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 사고’ 피해자 “2층으로 외국인 올려보내라는 지시 있었다”

  • 뉴스1
  • 입력 2019년 7월 30일 15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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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오전 2시39분쯤 광주 서구 한 클럽에서 복충 구조물이 무너져 2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진은 클럽 내 손님들이 무너진 구조물을 손으로 떠받치고 있는 모습.(광주지방경찰청 제공)2019.7.28/뉴스1 © News1
지난 27일 오전 2시39분쯤 광주 서구 한 클럽에서 복충 구조물이 무너져 2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진은 클럽 내 손님들이 무너진 구조물을 손으로 떠받치고 있는 모습.(광주지방경찰청 제공)2019.7.28/뉴스1 © News1
광주 C클럽에서 복층 구조물이 무너져 2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사고 당일 클럽 측이 2층에 마구잡이로 사람들을 올려보냈다는 증언이 나왔다. 증언은 조례에 규정된 안전기준을 지키지 않았다는 의혹을 뒷받침한다.

사고 피해자 A씨(28)는 30일 뉴스1과 통화에서 “클럽 관계자들이 외국인들을 2층으로 올려보내라는 지시를 받고 마구 올려보냈다”며 “별도로 2층 입장을 제한하거나 막는 사람은 없었다”고 밝혔다.

평소 C클럽을 자주 찾았다는 A씨는 당시 무너져내린 복층 구조물 바로 아래 테이블에서 지인들과 술을 마시고 있었다.

A씨에 따르면 이 클럽은 금요일 밤과 토요일 새벽 시간에 손님이 가장 많다. 이른바 ‘불금’이면 350~400여명이 몰려 꽉 들어찬다.

사고 당일에도 손님들로 북적였고 그날은 유독 외국인이 많았다고 한다.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경기를 마친 팀들이 C클럽을 찾은 것도 한 이유다.

경찰 조사 결과 등을 보면 수영대회 여자 수구 결승전에서 우승한 미국 선수들과 동메달을 딴 호주 선수들, 브라질과 네덜란드 등의 선수들이 C클럽에 있었다.

미국팀의 경우 여자 선수 우승을 축하하기 위해 남자 수구대표팀도 함께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수구는 한 팀당 13명 이상이기 때문에 미국 남녀 수구팀만 하더라도 20명이 넘는다. 다른 팀들을 합하면 최소 40~50명의 외국인이 당시 C클럽을 찾았다.

클럽 측은 외국인들을 2층으로 올려 보냈다. 2층은 평상시 손님들이 잘 찾지 않는 곳이라고 한다.

A씨는 “클럽을 찾는 한국 사람들은 대부분 1층을 선호해 2층에 잘 가지 않는다”며 “사고가 난 그 날만큼 2층에 사람이 몰렸던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1층에 외국인과 한국인이 섞여있으면 아무래도 사소하게 부딪힌 걸로도 싸움이 날 우려가 있기 때문에 클럽 차원에서 외국인들을 마구 올려보낸 것 같다”고 전했다.

이번 사고로 무너져내린 복층의 철제 구조물 갑판 위에는 당시 40~50명의 사람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A씨는 “머리 위에서 구조물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는 등 사고의 조짐이 보였다”며 “평소에도 2층 구조가 좀 불안했는데 유난히 사람이 몰려 사고가 터졌다”고 말했다.

A씨는 복층 구조물이 무너지면서 머리를 가격 당해 그대로 테이블을 들이받은 후 의식을 잃었다. 그는 스프링클러가 작동되고 천장에서 물이 쏟아지자 정신을 차렸다.

A씨는 “사고 직후 사람들이 무너진 구조물을 손으로 겨우 지탱하고 있었지만 클럽에선 계속 음악이 흘러나왔고 어떤 조치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고 피를 흘리면서 난리가 났는데 클럽에서는 음악이 5분간 더 흘러나왔다”며 “당시 사람들이 영업을 할 게 아니라 조치를 취해야지 미친 거 아니냐며 다들 분통을 터뜨렸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A씨는 이 사고로 머리를 다쳐 뇌출혈이 발생해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그는 “부상자 중에는 어깨뼈가 부러져 거동이 불가능한 사람, 척추뼈 3개가 골절된 사람, 목뼈가 골절돼 수술을 받은 사람 등이 있다”며 “사망자 외에 부상자 대부분이 가벼운 타박상을 입었다는 일부 보도는 잘못됐다”고 전했다.

A씨의 말을 종합하면 평상시 잘 가지 않던 2층에 외국인과 선수들을 올려보냈고, 하중을 견디지 못한 구조물이 무너지면서 사고가 났다. 이 과정에서 안전 조치는 없었던 걸로 보인다.

‘광주시 서구 객석에서 춤을 추는 행위가 허용되는 일반음식점의 운영에 관한 조례’ 7조에 따르면 영업장내 입장인원을 객석면적 1㎡당 1명으로 제한한다. 3.3㎡(1평)당 3명 정도다.

안전요원은 영업장면적 100㎡이하에 1명 이상을 배치하고 영업장면적이 100㎡를 초과하면 1명씩 추가 배치하도록 한다.

하지만 2층으로 통하는 입구에 별도로 인원을 제한하거나 통제하는 인력은 없었다.

C클럽은 1층 396.09㎡(119평), 2층의 좌우 복층을 합쳐 108㎡(32평)으로 총 504.09㎡의 규모다. 무너진 공간은 25㎡ 안팎(7~8평)이다. 수용 가능 인원은 20~25명이지만, 실제로는 40~50명 정도가 올라가 안전규정을 위반한 셈이 된다.

형사과, 수사과, 마약수사대 등으로 구성된 광주클럽안전사고수사본부는 “당시 클럽 내부에 직원 등 관계자가 몇 명정도 있었는지는 확인 중”이라며 “안전요원에 대한 정의가 불분명한만큼 관련 기준 등을 면밀히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27일 오전 2시29분쯤 광주 서구 C클럽에서 복층 구조물이 무너져내려 2명이 숨지고 25명이 중경상을 입는 등 2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C클럽은 불법 증개축, 특혜성 조례와 공무원 유착 의혹 등이 불거지며 전방위적인 조사를 받고 있다.

(광주=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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