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고위직 인사, ‘개혁 밑그림’ 두 마리 토끼 노렸다

  • 뉴시스
  • 입력 2018년 11월 29일 1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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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29일 원경환 인천경찰청장을 서울경찰청장으로 이동시키는 등 고위직 인사를 단행했다. 이상로 대전경찰청장이 인천경찰청장으로, 이용표 경남경찰청장이 부산경찰청장으로 승진·내정됐다.

지난 7월 민갑룡 경찰청장 부임 직후 치안정감 여섯 자리 중 다섯 자리를 교체한 지 불과 4개월 만에 또 한 번 세 자리를 새 얼굴로 채워넣은 건 결국 ‘경찰 개혁’을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안으로는 이른바 ‘경찰대 순혈주의’를 타파하고, 밖으로는 수사권조정·자치경찰제 등 추진에 힘을 쏟아 각종 개혁 과제를 완수한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입직 경로, 출신 지역 모두 고려했다”

경찰청은 이날 인사 소식을 전하며 “이번 인사는 업무 성과와 전문성·도덕성 등에 대한 평가, 입직 경로 및 출신 지역 등을 고려하는 한편 개인 경력과 능력 등도 감안했다”고 밝혔다.

경찰 최고위직까지 오르는 데 경력·능력·전문성·도덕성 등은 필수조건이라는 점을 볼 때 결국 이 설명의 핵심은 “입직 경로 및 출신 지역”에 맞춰진다.

이번 인사로 치안정감 여섯 명은 경찰대(이상정 경찰대학장·임호선 경찰청 차장·이용표) 세 명, 간부후보생(원경환·이상로·허경렬 경기남부청장) 세 명으로 입직 경로상 균형을 이뤘다. 이날 인사 직전에는 경찰대(이주민 서울청장·이상정·임호선) 세 명, 간부후보생(원경환·허경렬) 두 명, 특채(박운대 부산청장) 한 명으로 경찰대 출신이 다수였다.
경찰이 지난 정권을 거치며 국민에게 수차례 비판받은 것 중 하나가 폐쇄성이었다. 경찰대 출신이 고위직에 오르는 비율이 높아지면서 경찰이 ‘그들만의 조직’으로 변했고, 불통(不通)이 결국 정권과의 유착으로 이어졌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였다.

이에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였던 이른바 ‘경찰대 순혈주의’를 불식하고, 경찰이 권력 아닌 국민 옆에 있는 조직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각종 승진·전보 등에서 의도적으로 입직 경로나 출신 지역을 신경 써 배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게 최근 경찰 인사를 보는 시선이다.

경찰이 지난 13일 ‘경찰대 개혁 방안’을 내놓으면서 여학생 선발 비율을 폐지하고, 편입학을 도입하며, 입학 나이 제한을 없앤 것 또한 경찰 문호를 더 넓게 개방해 폐쇄성에 대한 반복된 지적을 피하기 위한 같은 선상에서 볼 수 있다.

경찰대 출신과 간부후보생 출신 비율을 3대3으로 맞춘 모습이 기계적으로 느껴지는 면이 없진 않지만, 어쨌든 힘이 한 쪽으로 쏠리는 걸 막는다는 측면에서 이뤄진 인사 조치로 해석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충남 출신인 이상로 내정자와 경남 출신인 이용표 내정자가 승진하면서 치안정감 중 같은 지역 출신은 한 명도 없게 됐다. 원 서울청장 내정자는 강원도, 임호선 본청 차장은 충북, 허경렬 경기남부청장은 전남, 이상정 경찰대학장은 경북 출신이다.
◇경찰 개혁을 위한 큰 그림

이번 인사는 현재 논의 중인 수사권 조정, 2022년 전국에서 시행될 예정인 자치경찰제 등을 문제 없이 진행하기 위한 ‘큰 그림’이라는 시각도 있다.

경찰청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는 민 청장과 임 차장이 수사 분야보다는 기획 업무에 능한 경찰 내 대표적인 기획통(通)이라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민 청장이 수사권이나 자치경찰에 공을 들이기 위해서는 먼저 서울 치안을 확실하게 다져줄 사람이 필요한데, 이 부분에 있어서 원 내정자가 적임이라는 것이다.

원 내정자는 경남·강원·인천에서 청장을 역임해 지휘관 경험이 풍부하고, 서울청 101 경비단장, 서울청 경무부장, 경기청 4부장, 경찰청 경무(국무조정실 대테러센터 파견) 등을 역임한 경비·경무 분야 전문가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원 내정자의 경력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회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서울에서 정상회담을 하게 될 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을 거라고 보기도 한다.

원 내정자는 지난 7월 인천청장 취임 이후 청장에 대한 영접과 수행을 없애는 등 위계 질서에 연연하지 않고 합리적이고 유연한 조직 문화를 구축해 높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원 내정자는 업무 처리가 꼼꼼하면서도 매끄럽고, 성품이 온화하다는 평을 듣는다”며 “이런 성향과 성격 또한 경찰청이 개혁 과제를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로 인천청장 내정자와 이용표 부산청장 내정자 또한 수사보다는 경무나 정보 분야에서 더 많은 경력을 쌓았다. 두 사람도 치밀한 업무 스타일을 가지고 있어 민 청장과 호흡이 잘 맞을 거라는 예상이 나온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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