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환경 이야기]나들길 - 갯벌 - 방풍림… ‘경계의 섬’ 강화도가 품은 자연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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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의 접경지역 강화도

강화 나들길 8코스의 황산도 덱길. 어판장을 중심으로 양쪽 해안가에 설치돼 갯벌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강화군 제공
강화 나들길 8코스의 황산도 덱길. 어판장을 중심으로 양쪽 해안가에 설치돼 갯벌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강화군 제공
올봄 유난히 불이 많이 나는 것 같습니다. 지난달 13일 서울 은평구 불광동 본보기집에서 불이 나더니 같은 날 경기 고양시 덕양구 덕은동 공장에서도 화재가 났습니다. 조금 더 멀리 인천 강화도 진강산에서는 해병대 사격 훈련 중 화재가 나서 진압하는 데 19시간이나 걸렸다고 합니다.

그런데 강화도에 해병대가 왜 있을까요? 그곳은 북한과의 ‘접경지역’입니다. 한반도에서 유일무이하게 중립수역이 있습니다. 한강 하구 중립수역(Han River Estuary Neutral Zone)입니다. 최근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 문제로 1953년 정전협정 이래 63년 만에 처음으로 민정경찰이 투입됐습니다.

1953년 정전협정 시 군사분계선이 경기 파주시 탄현면 만우리까지만 설정됐기 때문에 군사분계선 끝에서 강화군 볼음도까지는 중립수역으로 선포됐습니다. 67km에 이르는 이 구역은 유엔군사령부가 관할하며 군사협정위원회의 허락을 받아야 선박을 운항할 수 있습니다. 최근 남과 북의 화해무드로 협력시대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고양, 김포, 인천, 강화 등 인접지역에서 활동하는 시민들이 한강하구 중립수역을 남북 공동으로 ‘람사르 습지’로 등록하자는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람사르 습지에 관한 협약은 습지를 보전하기 위해서 1975년 12월에 발효됐습니다. 우리나라는 1997년 7월 28일 101번째로 람사르 협약에 가입했습니다. 이 지역을 중심으로 다양한 개발에 대한 의견이 제시되면서 자칫 한강하구 중립수역이 가진 생태·문화적 가치를 훼손할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죠.


한강하구 중립수역의 중심에 있는 곳은 ‘강화도’입니다. 강화도에는 남과 북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만들어진 한강하구 중립수역이라는 경계가 있습니다. 경계는 어떤 것을 파악할 때 참 편리한 개념입니다. 강화도의 상황은 한강하구 중립수역이라는 경계로 알 수 있으니까요.

강화도에는 이런 경계가 몇 가지 더 있습니다. 남북 군사 대치 상황 이외에 바다와 육지, 도시와 농촌의 경계가 있습니다. 바다와 육지가 만들어낸 경계는 갯벌, 방풍림, 나들길, 대룡시장 등이 있습니다.(표 참조) 이 유산들은 환경교육과 평화교육의 귀한 소재가 될 수 있습니다. 이것들을 잘 활용한다면 강화도는 자연을 덜 훼손하고 지역경제도 살리며 환경교육과 평화교육의 장으로 이름을 빛낼 수 있을 것입니다. 차례대로 이곳을 알아봅시다.

남과 북의 대치 상황이 만든 경계인 한강하구 중립수역은 민물과 짠물이 만나서 만든 기수역이 있습니다. 개발로 인해서 현재 남아 있는 기수역은 섬진강과 한강 하구가 전부입니다. 규모와 보존 면에서 한강하구는 남한에서 가장 중요한 기수역 생태계여서 환경교육의 장이 될 수 있습니다.

나들길, 갯벌, 방풍림도 있습니다. 육지에서는 둘레길, 제주도에서는 올레길, 강화도에서는 ‘나들길’이라는 말을 사용합니다. 나들길을 걷다 보면 남북 대치 상황의 장소인 평화전망대와 갯벌 등을 볼 수 있습니다. 나들길에서는 바다의 거친 바람을 막아주는 ‘방풍림’도 볼 수 있습니다. 방풍림은 논과 밭을 보호하는 역학적 가치가 있습니다. 방풍림 보전은 무분별한 난개발을 막을 수 있습니다. 방풍림 보전과 더불어 강화도에서는 갯벌을 지키는 운동이 전개됐습니다. 강화도에 조력발전소를 건립하려 했으나 강화 주민을 비롯한 환경단체들의 반대로 보류된 상태입니다.

갯벌은 그 보존 가치가 학문적으로나 경제적으로도 인정되고 있습니다. 나들길, 갯벌, 방풍림을 환경교육 장소로 활용하고 주민들은 소규모 민박이나 식당을 운영하면 그 이익은 주민들에게 돌아갈 것입니다. 멀리 외국까지 갈 필요 없이 이곳을 걸으면서 다양한 숲 체험, 갯벌 체험 등을 하면 방풍림과 갯벌을 지킬 수 있는 일석이조의 여행이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평화전망대와 대룡시장이 있습니다. 이곳에 올라보면 정말 북한이 가까워 북한 주민들의 생활상을 볼 수 있습니다. 강화도는 2014년 기준으로 주민 6만7118명 중 1만9850명이 농가 인구였습니다. 그리고 분단국가라는 특수 상황으로 미개발 지역이 많습니다. 특히 교동도의 대룡시장은 1960, 70년대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으로, 관광객의 발길이 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옛날 시장의 모습을 관찰하고 먹거리를 즐기는 것 외에 다른 지역의 시장에서는 보기 어려운 제비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제비의 존재 유무는 도시와 농촌의 경계를 확인할 수 있는 개체가 되는 셈이죠.

교동도는 북한과 불과 3.2km 떨어진 곳으로, 6·25전쟁 당시 황해도 주민 3만 명이 피란 왔고 현재에도 100여 명의 실향민이 대룡시장 부근에서 살고 있습니다. 2017년 3월 28일 주민, 지방자치단체, 중앙정부가 협업을 통해 교동도를 ‘평화와 통일의 섬’으로 개발하기로 협약을 맺었습니다. 이제는 통일을 대비해 평화교육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수많은 경계를 관찰하고 그 속에서 환경교육, 평화교육을 받으면서 즐기는 관광을 할 수 있는 강화도는 우리의 보물입니다. 인천에는 강화도보다 크지는 않지만 155개 섬이 있습니다. 이 중 41개는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섬은 2015년 기준으로 3348개가 있는데, 유인도가 470개나 됩니다. 강화도만큼은 아니지만 수많은 사연이 담겨 있고, 우리의 생태문화유산이자 환경교육의 장이 될 수 있는 귀한 섬들입니다.

이수종 신연중 교사·환경교육센터 이사
#나들길#갯벌#방풍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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