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 보육예산’ 다루는 경기의회 예결위원장이 어린이집 대표

  • 뉴시스
  • 입력 2018년 10월 23일 18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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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억 원에 이르는 경기도 어린이집 보육 예산을 주무르는 경기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이 현직 어린이집 대표인 것으로 드러났다.

자신이 운영하는 어린이집에 지원하는 예산을 스스로 심의해 결정하는 셈인데, 이는 지방의원의 겸직 금지 규정 위반이다.

23일 도의회 등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7월 말 유치원·어린이집 원장과 대표를 겸직 금지 대상이라고 각 지방의회에 전달했다.

지방자치법 제35조 5항 ‘지방의원은 해당 지방자치단체, 공공단체 등과 영리를 목적으로 거래할 수 없으며, 관련된 시설이나 재산의 양수인 또는 관리인이 될 수 없다’는 규정에 따른 것이다.

‘시설 관리인’의 포괄적 범주에 어린이집 대표도 속하지만, 경기도의회 이은주(민·화성6) 의원은 2016년 4월 보궐선거로 도의회에 입성한 뒤 지금까지 대표직을 유지하고 있다.

더구나 대표직을 유지한 채 2016년 제9대 도의회 3기 예결위원에 이어 2018년 제10대 도의회 1기 예결위원장을 맡고 있다.

도의회 예결위가 심의해 결정하는 도내 어린이집 예산은 한 해 4000억 원이 넘는다.

올해만 어린이집 운영지원비 962억 원, 교직원 인건비 3539억 원 등 4501억 원이 반영됐는데, 이 돈은 도내 각 시·군 예산과 합쳐져 1만3000여 곳에 이르는 도내 어린이집에 지급된다.

이 의원은 “도의원 당선 뒤 어린이집 원장만 겸직 금지 대상이라는 안내를 받았다. 대표는 제외였지만 문제가 되는 만큼 사임 절차를 밟고 있다”면서 “직무 관련성에 따른 치우친 의정활동은 조금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 의원과 함께 권정선(민·부천5) 의원도 어린이집 대표를 맡고 있지만, 권 의원 또한 아직 대표직을 사임하지 않고 있다. 그는 전국어린이집연합회 수석부회장직도 맡고 있다.

도의회 의장은 지난달 7일 이들에게 사임을 권고한 뒤 아직 아무런 후속 조처를 하지 않고 있다.

의장의 권고를 거부하면 윤리위원회를 통해 제명(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 30일 이내 출석정지, 공개회의에서의 사과, 공개회의에서의 경고 등 4가지의 징계 처분을 할 수 있어 의정부시의회, 부산 금정구의회·진구의회, 대전 유성구의회 등이 징계하거나 징계 절차를 밟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밖에 도의회 의장에게 겸직 신고한 도의원은 모두 53명으로, 학원, 건설, 차량 판매, 보험업 등 다양했다. 이 가운데는 주로 공공기관과 거래하는 업종도 수두룩하다.

관계 법령은 지방의원이 해당 공공기관 거래하는 행위도 금지하고 있으며, 지방의원 윤리강령은 직무와 관련된 상임위원회 활동도 제한하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방의원은 예산을 지원받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의 관리인을 맡을 수 없다”며 “관리인은 원장, 대표, 이사장 등을 모두 포함한다. 이는 법령이 개정된 2009년 4월부터 적용됐다”고 말했다.

송한준(민·안산1) 도의회 의장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다. 해당 의원들에게 이른 시일 안에 사임하라고 강력하게 전달했다”고 했다.

【수원=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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