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청년층 근로자 산업재해, 매년 9000명 육박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7일 10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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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수도권의 휴대전화 하청업체에서 일하던 20대 청년 10여 명이 메탄올에 중독돼 시력을 잃었다. 신경계에 치명적인 메탄올은 보안경 등의 안전장비를 꼭 착용하고 다뤄야 하고, 수시로 환기도 해야 한다. 하지만 이들은 안전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고, 작업물질이 메탄올인지도 몰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산업재해를 당해 질병을 얻거나 사망한 청년층(15~29세) 근로자가 매년 9000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산재 사실을 신고하지 않는 청년들까지 감안하면 산재를 당한 청년 수는 매년 1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2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신보라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청년층 재해자 수는 2015년 8368명, 지난해 8688명으로 집계됐다. 올해도 6월까지 4131명으로 8000명을 넘을 게 확실시된다. 2015년 국내 전체 재해자 수가 9만129명, 지난해는 9만656명인 것을 감안하면 재해자 10명 중 1명은 청년인 셈이다. 산재로 사망한 청년은 2015년 79명, 지난해 51명, 올해(6월까지)는 31명으로 좀처럼 감소하지 않고 있다. 청년 재해자 수를 따로 집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하청업체에서 일하는 청년들은 산재를 당해도 정부에 신고하지 않고 회사가 치료해주거나 스스로 치료를 받는 게 관행이어서 더 문제라는 지적이다. 지난해 산재 사망 근로자 중 하청업체 소속 비율은 42.5%에 이른다. 신 의원은 “첫 직장을 잡은 청년들은 낯선 작업환경 때문에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 높다”며 “비정규직, 미숙련 청년들을 위한 맞춤형 산재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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