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인천항 배경 연극 선보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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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립극단 창작극 ‘잔다리 건너…’ 12월 8∼16일 인천문예회관서 공연
식민지 치하 시대상 생생하게 표현

인천시립극단이 인천 역사를 소재로 한 두 번째 창작물 ‘잔다리 건너 제물포’를 12월 8∼16일 인천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공연한다. 인천시립극단 제공
인천시립극단이 인천 역사를 소재로 한 두 번째 창작물 ‘잔다리 건너 제물포’를 12월 8∼16일 인천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공연한다. 인천시립극단 제공
한국 최초의 근대식 극장은 1895년에 개관한 인천의 협률사(協律舍)였다. 신파극 ‘육혈포 강도’를 공연했던 협률사는 1910년대 축항사(築港舍)에서 1920년대 애관(愛館)으로 이름을 바꾼다. 애관극장은 120년이 넘는 전통을 지키며 아직까지 옛 자리에서 운영되고 있다.

1920년대 인천 역사를 소재로 한 인천시립극단의 창작극 ‘잔다리 건너 제물포’는 애관극장을 무대로 첫 장면을 시작한다. 취업, 결혼 문제로 갈등을 겪는 요즘의 ‘N포세대’와 같은 청년 4명이 1924년 어느 날 애관극장에서 무성영화 ‘달나라 여행’을 관람한다. 이어 일제강점기 인천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월미도, 제물포, 항만 하역장을 돌아다니게 된다.

인천시립극단은 ‘1924년, 제물포를 배경으로 그리는 청년들의 초상’이란 부제의 창작극 ‘잔다리 건너 제물포’를 다음 달 8∼16일(월요일 휴관) 인천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 무대에 올린다. 극단은 구한말을 배경으로 한 ‘너의 후일은’을 올 4월 공연한 데 이어 인천을 주제로 한 창작극을 두 번째로 선보이는 것이다. 공연 시간은 평일 오후 7시 반, 토·일요일 오후 3시다. 관람료는 전석 2만 원.

‘인천 연극 시즌Ⅱ’ 격인 이번 작품에는 거리 화가, 부동산 중매자, 독립운동가, 부두 하역노동자 등 청년 4명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어린 시절 일본인거리가 보이는 쪽방촌에서 살았던 3명의 소꿉친구와 독립운동가 청년은 애관극장 재개관을 기념해 상영한 무성영화를 본다. 영화는 조르주 멜리에스 감독(1861∼1938)이 만든 최초의 SF 흑백 무성영화 ‘달나라 여행’이다. 당시 최고 인기스타로 꼽히던 변사는 이 영화를 보는 동안 등장하지 않는다.

청년들은 애관극장에서 나가 인천항 주변에 있던 ‘인천 미두취인소(米豆取引所)’로 향한다. 쌀 선물거래소와 같은 곳이어서 일확천금을 노리는 투기꾼들이 전국에서 대거 몰린다. 작품 속에는 한탕주의 투기꾼들이 폭삭 망해 알거지 신세로 미두장과 가까운 경인철도 축현역 일대를 배회하는 장면이 생생하게 나온다.

3·1운동 이후 일제의 문화정책 시행으로 군용지였던 월미도가 풍치지구(風致地區)로 지정돼 호텔과 해수풀장 공사가 한창 이뤄진다. 청년들은 섬 개발로 주민들이 내쫓기는 현장과 인천항 하역장을 둘러본다. 이들은 식민지 치하에서 어떻게 살아나갈지 고민에 휩싸인다.

독립운동가 청년은 근대화 첨병 역할을 했던 인천지역 공장에서 노조 결성 운동을 벌인다. 인천에는 무기를 만들던 조선소와 금속공장, 대형 정미소, 비누공장, 방직공장이 많아 한국 노동운동의 효시였다. 섬이었던 월미도는 1922년 둑길이 개통되면서 바닷물 온천탕인 조탕(潮湯)과 요정이 있는 행락지로 유명했다.

이 작품은 근대 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한 1924년 인천의 모습을 잘 그려낸다. 강량원 인천시립극단 예술감독(55)은 “일제 유화정책 이후 1924년 인천은 문화와 경제적으로 크게 번성하는 지역이었다. 당시 청년들의 고민이 지금과 어떻게 다른지 작품 속에서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무’, ‘열하일기만보’, ‘투명인간’ 등의 작품을 연출한 강 감독은 동아연극상 새개념연극상과 작품상, 연출상, 대한민국 연극대상 무대예술상을 받았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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