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는 맛없는 음식”…황교익 촉발 ‘떡볶이 논쟁’, 어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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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월 24일 17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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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tvN 방송화면
사진=tvN 방송화면
“떡볶이는 맛없는 음식이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가 간식류의 최고 존엄 떡볶이를 저격하며 ‘떡볶이 논쟁’이 일어났다.

황 씨는 최근 tvN ‘수요미식회’에서 “우린 많이 먹게 하는 음식이 맛있는 음식이라는 착각을 가끔 한다. 단맛은 입맛을 당기게 한다. 매운 것은 통각인데, 통각을 잊게 만들기 위한 호르몬이 분비된다. 몸에 고통을 줘서 행복 호르몬을 분비시키는 전략인 거다. 계속 먹게 만드니까 떡볶이는 맛없는 음식”이라고 주장했다.

황 씨는 이어 “한국 사람들이 떡볶이를 좋아하는 이유는 유아기 때 흔히 주어졌던 음식이기 때문이다. 1960년대부터 떡볶이가 조금씩 움트기 시작하는데, 그 당시 우리나라는 쌀이 부족했다. 무미일이라고 해서 수요일·토요일 등, 쌀을 먹지 않는 날이 법으로 정해져 있었다”며 “가장 값싸게 주어지는 한 끼 음식이기 때문에 번져나간 것이다. 떡볶이밖에 먹을 수 없던 시대 상황을 고려하면 떡볶이는 맛있는 음식이 아니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의 이같은 발언으로 ‘떡볶이 논쟁’이 불붙었다. ‘국민 간식’으로 통하는 떡볶이를 두고 “맛없는 음식”이라고 돌직구를 던진 황 씨의 발언은 일부 공감도 얻었지만 동의 못 하겠다는 반박이 훨씬 더 많았다. 일부 누리꾼 사이에서 “황 씨의 주장은 일방적이며 극단적”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황 씨가 과거 한 떡볶이 업체의 광고 모델로 등장한 것을 문제 삼는 이들도 있었다. 이들은 “방송에서는 떡볶이를 맛없다고 해 놓고서 떡볶이 광고에는 출연한다. 이중적인 태도 아닌가”라며 황 씨를 비난했다. 일부 누리꾼은 해당 광고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퍼뜨리기도 했다. 이 광고에는 ‘황교익도 반하다’ ‘떡볶이를 리셋하다’ 등 문구가 적혀 있다.

그간 황 씨는 한국인이 즐겨 찾는 단골 메뉴인 떡볶이와 치킨에 비판적인 태도를 취해 왔다. 황 씨는 이와 관련, 지난 21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나도 치킨, 떡볶이 먹는다. 어떨 땐 내 입에도 맛있지만 맛있다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이건 관능적으로 맛있는 음식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세뇌한 맛있는 음식”이라고 주장했다. “사람들이 치킨·떡볶이에 만족하지 말고, 더 맛있는 음식을 열망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황 씨는 “주어진 조건과 상황에 만족하면서 안주하는 게 아니라 더 비싸고 좋은 것을 열망하게 하는 것. 난 그게 새로운 사회를 만드는 동력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떡볶이 광고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그는 “후배가 이 회사의 마케팅을 돕는데 광고 제안이 왔다. 이 회사의 다른 브랜드 매장 튀김 메뉴였다. 여기에 내 이름을 붙이고 싶다 했다”며 “내게 줄 광고료 대신에, 내 이름이 붙은 메뉴가 팔릴 때마다 일정의 이익 분을 떼 내 불우 어린이 돕기에 쓰자 했다. 그렇게 하여 일정 수익금을 한 어린이재단에 기부하고 있다. 2년도 넘은 일이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 씨는 “그 일 한참 이후 이 회사에서 떡볶이 매장을 낸다며 내 이미지를 쓰고 싶다 했다”며 “비윤리적이며 불법한 방식이 아니면 그 누구든 그 어떤 광고이든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사실을 알리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겠다 싶었다. 불우 어린이 돕기에 응해준 회사에 대한 고마움의 마음도 없지 않아 광고료라고 말하기에는 민망한 조금의 사례비를 받고 이 광고를 찍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떡볶이는 그린푸드존이라는 학교 앞의 일정 구역에서는 판매할 수 없다. 자극적이고 영양균형이 좋지 않아 어린이에게 먹이면 안 되는 음식이라는 뜻”이라며 “이 매장의 떡볶이는 안주로 팔리는 것이다. 어른들이 술 마시며 먹는 음식으로 재조합된 것이다. 이 떡볶이는 광고해도 되겠다고 판단한 또 다른 이유”라고 덧붙였다.

황 씨의 해명에도 누리꾼들 사이의 떡볶이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먼저 그의 주장에 반감을 표한 일부 누리꾼은 “황교익의 표현대로라면 전 국민이 ‘세뇌’를 당한 것이냐. 내 뇌도 세뇌를 당했나 보다”, “같은 떡볶이라도 맛이 있을 수 있고 없을 수 있는데, 떡볶이 전체를 가리켜 ‘맛이 없다’고 하는 건 옳지 않은 것 같다 등의 의견을 냈다. 한 누리꾼은 “황교익이 잘하는 건 음식평론이 아니라 음식음모론 창작이다. 그가 좋아하는 음식은 그냥 맛있는 거고, 그가 싫어하는 음식(호남 음식, 떡볶이 등)은 대중이 맛있다고 세뇌당한 결과라는 것. 졸지에 황교익이 싫어하는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은 미식을 모르는 세뇌당한 우중이 된다”며 불쾌해 했다.

반면 그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이들은 “한국인이면 모두 떡볶이를 맛있다고 해야 하나, 황교익이 맛 칼럼니스트로서 보편적 정서와 다른 의견을 말했다고 비난받아야 하는 한국 사회”, “황교익 말에 동의한다. 어렸을 때는 떡볶이 맛이 자극적이라 싫었지만 친구들 때문에 안 먹을 수 없었다”, “황교익이 하는 말은 떡볶이와 치킨 말고 다른 대안은 없느냐는 것이다. 음식의 선택지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현실을 아쉬워하는 것 같다”, “과거 정부에서 ‘한식의 세계화’라며 떡볶이와 치킨을 밀지 않았나. 사회적인 맥락에서 한 발언 같다”고 황 씨의 말에 동조했다.

이 가운데 황 씨는 24일 페이스북에 “1600억 원 투입 ‘한식 세계화’…성과는?”이라는 기사를 소개했다. 지난 2008년 정부는 이른바 ‘한식 세계화 사업’을 주도했다. 떡볶이·김치·막걸리·비빔밥 등을 대표 품목으로 선정해 거액의 예산을 투입했으나 실적은 그리 좋지 않았다.

황 씨는 “국가의 돈을 빼먹으려면 국민이 좋아할만한 아이템으로 정책을 만들어야 말이 덜 나올 것이다. 그러려면 먼저 그 아이템에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해야 한다. 그러려면 또 우리의 ‘입맛’을 조작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누가 그랬을까”라고 꼬집었다. 그는 같은 날 또 올린 글에서 “한국인이면 떡볶이는 당연히 맛있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라며 “아, 이놈의 민족주의 국가주의!”라고 썼다. 그러면서 “떡볶이는 맛있는 음식이어야 한다는 그 생각이 어디에서 비롯하였는지 그 맥락을 더듬기 바란다. 적어도 이용당하지는 말고 실아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덧붙였다.

박예슬 동아닷컴 기자 ys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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