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지웅 눈물…“386들은 사기만 쳐, 난 젊은 세대의 본 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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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0월 30일 13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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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이후 386세대 지탄 늘어나
청년들 좌절…스스로 기득권 깨자는 반성도

사진=허지웅 인스타그램
사진=허지웅 인스타그램
작가 겸 방송인 허지웅이 29일 소셜미디어(SNS)에 눈물을 흘리며 노래하는 영상을 올렸다. 그러면서 “악플러보다 386세대가 더 나쁘다”는 글을 남겼다. 386세대는 1960년대에 태어나 1980년대 대학에 다니면서 학생운동과 민주화 투쟁에 앞장섰던 세대이다.

혈액암 투병 후 최근 방송에 복귀한 허지웅은 젊은 팬들에게 전하는 듯한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 속 허지웅은 의자에 앉아 서유석의 ‘홀로 아리랑’을 불러나갔다. 눈을 감고 노래를 이어가던 허지웅은 이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특히 “손잡고 가보자”라는 구절에서는 오열하며 자신의 뺨을 내리쳤다.

그는 함께 올린 글에서 “아무리 지독한 악플러도 이해할 수 있지만 윤리적, 자본적 헤게모니를 모두 거머쥘 수 있었고 그래서 영원히 은퇴하지 않을 전 세계 유례없는 한국의 386과 그의 그루피들에 대해 유감이 많다”라고 했다.

이어 “병의 재발 없이 계속 살 수 있다면 젊은 세대의 본이 될 수 있었으면 한다. 난 그게 너무 절실했는데, 그런 386들은 사기만 쳤다. 한국 역사상 최고의 꿀을 빨았으면서도 세상 피해자인척 하느라. 부동산이 있으니까”라고 덧붙였다.

1979년생인 허지웅은 X세대이다. 386세대의 바로 아래 세대로 분류된다. 그가 눈물로 윗세대를 비판하며 2030세대와 함께 가겠다는 바람을 전한 것이다.

이처럼 최근 386세대의 해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 시발점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다. 386 지식인으로 존경 받아왔던 조 전 장관을 둘러싼 의혹이 불거지면서 상당수 젊은이들은 좌절감을 맛봐야 했다.

한 고려대 재학생은 조 전 장관의 딸이 특권층인 부모를 뒀다는 이유로 입시 혜택을 봤다는 의혹을 접하고 무기력함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교내 커뮤니티 ‘고파스’에 “지방에서 나름대로 공부해 정시로 입학했고 자랑스러웠는데 이번엔 정말 힘이 빠진다. 수많은 편법과 탈법 속에서 오히려 평범이 죄가 되는 기분”이라고 글을 남겼다.

같은 386세대 안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30대부터 20년 간 독식한 권력을 이제는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철희 의원. 사진=동아일보DB
이철희 의원. 사진=동아일보DB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언론인터뷰에서 “386세대는 사회적으로 장기 집권했다. 20~30대가 사회적 룰을 짜는 국회에 들어와 세대의 이해관계를 대변할 때 386세대 위주의 기득권 구조를 깰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되면 물갈이를 넘어 판갈이도 가능하다”며 “20~30대 의원이 서른 명만 되면 국회가 역동적, 미래지향적으로 간다”고 했다.

386세대를 사회 불평등의 원인이라고 저격한 서적도 출간됐다. 이철승 서강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저서 ‘불평등의 세대’를 통해 사회 불평등을 촉발한 원인이 386세대라고 지적했다.
이철승 서강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사진=동아DB
이철승 서강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사진=동아DB

이 교수는 386세대를 중심으로 형성된 노동시장 속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 근로자간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386세대가 사회적 지위를 독점하는 바람에 계층 상승의 기회를 얻지 못한 청년들은 회의감에 빠지고 비관하는 등 사회적 폐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자산과 기회를 자기 자식에게만 물려주려 하지 말고, 자식 세대 전체에게 물려주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함나얀 동아닷컴 기자 nayamy9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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