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헌법불합치] “낙태 합법화 국가, 낙태율 낮아” VS “사회 인프라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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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4월 11일 19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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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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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낙태죄 처벌 조항이 헌법에 합치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오자 환영과 우려의 목소리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헌재의 결정에 환영의 뜻을 밝힌 고경심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이사는 11일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와 인터뷰에서 “숨죽여왔던 여성들의 목소리가 반영이 됐다. 의료인으로서는 여성의 건강권을 지킬 수 있는 변화의 계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어 “낙태가 불법화됨으로써 음지에서 낙태 시술이 시행되고, 불법적인 낙태 약물들이 횡행하면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드러났다”며 “그런 것들이 해소될 수 있는 새로운 출발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무분별한 낙태가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선 “낙태가 합법화된 유럽의 통계를 보면 오히려 낙태율이 더 낮다”며 “낙태에 대한 법적 규제보단 양육지지제도, 미혼모나 비혼가족에 대한 차별이나 편견이 없는 것들이 낙태율에 더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헌재 결정은 어떤 법의 개정 내용을 구체적으로 정한 건 아니다”며 “오히려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인정해줘서 새로운 법 개정의 길을 열어주는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의 개정 방안은 여성의 재생산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같은 방송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낸 최안나 국립중앙의료원 난임센터장은 “낙태가 여성을 더 건강하게 하는 의료시술이 아니기 때문에 (낙태죄 폐지를) 반대해 온 것”이라며 “의학적으로는 낙태를 안 하는 게 여성들은 가장 안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낙태를 안 할 수 있게 하는 사회적 인프라가 중요하다. 그런 게 되지 않은 상태에서 낙태죄 헌법 불합치 판정이 나와서 매우 걱정이 되고 있다”며 “여성들이 낙태를 쉽게 할 수 있게 하는 것보다 안 할 수 있게 돕는 사회를 먼저 만들어야 되는데 이게 순서가 바뀐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처벌 대상에 낙태죄가 있어도 우리 모자보건법 14조에 여러 가지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조항이 있다. 불합리한 모자보건법의 낙태 기준을 합리적으로 개선하면서 낙태를 안 할 수 있도록 서둘렀어야 했다”며 “지금 이 상황이 여성들에게 훨씬 더 위험해질 수 있다. 앞으로 남은 1년 동안 정부는 이것에 대한 대비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낙태하고 싶어서 일부러 임신한 여성이 어디 있겠나. 임신은 같이 해 높고 남자는 책임을 안 져도 아무 문제가 없다”며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계류 상태로 돼 있어서 결국은 사회적으로 낙태를 강요 당하는 여성들을 우리가 보호를 못해 왔던 거다. 그러니까 이것에 대한 것이 우선이다. 반드시 아기 아빠가 양육을 책임질 수 있게 해야 한다. 안 되면 형사처벌까지 가능한 그런 게 먼저 돼야 한다”고 밝혔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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