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무형문화재’ 기리는 기록물 나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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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수장-단소장 등 17개 종목… 실연모습 등 책과 동영상으로 정리
삼현육각 등 11개 종목도 추가 기록

인천시가 ‘무형문화재 영상기록화’ 작업을 최근에 마친 시 무형문화재 제2호 단소장 김환중 씨. 인천시 제공
인천시가 ‘무형문화재 영상기록화’ 작업을 최근에 마친 시 무형문화재 제2호 단소장 김환중 씨. 인천시 제공
“전국에 무형문화재전수교육관이 여러 개 있지만 국가와 지방에서 지정한 예능장과 기능장이 다 모여 전통문화를 보급하는 곳은 인천뿐입니다.”

단소를 만들고 연주하는 인천시 무형문화재 제2호 단소장(短簫匠) 김환중 씨(77)에 대한 기록화 작업이 최근 완료됐다. 단소장 김 씨는 올 6월부터 시가 파견한 영상팀과 함께 단소의 원재료인 고향 대나무 밭과 인천무형문화재전수교육관 작업장에서 단소 제작 전 과정을 시연하고 각종 자료를 제공했다.

맑고 청아한 음색의 단소는 정성을 담지 못하면 만들 수 없다. 김 씨는 약 3000m² 규모의 대밭에서 4∼5년 자란 황죽과 오죽만 고른다. 1∼2년생같이 너무 어리거나 6년 이상 나이 든 대나무는 단소로 쓰기 어렵다.

대나무 뿌리 위 80∼100cm 부위만 잘라서 먼저 소금물 열처리 작업을 한다. 갈라지는 것을 막고 공명 효과를 높이기 위해 절단한 대나무를 소금물에 담아 8시간 정도 삶는다. 이어 통풍이 잘되는 그늘에서 최소 3개월 이상 말린다.

“수분을 뿌리로 내려주는 12월부터 이듬해 3월 겨울철에만 대나무를 채취해야 합니다. 바로 소금물에 담가놓아야 수분을 항상 머금게 되고, 열처리 과정을 통해 단단해지면서 공명이 좋아집니다.”

열처리 과정에서 뒤틀리거나 부러지는 경우가 많아 채취한 대나무 가운데 10% 정도만 다음 단계에 들어간다. 자연 건조를 마친 대나무의 막힌 마디를 뚫고 작은 송곳으로 구멍 5개를 파는 내공 및 지공 작업을 한다. 이 과정에서 그나마 남은 대나무의 절반이 손상돼 버려진다. 바람을 불어넣는 취구(吹口)를 파고 수축을 막기 위해 실을 감는 마무리 작업을 다 하고도 악기로 내놓지 않는다.

김 씨는 “대나무는 성격과 크기가 다 달라 소리를 미리 가늠하기 힘들다”며 “악기 형태를 다 갖춰놓고도 수십 차례 연주하고 난 뒤에야 악기로 공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취구에 입김을 많이 불어넣어야 유려한 가락이 나온다. 온기와 정성을 쏟아야 비로소 하나의 악기 단소가 탄생하는 것이다.

인천시는 시가 지정한 28개 종목 무형문화재의 역사와 실연 모습, 전승 실태를 책과 동영상으로 정리하는 ‘무형문화재 영상기록화 사업’을 벌이고 있다. 2007년부터 제3호 인천 근해 갯가노래 뱃노래와 제13호 자수장을 시작으로 제2호 단소장까지 17개 종목의 기록을 마쳤다. 내년 제1호 삼현육각을 비롯한 나머지 11개 종목 기록도 진행할 예정이다.

인천무형문화재전수교육관에는 김 씨 같은 무형문화재들이 전통문화의 맥을 잇고 있다. 김 씨는 부친에 이어 2대 단소장이고, 이수자와 전수생인 자신의 두 아들에게 단소 제작 비법을 계승시키고 있다. 전수교육관에 입주한 무형문화재 중 단소 완초(왕골) 화각 단청 대금 장구 민요 등은 매년 봄, 가을에 시민을 대상으로 무료 체험강좌를 하고 있다. 전수교육관 대강당과 야외공연장에서는 정기 전승공연, 주말 ‘얼쑤공연’이 수시로 열린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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