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20대의 명절이 된 핼러윈 데이, 영어학원 덕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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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10월 31일 10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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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Pixabay)
사진=픽사베이(Pixabay)
‘핼러윈((Halloween) 데이’는 어떻게 우리나라에서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축제로 자리잡았을까.

문화평론가 이택광 경희대학교 교수는 특히 젊은 층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핼러윈 문화에 대해 상업주의로 인한 마케팅 경쟁 과열과 소셜미디어 인증샷에서 비롯된 ‘주목경쟁’에 따른 결과물이라고 해석했다.

이 교수는 핼러윈 데이 전날인 30일 오후 방송된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핼러윈 문화에 대해 이야기 했다.

핼러윈 데이는 매년 기독교 축일인 만성절 전날인 10월 31일 미국 전역에서 다양한 복장을 갖춰 입고 벌이는 축제다.

이 교수에 따르면 핼러윈 데이는 원래 아일랜드의 풍습으로, 아일랜드 이민자들이 미국으로 유입된 후 이들이 미국 사회에 정착하면서 미국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이 교수는 “미국 같은 경우 가족 또는 마을 단위로 이루어지는 축제에 가까운데, 우리나라와 일본의 경우는 상당히 상업화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핼러윈을 즐기는 방식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아시아 국가에서도 핼러윈 데이가 하나의 축제로 자리 잡고 있는 반면 유럽 일부에서는 핼러윈 데이를 그다지 기념하지 않는 편이다.

이 교수는 “유럽에서 핼러윈 데이는 고대 켈트족의 풍습인데, 그러다 보니 유럽은 사실 핼러윈 데이 자체를 기념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영국의 경우 11월 5일 가이 포크스라는 사람이 영국 왕을 암살하려다 실패한 사건을 기념하기 위한 ‘가이 포스크 데이(guy fawkes day)’가 핼러윈 데이 같은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서양의 문화인 핼러윈 데이가 최근 몇 년 사이 우리나라에서 대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사회 현상의 배경으로 어린이집, 특히 영어학원을 중심으로 시작된 한국의 핼러윈 문화를 꼽았다.

그는 “핼러윈 데이나 크리스마스가 되면 축제를 하던 것이 영어 학습의 일환이었는데, 그런 영어교육을 받고 자란 세대들이 성인이 되면서 그 문화에 대한 낯설음이 거의 사라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 낯설음이 사라졌기 때문에) 관련 사업의 마케팅 전략이 많이 늘어났다”며 “핼러윈 데이가 사실은 추석 못지않게 큰 대목이기 때문에 마케팅 (경쟁이) 과열 되면서 이런 현상들이 증폭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 교수는 소셜미디어 ‘인증샷’ 을 한국의 핼러윈 문화를 증폭시킨 요인 중 하나로 꼽기도 했다. 그는 “소셜미디어가 워낙 발달하다 보니 젊은 층들 사이에서는 인스타그램에 인증샷 하나를 올리기 위해 오랜 기간 동안 핼러윈 축제를 준비하는 경향도 있다”며 “‘주목 경쟁’이라 할 수 있는 이런 양상이 (한국에서) 핼러윈 데이가 확산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핼러윈 데이를 보는 시선이 마냥 곱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우리의 전통 문화도 아닌 서양의 문화를 무분별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이와 관련 이 교수는 “문화라는 건 실질적으로 다 외래에서 온 거기 때문에 문화 자체가 외래에서 왔다고 해서 문제가 되는 건 없다”며 “설렁탕 문화도 사실 알고 보면 몽골에서 오지 않았느냐”고 답했다.

이어 “우리가 고유한 것이라고 믿는 것들도 (외래에서 들어온 문화이기) 때문에 이제 핼러윈 문화도 하나의 우리 문화로 안착 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다만, 이 교수는 한국의 핼러윈 문화는 미국의 핼러윈 문화라기보다는 일본을 거쳐 들어온 일본의 코스튬 플레이 문화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그는 “보통 ‘코스프레’라고 부르는데, 보통 핼러윈 데이에 일본 애니메이션 주인공 캐릭터들을 많이 코스프레 하는 것을 눈치 챌 수 있을 것”이라며 “아니면 미국의 코믹콘처럼 코믹한 캐릭터 등을 따라 분장을 하는데, 그런 문화들이 10대~20대 문화로 (자리) 잡았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그는 한국식 핼러윈 데이의 특징에 대해 “일본 같은 경우는 신주쿠라든가 특정한 지역에서 주로 축제들이 벌어지는데, 한국은 역시 한국답게 서울 시내 전 구역에서 핼러윈 축제가 벌어질 수 있다고 본다”며 “그런 면에서 일본보다 대중적으로 젊은 세대를 통해 확산되었다고 본다. 또 다른 핼러윈 축제에 비하면 한국의 핼러윈 데이는 상당히 건전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다른 곳은 금지된 것을 허락해 주기 때문에 말로 언급할 수 없는 일들이 핼러윈 데이 동안 벌어진다”며 “거기에 비해 우리는 상당히 규범화 돼 있다. 특이한 핼러윈 복장을 하고 즐기는 그런 쪽에 가깝다”고 덧붙였다.

김혜란 동아닷컴 기자 lastleas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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