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에게 알려질까 걱정”…전세계 이목 끈 ‘한글 이름’

  • 뉴스1
  • 입력 2019년 11월 30일 09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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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2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방탄소년단(BTS) ‘’브 유어셀프: 스피크 유어셀프 [더 파이널] ‘콘서트가 열리고 있다. (빅히트 제공) 2019.10.29/뉴스1 © News1
10월2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방탄소년단(BTS) ‘’브 유어셀프: 스피크 유어셀프 [더 파이널] ‘콘서트가 열리고 있다. (빅히트 제공) 2019.10.29/뉴스1 © News1
박원순 서울시장이 일본 쓰카다 메구(塚田芽久)씨를 위해 한글이름 ‘누리아란’을 적고 있다.(서울시 제공) © 뉴스1
박원순 서울시장이 일본 쓰카다 메구(塚田芽久)씨를 위해 한글이름 ‘누리아란’을 적고 있다.(서울시 제공) © 뉴스1
“전 세계 ‘아미’들에게 알려질까 걱정이에요”

외국인에게 한글 이름 지어주기 사업을 펼친 서울시 담당자의 농담 섞인 하소연이다. 생각보다 관심이 높아 직원들이 고생했는데 혹시 두터운 팬덤을 보유한 방탄소년단 팬클럽이 단체신청이라도 할까 봐 걱정이라는 것이다.

30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 한글날을 기념해 시 외국어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을 받아 외국인에게 한글 이름을 지어주는 사업을 진행했다.

딸과 함께 아미에 가입한 영국 엄마, 태권도를 사랑한다는 프랑스 청년, 아들에게 한글 이름을 지어주고 싶다는 캐나다 입양자 등 각 국에서 다양한 사연이 쏟아졌다. 흥미로운 사연 몇가지를 골랐다.

저는 영국의 Deborah Lynas입니다. 49살 아미이며, 18살인 제 딸 역시 아미입니다. 우리는 한국의 모든 것을 사랑해 문화, 언어를 배우려고 노력해왔습니다. 공부할 교재를 구입했고, 한국 음식을 먹습니다. 좋아하는 음식은 오리고기덮밥과 새우만두인데 더욱 다양한 음식을 먹어보고 싶습니다.

그래서 3주 동안 한국 여행을 하기 위해 1년 간 돈을 모으고 있습니다. 유튜브에서 한국에 관한 많은 TV 쇼를 보았으며 지금은 케이팝만 듣습니다. BTS와 케이팝을 세상에 공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한글 이름이 생긴다면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일 것입니다. (한글 이름 ‘채울보라’, 여러 경험과 좋은 에너지로 삶을 풍성하게 채우고 보람 있는 인생을 살라는 뜻)

저는 프랑스의 Lepert Marie입니다. 태권도 덕분에 한국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우울하고 아주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을 때 태권도가 저를 구해줬습니다. 지금 제 삶은 기본적으로 태권도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한글 이름은 태권도인으로서 제 이름이 될 것이며 주변 사람들과 한국에 대한 제 열정을 공유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한글 이름 ‘태보란’, 태권도를 통해 보란 듯이 멋지게 사는 귀한 분)

저는 캐나다에 사는 Samuel의 엄마입니다. 저는 1981년 한국에서 입양됐는데 제 아들이 한글 이름을 갖기를 원합니다. 아이가 자신의 뿌리인 한국과 좀 더연결된 느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 한글 이름은 김선화입니다. 아들이 제 한글 이름을 따른 한글 이름을 갖기를 바랍니다. (한글 이름 ‘금빛찬, 금빛처럼 빛나는 사람)

저는 이탈이아의 Alessandra Fregona입니다. 제가 원하는 성은 송입니다. 이유는 약간 엉뚱합니다. 제가 노래하는 것을 너무 좋아하고, 배우 송지효의 팬이기 때문입니다. (한글 이름 송세울, 세상을 세우는 사람)

시는 이렇게 사연을 받아 심사를 거쳐 회차별로 10명 내외의 대상자를 선정했다. 이들의 사연과 원하는 이름의 의미를 바탕으로 한글문화연대, 세종학당 등 한글단체에 의뢰해 이름을 지었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자필로 한글 이름을 적어 대상자들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원래는 한글날에 맞춰 이벤트성으로 진행하려 했는데 첫 접수 때부터 많은 신청이 몰려 2차 신청까지 받았다. 10월 한 달 동안에만 92개국, 797명이 신청했다고 한다. 올 크리스마스에 맞춰 한번 더 진행할 계획이다.

이렇게 많은 인기를 얻으면서 직원들이 업무량이 늘어 고생을 했다는 후문이다. 한 담당 직원은 “다양한 나라의 언어를 번역하고 원하는 이름을 찾아주려다 보니 처음에는 즐겁게 일을 시작했는데 나중에는 녹초가 됐다. 내년 신청 때는 구글 번역기 등을 통해 한글로 사연을 작성하게 하자는 의견도 나왔다”고 웃으며 말했다.

시는 내년에는 정식 사업화해 연중 한 달에 한번 정도씩 신청을 받아 이름을 지어줄 계획이다. 서울시의회에서도 이번 사업에 좋은 평가를 내리고 예산을 편성해줄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진영 서울시 시민소통기획관은 “이번 사업이 예상보다 큰 관심을 받으면서 새로운 한류로 발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한류가 한국 음악, 영화, 드라마에서 시작돼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됐고, 또 한글에 대한, 한글 이름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면서 한류의 또다른 물결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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