 상태를 유지하기로 했다.

국내 감염병 전문가들은 중국에서 슈퍼전파자가 나오지 않더라도 중국 보건당국이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한 것으로 믿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도 중국 당국으로부터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한다고 보고 감시 및 진단체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우한 폐렴의 중국 내 지역전파가 확실해진 만큼 유행은 피하기 어렵다”며 “어느 수준으로 확산할지를 지켜보고 국내 검역체계를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한편 21일 오전 9시 기준으로 국내에서 발생한 우한폐렴 유증상자(의심환자)는 총 11명이다. 그중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현재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이 있는 인천의료원에서 격리치료를 받고 있다.

감시를 해제한 의심환자 7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아닌 인플루엔자(독감)와 사람메타뉴모바이러스 등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검사가 진행 중인 나머지 의심환자 3명의 감염 여부는 조만간 확인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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