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 집행기관의 하청자치 그쳐… 주민에 더 다가가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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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고 먼 지방분권, 그래도 가야 할 길]<하>전문가 좌담회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이 지방의회의 한계점과 발전 방향 모색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기우 인하대 교수, 김태영 경희대 교수, 신원철 서울시의원,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손혁재 경기시민사회포럼 
상임대표, 길진균 동아일보 논설위원. 김경제 기자 kjk5873@korea.com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이 지방의회의 한계점과 발전 방향 모색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기우 인하대 교수, 김태영 경희대 교수, 신원철 서울시의원,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손혁재 경기시민사회포럼 상임대표, 길진균 동아일보 논설위원. 김경제 기자 kjk5873@korea.com
“지방의회는 집행기관의 ‘하청 자치’ ‘위탁 자치’를 하고 있다.”(김태영 경희대 교수)

“시민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손혁재 경기시민사회포럼 상임대표)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시의회 지방분권태스크포스(TF) 주관 ‘지방분권 전문가 좌담회’에서는 지방의회 현주소에 대한 따가운 질책과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6·13전국동시지방선거와 함께 개헌 국민투표를 치르지는 못하게 돼 아쉽지만 “오히려 시간을 두고 지방분권 논의를 더 잘 다듬어야 한다”는 분위기로 수렴했다.

이날 좌담회에는 길진균 동아일보 논설위원, 김태영 경희대 행정학과 교수, 손혁재 경기시민사회포럼 상임대표, 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강남을·이상 가나다순)이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사회는 신원철 서울시의회 지방분권TF 단장(시의원)이 맡았다.

○ “지방의회, 수평·수직적으로 무력”

참석자들은 지방자치단체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는 지방의회의 무력함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이 단체장이라면 입주자 대표회의가 지방의회 의원들이다. 관리소장, 즉 단체장은 언제든 입주자 대표회의에서 교체할 수 있다. 똑같은 선출직이어도 누가 주민에 더 가까운지 인식하고 입주자 대표회의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그런데 현재는 거꾸로 의회가 집행기관의 ‘하청 자치’, ‘위탁 자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 상임대표도 “많은 지역에서 (지방의원들이 각종 정책 결정 등에서) 단체장이나 공무원에게 끌려다니며 거수기 노릇밖에 하지 않는 경우를 봤다”고 말했다.

지자체 시장이나 도지사를 견제하는 역할을 해야 할 지방의회가 오히려 이들 집행부의 정책을 통과시켜주는 ‘통법부’ 역할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똑같이 지역 주민들이 뽑은 수평적인 지위를 갖고 있음에도 이들 단체장의 시종처럼 보인다는 얘기였다.

길 위원은 중앙정치에 사실상 수직적으로 예속된 지방의회 단면을 짚었다. 그는 “지방선거 후보를 양대 정당에서 공천하는 구조다 보니 지방의원은 주민이 아닌 중앙당에만 잘 보이려고 한다. 이런 점에서 지방분권이 시대적 흐름이라 해도 지방의회에 대한 국민 신뢰가 낮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 “대통령 개헌안은 지방의회 패싱”

이 같은 무력감을 3월 청와대가 발표한 대통령 개헌안이 더욱 헤집어 놨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 교수는 개헌안에 대해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을 여러 차례 강조한 문재인 대통령이 발표한 게 맞는지 놀랐다”며 “개헌안은 주민의 권리제한 등을 국회 위임 없이 할 수 없게 해 지방의 입법권을 주장할 수 없게 했다. 국회와 지방의회의 입법권 관계를 전혀 명시하지 않았다. 지방분권의 진전이 아니라 후퇴다”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도 “개헌안에서는 지방의회가 ‘뚱뚱해진 지자체장을 어떻게 견제할 것이냐’에 대한 구조적 대책은 언급되지 않았다. 지방분권과 전혀 관계없는 ‘지방의회 패싱’ 개헌안”이라고 꼬집었다.

○ “주민 삶에 더욱 와닿는 정책으로”

그럼에도 지방의회가 주민 삶에 더 가까운 정책을 내놓으며 주민과 함께 호흡하는 최후의 보루라는 인식을 공유했다.

전 의원은 “지방의원들이 국회의원보다 훨씬 밀접한 생활정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서울시의회 토론회에서 임대아파트에 복지서비스를 함께 시범적으로 제공하도록 하는 조례 제정을 논의했다. 이 조례를 공부해 전국적 모델을 만들 수 있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 서울시의원은 “국민은 거대한 총량지표보다 내 삶에 와닿는 작은 정책 하나를 더 소중하게 여긴다. 지방의회가 중앙이나 지방행정기관의 하위기관이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시민에게 지방의원들이 더욱 가까이 다가가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손 상임대표는 “지방 스스로 서울의 변두리가 아닌, 삶이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하고 개혁해 나가야 한다”며 경기 하남시의회를 예로 들었다. 베드타운이라는 특성상 주로 서울에서 퇴근하는 주민들을 고려해 하남시의회가 밤에 회의를 열었더니 집에 가는 대신 의회에서 마련한 공청회에 참석하더라는 것이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지방의회#지방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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