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눈이 커지는 수학]‘8,589,869,056’… 구글의 실적 보고서에 담긴 숫자의 비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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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이는 요즘 뇌를 섹시하게 해준다는 문제를 푸는 TV 프로그램을 주문형 비디오(VOD)로 찾아보며 다양하고 기발한 문제를 푸는 재미에 푹 빠졌습니다. 그러던 중 ‘구글’이라는 너무나도 잘 알려진 기업의 보고서에 재미있는 수학 농담이 들어 있다는 내용을 접했습니다.

세계 최대의 인터넷 기업인 구글과 그 모회사 알파벳이 자신들의 공식 보고서에 여러 가지 수를 사용하여 자신들의 회사 특성을 수학 유머로 나타낸 예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서영: 보통 회사 규모는 백만이나 억 등 딱 떨어지는 단위로 밝히지 않나요? 그런데 이 회사는 자사의 실적 보고서에 85억 달러 대신 ‘8,589,869,056’이라고 적었다는군요.

엄마: 정보기술(IT) 회사다운 발상이구나.

서영: 이 수를 사용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엄마: 물론, 그렇단다. 이들은 그동안 자신들의 공식문서에 2의 제곱근을 나타내는 수나 자연로그라 불리는 수를 의미하는 수를 나타내기도 했단다.

○ 수학, 수를 헤아리고, 관찰하는 데서 출발

초등학교 저학년의 기억을 떠올려 보면 수나 도형 등 어떤 것을 분류하고 같은 특성을 가진 것을 수나 식 등으로 나타내는 활동을 하며 수학을 배워 왔을 것입니다. 이때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관찰입니다.

다음 수를 꼭 10초간 관찰하고 잠시 다른 곳을 보며 순서대로 외워 말해봅시다.



잘 외워지는지요? 몇 개까지 말할 수 있었을까요? 순서는 헷갈리지 않았나요?

인간이 기억하기 좋은 묶음 단위는 일반적으로 3자리 또는 4자리라고 합니다. 전화번호가 4자리씩 묶여 있는 것도 이런 이유겠지요. 그러니 15개의 숫자를 갑자기 외우며 인간의 한계에 도전해 보라 권한 것은 아니겠지요.

다시 이 수를 잘 관찰하면 이 수들의 특징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나열되어 있지만 잘 끊어 살펴보면 1, 2×2=4, 3×3=9, 4×4=16…9×9=81로 모두 1∼9의 제곱수가 나열된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수를 잘 관찰하면 수의 배열에서도 규칙을 찾을 수 있고, 수끼리의 연산에서도 규칙을 찾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1, 2, 3, 5, 8, 13, 21…이라는 수의 배열에서는 다음에 올 수로 34를 생각할 수 있지요. 규칙은 앞의 두 수의 합(1+2=3, 2+3=5, 5+8=13,…)이 다음 수가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수 배열은 피보나치수열이라 합니다.

○ 무한소수와 유리수


서영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문제를 푸는 프로그램에 얼마 전 다음과 같은 유형의 문제가 나왔습니다.



한 출연자가 만난다는 부분에 사칙연산을 연결해 규칙을 찾아보기로 합니다. 결국 나눗셈을 이용하면 다음과 같이 소수점 이하 자리에 같은 수가 반복되는 수의 규칙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1÷3=0.33333…, 1÷7=0.14285714285714…, 1÷33=0.03030303…. 따라서 1을 각 수로 나누어 소수점 이하 반복되는 자릿수가 답이 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구하는 답은 1÷77=0.01298701298701… 로 6개라는 것을 알 수 있지요.

수는 여러분이 가장 먼저 알게 된 자연수에서 출발하여, 0과 음수를 포함한 정수로 확장됩니다. 이때 유리수는 분모 분자가 정수가 되어 분수꼴로 나타낼 수 있는 수를 말합니다. 그리고 이와 같이 유리수로 나타낼 수 있는 수는 1/5=1÷5=0.2와 같이 끝이 명확한 ‘유한소수’이거나 나눗셈의 결과가 끝이 나지 않는 무한소수이더라도 위의 예처럼 반복되는 자릿수가 등장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를 ‘순환소수’라 하고 순환소수도 유리수가 됩니다.

○ 다양한 특징으로 이름 붙은 ‘완전수’

수학에서는 수의 다양한 특징을 관찰하여 특별한 이름을 붙인 수들이 있습니다. ‘완전수’도 그중 하나입니다. 완전수는 그 수 자신을 제외한 그 수의 모든 약수를 합하면 그 수 자체가 되는 수를 뜻합니다.

예를 들어 6은 2×3으로 소인수분해가 되므로, 6 자신을 제외하고 6의 모든 약수를 나열하면 ‘1, 2, 3’이고, ‘1+2+3=6’이 성립하므로 6은 완전수가 됩니다.

마찬가지로 28(=2^2×7=1+2+4+7+14), 496(=2^4×31=1+2+4+8+16+31+62+124+248)도 완전수입니다.

구글이 제시한 ‘8,589,869,056’은 소인수분해 하면 2^16×131,071이고, 이는 다시 1+2+4+8+16+32+64+128+256+512+1024+2048+4096+8192+16384+32768+65536+131071+262142+524284+1048568+2097136+4194272+8388544+16777088+33554176+67108352+134216704+268433408+536866816+1073733632+2147467264+4294934528와 똑같으므로 완전수가 됩니다. 구글이 보고서에 자신들 기업의 기본이 수학임을 드러내며 수학 유머의 하나로 사용한 것이지요.

수학에는 다양한 분야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선은 내 주변에서부터 수를 헤아리며, 예를 들어 내 이름을 구성하는 획수가 갖는 수학적 특징이라든지 내 생일을 나타내는 수의 특징을 찾는 등 수를 잘 관찰하고 이리저리 이를 가지고 노는 데서 시작해서 그 재미를 느껴보면 어떨까요.
 
박지현 반포고 교사
#수학#무한소수#유리수#완전수#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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