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제천 화재, 드라이비트보단 내부 가연재료 사용이 더 문제됐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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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12월 22일 09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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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필사의 탈출 21일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 건물에서 큰불이 나 연기가 치솟는 가운데 창문으로 빠져나온 남성이 에어매트 위로 뛰어내리고 있다(왼쪽 사진). 건물 8층 창문으로 시뻘건 화염이 삐져나오고 건물 전체를 검은 연기가 휘감고 있다. 이날 화재로 29명이 숨졌다. YTN 캡처·인스타그램 동영상 캡처
사진=필사의 탈출 21일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 건물에서 큰불이 나 연기가 치솟는 가운데 창문으로 빠져나온 남성이 에어매트 위로 뛰어내리고 있다(왼쪽 사진). 건물 8층 창문으로 시뻘건 화염이 삐져나오고 건물 전체를 검은 연기가 휘감고 있다. 이날 화재로 29명이 숨졌다. YTN 캡처·인스타그램 동영상 캡처
경일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공하성 교수는 지난 21일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 8층 필로티(1층에 벽 대신 기둥으로 건물을 띄우는 방식) 구조 건물에서 발생한 화재가 29명이 숨진 참사로 커진 이유와 관련해 드라이비트(dryvit) 공법도 영향이 있었겠지만 건물 내부에 유독 가스를 발생시키는 가연재료가 사용된 것이 문제가 됐을 것으로 분석했다. 아울러 순식간에 건물 전체로 불이 번진 것은 굴뚝효과 때문이라고 짚었다.

공 교수는 22일 MBC라디오 ‘양지열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화재 영상으로 봐선 건물 밖으로 화재가 확산되기보다는 건물 내에서 계속 화재가 확산됐다”며 “드라이비트 공법 영향보다는 건물 내부에서 유독가스가 많이 발생하는 가연재료를 많이 사용해서 문제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드라이비트 공법은 건물 외벽에 우레탄폼이나 스티로폼을 바른 뒤 시멘트 모르타르 등을 발라 마무리하는 화재에 취약한 공법이다. 2015년 10월 법이 개정돼 6층 이상의 건물에선 쓸 수 없게 됐다.

다만 공 교수는 “드라이비트 공법을 사용했을 때 화재 확산에 영향이 없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또한 공 교수는 화재가 발생한 건물이 지난 10월 리모델링을 마쳤다는 점을 들어 리모델링 과정에서 유독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재료나 가연성 물질을 다량 사용함으로써 화재가 발생했을 때 불이 순식간에 확대되고 유독가스가 다량 발생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포츠센터 건물 1층 주차장에서 시작된 불은 삽시간에 2~3층 대중목욕탕과 4~7층 헬스클럽, 8층의 레스토랑으로 번졌다. 상황을 목격한 상점 주인은 동아일보에 “1층 천장에서 작게 시작한 불이 5분도 안 돼 확 번지면서 건물 외벽을 타고 활활 타올랐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공 교수는 “굴뚝효과가 나타나면 화재가 건물 전체로 쉽게 확산될 수가 있다”고 설명했다. 굴뚝효과란 건축물 내부와 외부에서 발생하는 온도 차에 의해 공기가 유동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공 교수는 이러한 굴뚝효과를 예방하기 위해 필로티 구조 건물에선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의 출입문을 방화문으로 설치해 연기나 화재가 계단으로 번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규정상으로는 어떤 미관상 고려해서 일반적으로 유리문, 방화문을 사용하지 않고 일반 문을 사용하다 보니까 1층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급속도로 화재로 2층으로 상승하는 그런 문제가 발생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화재 건물 내 스프링클러 설치에 대해선 “스프링클러 설치는 현행 기준으로 스포츠센터같은 복합 건축물은 연면적 5000㎡이상은 되어야 대상이 되는데 이 건물은 알아보니까 연면적 4000㎡정도밖에 되지 않아서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소방당국의 사다리차(굴절차)가 고장이나 구조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공 교수는 “굴절차 특성상 마디마디에 윤활유를 칠해 놓아서 잘 펼쳐질 수 있도록 조치를 해야 되는데 윤활유를 잘 칠해놓았어도 날씨가 추워지면 윤활유가 굳기 때문에 굴절차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인은 굴절차가 오래돼서 그럴 수도 있다. 보통 굴절차 내구연한이 10년 정도 되는데 현재 우리나라에 사용되고 있는 굴절차는 내구연한을 넘은 차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공 교수는 “경제적인 부분보다는 안전을 가장 우선시해서 건물을 짓고 관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추가적으로 안전훈련, 대피훈련, 이런 훈련들을 반복적으로 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우열 동아닷컴 기자 cloudanc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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