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백남기 주치의, 유족에 4500만원 지급”…변호인 “증거제출 기회 안줘”

  • 뉴스1
  • 입력 2019년 11월 26일 14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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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백남기 농민© News1
고(故)백남기 농민© News1
법원이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숨진 고(故) 백남기씨의 사망진단서에 외인사가 아닌 병사라고 기재한 백씨의 주치의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8부(부장판사 심재남)는 26일 백씨의 유족들 4명이 백선하 서울대 교수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백 교수는 유족들에게 총 45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이날 백 교수 측 대리인은 “의학적 증거를 제출할 기회를 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선고를 늦춰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리인은 재차 항의했지만, 재판부는 “더 반대하면 퇴정을 요청한다”며 선고를 강행했다.

백씨는 2015년 11월14일 민중총궐기 시위에 참가했다가 머리 부위에 경찰 살수차가 쏜 물대포를 맞아 두개골 골절을 입어 2016년 9월25일 숨졌다. 유족들은 당시 사망 원인을 외인사가 아닌 병사로 기재한 백 교수와 서울대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지난 10월25일 법원은 백씨 유족들이 서울대병원과 당시 주치의 백선하 교수를 상대로 낸 1억35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총 5400만원을 배상하라는 화해권고 결정을 했다.

재판부는 백씨 사망진단서에 ‘외인사’가 아닌 ‘병사’라고 잘못 기재한 책임에 대해 서울대병원과 백 교수가 공동으로 4500만원, 백씨 의료정보를 경찰에 누설한 책임에 대해 서울대병원이 900만원 등 총 5400만원을 유족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의사에게 사망진단서 작성에 관한 합리적 재량이 부여되지만 이를 벗어나면 위법하다”며 “백 교수가 레지던트에게 사망진단서 작성을 지시하면서 백씨의 사망종류를 ‘병사’로, 직접사인을 ‘심폐정지’로 쓰게 한 것은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이며 서울대병원은 사용자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민사소송법상 법원은 소송 중에 사건의 공평한 해결을 위해 직권으로 당사자의 이익 등을 참작해 청구 취지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화해권고 결정을 할 수 있다. 이는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을 갖기에 소송 당사자들이 2주 이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민사소송은 더 진행되지 않는다.

그러나 백 교수는 지난 1일 법원의 화해권고 결정에 불복해 재판이 재개됐다.

선고 결과에 백 교수 측 대리인은 즉각 반발했다. 백 교수 측 변호사들은 ‘울분과 개탄, 또 하나의 사법 치욕의 날’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이들은 “이 사건에서 백 교수가 허위진단의견을 냈다고 단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그럼에도 재판부가 백 교수의 손해배상을 인정한 것은 1,2심 법원의 판결이 다른 경우 1심 판사들에게 불법행위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것과 같은 사례로서 매우 충격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백 교수는 스스로 의견을 설명할 수 있는 당사자 본인신문신청을 하고 의사협회 등에 진료기록 감정신청을 할 계획임을 밝혔다”며 “그런데 재판부가 진실을 밝힐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채 모든 신청을 묵살하고 판결을 강행한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는 의사로서의 양심을 짓밟은 재판의 형식을 빌린 정치판단일 뿐이며, 재판부는 이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을 경고한다”며 “법적 투쟁을 계속하는 동시에 직접 국민을 상대로 백 교수 의견이 옳았음을 알리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싸워나갈 것을 천명한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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