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소방서 소방관, 목줄 풀린 개 때문에 참변…동물포획 출동 年12만5000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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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3월 30일 13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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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동아일보DB/기사와 직접 관계 없는 자료사진
사진=동아일보DB/기사와 직접 관계 없는 자료사진
30일 오전 25톤 트럭에 치어 사망한 충남 아산소방서 소속 소방관·실습생 등 3명은 ‘야생동물 포획작업’ 중에 변을 당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소방관의 구조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비긴급 상황을 해결하느라 응급 상황을 놓칠 수 있다는 것.

소방청이 전날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구조 출동건수 80만5194건 중 ‘생활안전 출동건수’는 42만3055건(52.5%)으로 과반을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안전 출동 가운데 ‘벌집 제거’가 15만8588건(37.4%)으로 가장 많았고, ▲‘동물 포획’ 12만5423건(29.8%) ▲‘잠금장치 개방’ 7만194건(16.5%) 순으로 출동이 많았다.

특히 ‘동물 포획’ 출동 12만5423건 중 고양이·조류·고라니 등과 같이 사람에게 위해를 주지 않는 출동도 5만961건(40.6%)에 달했다.

30일 오전 9시 46분경 충남 아산시 둔포면의 한 국도에서 발생한 아산소방서 소방관 교통사고도 ‘동물 포획’ 신고를 받고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소방 당국 관계자는 동아닷컴과 통화에서 아산소방서 소속 소방관·실습생 3명이 “목줄이 풀려 위험한 개가 있으니 잡아 달라”는 신고를 접수해 현장으로 갔다가 25톤 트럭에 치어 사망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대변인 브리핑에 따르면 사망자 3명은 개로 인해 사람들이 다칠까 걱정했다고.

사고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아산소방서 소속 소방관·실습생 3명에 대한 애도를 표하면서 소방관 처우 개선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아이디 revi****는 아산소방서 사망 기사에 “소방관이 동물 구조까지 하다니요.. 정말 슈퍼울트라 직장인가요ㅠ”라는 댓글을 남겼다.

이와 관련, 소방청은 비긴급 생활안전 신고를 거절할 수 있는 세부기준안을 마련해 4월 중 시행할 예정이다. 이 기준안엔 출동 상황을 3가지(긴급·잠재긴급·비긴급)로 구분해 ‘긴급’은 소방관서 즉시 출동, ‘잠재긴급’은 소방관서나 유관기관 출동, ‘비긴급’은 유관기관·민간이 출동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다.

최민철 119생활안전과장은 “이번에 마련한 생활안전출동 거부 기준을 시·도 소방본부의 의견을 들어 확정한 후 4월 중 시행할 예정”이라면서 “부족한 현장 인력 속에서 생활안전 출동이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시·도별 실정에 맞는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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