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도 힘든데…아파트 분양 180번 당첨, 대체 어떻게?

  • 뉴시스
  • 입력 2018년 10월 1일 16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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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청약통장을 매수한 이후 통장 명의자들의 부양가족 수를 늘리기 위해 공문서인 가족관계증명서 또는 의사 명의 진단서를 위조해 가점을 조작하는 수법으로 전국의 아파트 180가구 분양권을 부정 당첨받아 이중 140가구를 불법 매매해 41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1일 부동산 공인중개사 A(45·여)씨 등 4명을 주택법 위반 및 공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알선책(10명)과 전매책(떴다방·28명), 청약통장 매도자(290명) 등 32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와 B(60)씨는 2015년 7월부터 올 4월 말까지 서울시 은평구에 부동산 중개사무소를 차려 놓고 일간지에 ‘청약·분양권 상담’ 광고를 낸 이후 이를 보고 상담을 요청한 청약통장 명의자들에게 1건당 400만~1000만원 상당의 수수료를 주고 청약통장과 공인인증서를 매수했다.

A씨 등은 이같은 수법으로 확보한 청약통장 명의를 이용해 주민등록 주소지를 청약가능 지역으로 위장 전입시킨 뒤 부양가족 수 등 가점을 조작하기 위해 중국 거주 C(32)씨 등 2명의 위조책(수배)에게 건당 20만원씩을 지급하고 청약자들의 가족관계 증명서 등 각종 공문서를 위조해 이를 분양회사에 제출했다.

이들이 부양가족을 부풀리는 등 청약 가점을 조작하기 위해 분양사에 제출한 위조 공문서는 총 540건으로 파악됐으며, 이를 통해 아파트 분양권(66가구)을 당첨 받은 이후 이중 60가구를 불법 전매해 18억1000만원 상당의 차액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주소지 변경 이력만 74회에 달하는 B씨는 과거에도 공문서를 위조해 주택 분양권을 부정 당첨받은 행위로 적발돼 수감된 전력이 있음에도 A씨와 동업을 하면서 가족(아들, 동생, 처, 부모) 인적사항까지 동원해 공문서를 위조해 청약에 나섰다.

특히 B씨는 10년 전에 사망한 고인의 인적사항을 도용해 가족관계증명서를 위조하는 수법으로 새로운 가족관계를 만들어 불법청약을 한 사실도 드러났다고 경찰은 전했다.

D(30)씨는 알선 브로커 11명을 동원해 2015년 5월부터 올 7월까지 전국을 무대로 전매 차익이 높은 인기 아파트에 당첨되기 위해 주로 신혼부부 및 다자녀 등 아파트 특별분양 대상자들을 모집한 이후 산부인과 등 의사 진단서 21건을 위조(인장 위조)해 청약자가 임신(쌍둥이 등)한 것처럼 꾸미는 수법으로 주택청약 가점을 부풀렸다.

이같은 수법으로 D씨 등은 아파트 86가구를 부정 분양받은 이후 56가구를 전매해 16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부당이득을 채무 상환을 비롯해 외제 고급 승용차를 구입하거나 유흥비로 사용하는 등 호화생활을 하는데 쓴 것으로 확인됐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들은 또 특별공급 대상자이지만 장애 등으로 청약제도를 잘 모르는 지적 장애인(38)과 지체장애 농민(70) 등에게 “청약통장을 만들면 돈을 주겠다”고 꾀어 주택청약통장과 공인인증서를 만들게 한 이후 이를 넘겨받았다. 이어 분양권을 불법 취득하면 전매를 통해 억대의 차익을 챙겼지만 정작 명의자들에게는 100만원 상당의 대여료만 지급한 사례도 적발됐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이번 수사를 통해 전국을 무대로 한 개별 ‘떴다방’ 업자(무자격 업자) 28명도 함께 적발했다.

이들은 전국을 떠돌며 주로 주택 청약률이 높은 단지를 중심으로 위장 전입을 시도하기 위해 인터넷 로드뷰 검색을 통해 전입 주소지를 무작위 선정한 이후 이미 매수한 청약통장 명의자의 공인인증서를 이용해 자유롭게 위장 전입했다.

더불어 분양지역의 부동산 업자에게 주소지 알선 명목으로 주소 1건당 20만원을 제공하고 위장 전입 주소지를 확보하거나, 부동산 업자가 관리 중인 원룸·다세대 주택의 공실을 3개월~1년 동안 월세(월 30만~50만원)를 주고 계약한 것처럼 가장하는 수법으로 위장 전입한 사례도 확인됐다고 경찰은 전했다.

특히 이들은 청약통장과 공인인증서를 매수하면서 양도자가 돈만 받고 명의이전 등 계약 과정에 비협조할 경우를 대비해 명의자의 조력 없이도 권리 이전이 가능하도록 사전에 ‘권리확보’ 서류를 징구하는 치밀함까지 보였고, 명의이전(전매)이 성사되면 50만~100만원 상당을 성공 사례비 명목으로 추가로 제공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부산경찰청은 지난 1월 국토교통부로부터 부산권 신규 분양 아파트(2개 단지) 청약·당첨과 관련해 부정당첨 의심 세대의 위법 여부에 대한 수사를 의뢰받았고, 청약자들의 위장 전입 등 혐의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들이 분양사에 제출한 공문서와 실제 관할 구청 등으로부터 회신 받은 공문서 원본이 다른 점을 발견했다.

이에 경찰은 위장 전입 주소지를 직접 방문해 실제 거주 여부를 추적하는 등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 특정 중개업자의 대리계약 건에 불법이 집중된 점을 확인해 압수 수색을 통해 공문서 위조 및 진단서 위조 등의 혐의를 확인했다.

경찰은 “관계기관에 전입 신고 시 해당 주소지 건물주 등에게 전입 사항을 문자메시지로 통보하는 알림서비스 제도를 도입하거나 임대차 계약서 등 전입 관련 증빙서류를 제출토록 하는 등 전입신고 절차를 강화하는 대책이 필요하다”며 “더불어 주택청약 시 제출한 공문서의 진위 여부 확인과 관련해 분양 대행사의 검수절차를 강화함은 물론, 경우에 따라 당첨자 제출 공문서를 무작위로 추출해 관련기관에 표본감정 받는 등 검증 시스템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보다 근원적으로는 공문서를 비롯한 각종 증명서는 발급처와 제출처간 시스템 통합을 통해 전자 문서형태로 전달받는 온라인 서비스 제도를 조기 도입하거나 이를 상용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이번 수사 과정에서 불법 중개사실을 감추기 위해 위장 사무실을 차려놓고 부정청약 업무를 하고 있는 무자격 업자를 추가로 적발, 관련자를 추적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부산=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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