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파워기업]서울 강남 엄마들도 사로잡은 ‘이유식업계 기대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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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에코맘의 산골이유식

지리산 자락 ‘대한민국 알프스’인 경남 하동군 악양면 정서리 에코맘의 산골이유식 가족들이 회사 텃밭 앞에서 친환경 농산물과 조리기구를 들고 함께 섰다. 에코맘 제공
지리산 자락 ‘대한민국 알프스’인 경남 하동군 악양면 정서리 에코맘의 산골이유식 가족들이 회사 텃밭 앞에서 친환경 농산물과 조리기구를 들고 함께 섰다. 에코맘 제공
높고 푸른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지리산 형제봉이 손에 잡힐 듯 가까웠다. 섬진강변에 솟아 소설 ‘토지’의 무대 악양 벌판을 보듬고 있다. 23일 오후 형제봉 아래 악양면 정서리 해발 400m에 자리 잡은 ㈜에코맘의 산골이유식(대표 오천호)에는 밝고 건강한 임직원이 일하고 있었다. 오 대표와 정연홍 경영지원팀장, 김은선 연구소장, 김도윤 기획팀장을 비롯한 핵심 인력은 30대였다. 직원 20여 명은 모두 지역 주민.

에코맘은 창업 5년여 만에 이유식업계 기대주가 됐다. 에코(생태·환경·울림)와 맘(엄마·마음·맘마)을 조합한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친환경과 아이 건강에 집중한다. ‘세 살까지 잘 먹인 이유식, 여든 건강까지 책임진다’는 슬로건에 창업정신이 잘 담겨 있다.


이런 경영철학은 까다롭다는 서울 ‘강남 엄마들’도 사로잡았다. 전국 유일 농업회사법인으로 시작한 데다 농사를 직접 짓는다는 소문이 난 덕이다. 젖병 재질로 만든 이유식 용기, 보랭(保冷) 택배 종이박스도 호평을 받았다. 주문 당일 재료를 선별하고 조리해 포장한 뒤 24시간 안에 배송한다. 이미 단골만 5만7000여 명 생겼다. ‘아기 먹방 후기’를 공모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용도 강점이다. 전국 최초로 경남 창원과 김해, 거제에 에코맘 이유식 카페가 문을 열었다. 산후조리원을 나온 산모가 집 밖에서도 아이와 함께할 공간이 필요하다는 데 착안한 것이다.

에코맘 매출액은 수직 상승하고 있다. 2015년까지 14억 원 안팎이다. 식품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해썹·HACCP) 인증을 받은 지난해 크게 늘어 올해는 70억 원대를 예상한다. 내년 매출 목표는 이유식과 아이 음료를 포함해 200억 원 이상으로 잡았다. 2019년 이유식업계 1위로 올라서면서 실버식품 ‘웰끼니’도 시장에 내놓겠다는 포부다.

친환경 생산식품은 ‘유기농 유색미’ ‘산골알밤’ ‘산골까까’를 비롯해 300종이 넘는다. 현재 서울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 지하 1층에 입점했다. 이유식 카페와 에코맘 몰, SK그룹 사내몰을 통해 주문받는다.

오 대표의 20대는 순탄치 않았다. 고향 하동에서 초중고교를 나와 대학에서 피부미용을 전공한 그는 서울 외국계 화장품회사 영업사원으로 인정받았다. 그러다 유통회사를 세우고 미용기자재 공급과 피부관리실 개점을 돕는 사업으로 제법 큰돈을 모았다. 압구정동에 ‘반기다’란 죽집도 냈다. ‘양다리’ 사업은 부실로 이어졌다. 금고 바닥이 보일 무렵 한 엄마가 “죽에 간을 하지 말고 포장해 달라”고 했다. 이유식이었다.

이유식 배달 사업을 구상한 오 대표는 선배 이강삼 슬로푸드 대표(46)의 권유에 따라 ‘슬로시티’ 악양으로 귀향했다. 신선한 농산물이 풍부해 음식재료 구하기가 쉬울 것 같았다. 정영철 한국국제대 교수, 이기운 진주지식재산센터 팀장, 심지현 디자이너의 도움을 받아 제품을 개발해 특허도 20여 건 등록했다. 윤상기 하동군수의 지원도 큰 힘이 됐다.

두 살 딸을 둔 오 대표는 “아이들이 가난 때문에 고통 받아선 안 된다”며 지난해 미혼모 가정에 1억6000만 원어치 이유식과 현금을 기부했다. 그는 평사리 들판을 바라보며 “농업으로 번 돈은 농촌에 돌려줘야 한다”며 “이곳 친환경단지에서 생산된 모든 쌀을 사들여 이유식과 ‘웰끼니’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지리산 자락을 유기농 허브로 만들겠다는 꿈도 있다. 055-884-2625(ecomommeal.co.kr)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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