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의사 사당’ 해동사, 교육시설로 거듭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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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군 2021년까지 70억원 투입, 역사관광 자원화사업 추진
체험교육관-메모리얼 파크도 조성

전남 장흥군 장동면 만년리에 있는 해동사에서는 1955년부터 안중근 의사를 추모하는 행사가 열리고 있다. 해동사는 안중근 의사를 기리는 국내 유일한 사당이다. 장흥군 제공
전남 장흥군 장동면 만년리에 있는 해동사에서는 1955년부터 안중근 의사를 추모하는 행사가 열리고 있다. 해동사는 안중근 의사를 기리는 국내 유일한 사당이다. 장흥군 제공
1955년 10월 27일 전남 장흥군 장흥읍 동교다리. 안중근 의사의 큰딸 현생 씨(당시 대구가톨릭대 교수)가 의사의 영정 사진을 들고 다리를 건넜다. 이어 5촌 조카 춘생 씨(당시 육군 소장)가 의사의 위패를 들고 따랐다.

이들은 이후 장흥군 장동면 안씨 문중 재각인 만수사 내 해동사(海東祠)에서 의사 위패 봉안식을 가졌다. 안 의사의 국내 유일한 사당인 해동사가 지어진 흔적은 낡은 흑백사진 2장에 이렇게 남아 있다. 해동사에서는 64년 동안 한결같이 안 의사를 추모하는 행사가 열리고 있다.

안 의사와 인연이 없었던 장흥에 해동사가 지어진 이유는 뭘까?

안 의사는 1909년 10월 26일 중국 하얼빈역에서 조선 초대 총독으로 한국 침략의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척살한 의거의 주인공이다. 그는 1910년 2월 14일 사형 언도를 받고 한 달 뒤인 3월 26일 중국 뤼순(旅順) 감옥에서 순국했다.

장흥에 터를 잡은 죽산 안씨 문중은 1951년 조상들의 공덕을 기리는 사당 만수사를 지었다. 만수사를 건립한 뒤 본관이 다른 순흥 안씨 안중근 의사의 후손이 없어 제사조차 지내지 못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당시 장흥읍에 살던 유림 안홍천 씨가 안 의사 사당 건립에 나섰고 문중 사람들이 힘을 보탰다. 이상석 장흥군 학예연구사는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등 시대적 어려움 등으로 인해 안 의사 추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을 안타까워하던 지역민들의 관심으로 해동사가 지어졌다”고 말했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은 이 이야기를 전해 듣고 ‘해동명월(海東明月)’이라는 글을 내렸다. 이 글의 두 글자를 따서 해동사라 이름 지었다. 해동사는 이후 2000년 3칸 건물로 중건됐다.

안중근 의사 의거 110주년을 맞아 숭모와 추모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해동사를 찾는 발길이 늘고 있다. 안규옥 안중근기념사업회 사무국장(78)은 “최근 하루에 최소 5명 이상 천관산 자락에 있는 고즈넉한 해동사를 찾을 정도로 숭모 열기가 뜨겁다”며 “추모객 대부분은 젊은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해동사와 만수사의 부지 4169m² 관리는 현재 죽산 안씨 문중 사람들이 하고 있다.

장흥군은 안 의사 숭모 열기를 감안해 2021년까지 70억 원을 투입해 해동사 주변을 역사교육 현장으로 만드는 역사관광 자원화 사업을 추진한다고 27일 밝혔다. 장흥군은 해동사 옆에 2층 건물인 안중근 의사 체험교육관을 지을 예정이다.

해동사에서 1km 정도 떨어진 마을 입구에는 안중근 의사 메모리얼 파크가 조성된다. 메모리얼 파크에는 광장과 쌈지쉼터, 안 의사 상징 조형물, 휴게쉼터, 주차장 등이 마련된다. 메모리얼 파크에서 해동사까지 가는 1km 정도의 길은 안중근 의사 애국탐방로로 꾸며진다. 장흥군은 올해 말까지 실시설계를 통해 구체적 계획을 확정할 방침이다.

정종순 장흥군수는 “해동사를 안중근 의사 문화특화지역으로 조성해 애국정신의 의미와 가치를 강화하는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안중근 의사 사당#해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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