父사인 놓고 병원과 5년간 싸운 딸…法 “임상시험 대상여부 공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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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2월 26일 15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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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아버지가 임상시험 대상자에 포함됐는지를 문의했다면, 사후에라도 병원에서 이를 공개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박형순)는 숨진 A씨의 자녀가 서울아산병원 임상심의위원회를 상대로 낸 임상시험 대상자 여부에 대한 정보공개 부작위 위법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6일 밝혔다.

A씨는 서울아산병원에서 2010년 6월 전립선암을 진단받고 치료를 받던 중 2015년 7월16일 사망했다.

이후 A씨의 자녀는 2009년 4월~2017년 5월 자이티가(Zytiga) 라는 신약의 유효성분의 3상 임상실험이 미국, 호주 등 전 세계에서 이뤄진 사실을 알게 됐다. 의무기록을 살펴본 A씨의 자녀는 아버지 역시 2012년 6월께 이 약을 복용한 사실을 확인하게 됐다.

A씨는 서울아산병원 병원장, 주치의 등에게 해당 약물의 사용여부, 임상시험 대상자 포함 여부 등에 대해 문의를 했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 이에 A씨는 소송을 냈다.

병원 측은 “정보공개법이 정하는 공공기관 내지 행정청이 아니므로 정보를 공개할 의무가 없다”며 “설령 A씨에 대해 임상시험이 이뤄졌다고 하더라도, 투약기록과 같은 환자의 정보는 병원 측에서 보관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어떤 사람이 특정 임상시험의 대상이 되었는지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는 가운데 병원 치료 중 사망할 경우, 사망원인의 후속 조치를 위해서라도 임상시험 대상 여부를 공개하는 것이 맞다”며 “피고 역시 이같은 사실을 확인하는 게 어렵지도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는 원고가 이 사건 신청을 접수한 4년9개월 이상 정보 공개 여부에 대한 아무런 결정도 하고 있지 않다”며 “생명윤리법을 보더라도 A씨 자녀는 이같은 소를 제기할 권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임상시험 등 인간대상연구에 관한 정보 비대칭성을 고려하면, 연구대상자와 기관위원회가 어떠 동등한 지휘 하에서 각자의 권리를 대등하게 주장할 수 있는 관계라 볼 수 없다”며 “인간대상 연구대상여부 등 자기결정권의 핵심적 영역에 해당하는 사항의 경우 개개인에게 알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해당 판결에 불복한 병원 측은 항소장을 제출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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