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무너지고 도로 꺼지는 이유? “학연·지연 얽혀 진상조사조차 엉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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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0월 25일 14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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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곤 서울시립대 교수. 사진=동아일보 DB
이수곤 서울시립대 교수. 사진=동아일보 DB
세계 최고 수주의 토목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서울 가산동 싱크홀, 상도유치원 붕괴 등 사고가 계속해서 발생하는 이유는 뭘까.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이수곤 교수는 지난 24일 오후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와 인터뷰에서 "관련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공무원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학연, 지연, 카르텔 등 잘못된 관행도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안전불감증이 전국 토목건설현장에 만연 하다고 입을 연 그는 "올해 발생한 가산동 싱크홀, 상도유치원 붕괴 모두 사고 발생 전 주민들이 각 구청에 미리 위험성을 경고했다. 그러나 각 구청은 원인 규명이 먼저 행해져야 한다며 제대로 대처하지 않아 결국 무너지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2011년 16명의 생명을 앗아간 우면산 산사태 같은 경우는 사고가 발생하기 9개월 전 서울시에 '우면산이 곧 무너질 것'이라는 내용이 담긴 정책의견서를 직접 제출했다. 그러나 사고는 발생하고 말았다"라며 "우리 토목 기술이 세계적으로 손꼽히지만 기술자가 설 자리는 사실 없다. 엔지니어가 안전에 신경 쓸 수 있는 예산과 공사기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이 교수는 "구청에서 토목 관련 업무를 맡는 공무원은 한두 명 정도다. 그것도 토목이 아니라 건축을 담당하는 공무원이 함께 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민원을 내더라도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관련 부처 공무원의 인력과 전문성 부족을 원인으로 꼽았다.

또한 "결국 사고가 발생하면 그제서야 전수조사, 안전진단 등을 시작하는데 이는 생색내기일 뿐이다. 관료 집단과 학계가 결탁돼 있어 제대로 된 진상 조사가 이뤄질 수 없다"라고 꼬집으며 "실제로 가산동 싱크홀 사고 후 10월에 열린 공청회에서 정밀 안전 진단 중간 결과를 '이상 없음'으로 규정했다. 우리나라는 학연, 지연과 같은 잘못된 관행으로 이해관계가 얽히고 설켜 있기 때문에 원인 조사를 할 수가 없다. 설령 원인이 무엇인지 알더라도 사실대로 말할 수 없는 분위기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가 안전 의식에 대한 패러다임이 바뀌지 않는 이상 (고리를 끊어내기가 어렵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의지"라고 덧붙였다.

그는 "행정 관청이 공인한 하부조직으로 24시간 응급 대책반을 설립하고 지역마다 봉사단을 창단해 활용한다면 고착화된 이해관계를 견제할 수 있을 것"이라며 대안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각 지역마다 관련 분야에서 일했던 퇴직자들이 있을 것이다.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퇴직자들로 구성된 봉사단이 응급 대책을 마련하고 공무원들은 대책의 행정처리를 돕는 방식이다. 해당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연제 동아닷컴 기자 jej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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