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 6·8공구 개발지연 놓고 ‘네탓 공방’ 점입가경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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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랜드마크 ‘151층 타워’ 건축, 부동산 침체로 10년간 지지부진
인천경제청-컨소시엄 협상 결렬… 초대형 프로젝트 장기 표류할수도

인천국제공항에서 인천대교를 건너면 처음 보이는 육지인 송도 6·8공구. 최근 이 땅을 개발하려던 우선협상대상자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의 협상이 결렬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제공
인천국제공항에서 인천대교를 건너면 처음 보이는 육지인 송도 6·8공구. 최근 이 땅을 개발하려던 우선협상대상자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의 협상이 결렬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제공
인천 송도국제도시 6·8공구(총면적 128만 m²)는 인천국제공항에서 인천대교를 건너면 처음 보이는 육지다. 인천시는 이 같은 상징성을 가진 이 땅에 대한민국 랜드마크가 될 ‘151층 인천타워’를 세울 계획이었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 침체와 정치적 이유 등으로 송도 6·8공구 개발은 지난 10년간 표류했다. 최근 이 터를 개발하려던 우선협상대상자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의 협상이 결렬됐다. 양측은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다. 공중에 뜰 위기에 처한 인천의 초대형 프로젝트, 송도 6·8공구 개발 문제를 점검해 봤다.

인천경제청과 우선협상대상자인 블루코어시티 컨소시엄은 사업 협약 최종 기일인 7일까지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블루코어시티 컨소시엄은 지난해 11월 인천경제청의 국제 공모에 신청해 올 5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대상기업과 포스코건설, GS건설, 한국산업은행 등이 참가했다.

협상이 결렬된 뒤 인천경제청은 “난개발을 막고 경제자유구역 지정 취지에 부합하는 국제도시 개발을 위해 부득이하게 선택했다”고 밝혔다. 김진용 인천경제청 차장은 20일 인천시청에서 브리핑하며 “블루코어시티 측에 68층 랜드마크 타워를 주거시설과 동시에 착공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타워에 연면적 19만8000m² 이상의 업무시설을 들일 것을 요구했지만 난색을 표했다”고 말했다.

현재 6·8공구 중 아암물류단지와 가까운 8공구는 아파트 중심으로 개발하고 있다. 인천시 부채가 10조 원이 넘고 인천도시공사가 파산 위기에 처했을 때 용적률까지 높여주며 아파트 부지로 팔았다. ‘68 랜드마크’까지 오피스텔 위주로 개발하면 인천경제자유구역의 대표적인 난개발이 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 때문에 업무시설(오피스) 배치를 요구했지만 블루코어시티 측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얘기다. ‘해변거인국 동화마을’, 대형 관람차, 복합문화자족시설 등의 총 투자비와 설치 시기도 알려달라고 했지만 블루코어시티 측이 협상 종료 하루 전에야 ‘답변이 어렵다’고 서면 통보한 것도 협상 결렬의 이유라고 인천경제청은 밝혔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준공 후 수년째 비어 있던 동북아트레이드타워는 대우인터내셔널 등 포스코 자회사가 서울에서 내려와 채워 고용 창출과 주변 아파트 가격 상승을 이뤘다”며 “아파트 오피스텔 등 주거 위주 개발로는 경제자유구역 발전을 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블루코어시티 측은 인천경제청 차장이 바뀔 때마다 요구 조건이 달라지는 등 사실상 ‘갑질 행정’을 했다고 반박했다. 특히 6·8공구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위한 공모지침서에 ‘68 랜드마크’에 업무시설을 19만8000m² 이상 넣으라는 내용이 있었다면 어느 기업도 이 사업에 참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현재 송도국제도시 업무시설 공실률은 42%나 된다. 이런 상황에서 업무시설을 더 늘린다면 약 4200억 원이 투입될 ‘68 랜드마크’는 짓자마자 ‘유령건물’이 될 텐데 누가 이 같은 리스크를 떠안고 사업에 뛰어들겠냐는 주장이다.

대상기업 나성욱 이사는 “인천경제청은 국제 공모를 해놓고도 그 내용을 따르지 않는 주먹구구 행정을 폈다”며 “지난달 말에야 업무시설을 확보하라고 요구하는 바람에 컨소시엄 구성원과 의논할 시간도 없이 7일 협상이 결렬됐다”고 절차상 문제와 인천경제청 책임을 지적했다.

송도 6·8공구 문제를 조사하기 위한 인천시의회 ‘6·8공구 개발이익 환수 조사특별위원회’(위원장 유제홍 시의원)는 외부(업체)에서 공직자에게 압력을 행사했는지와 공직자가 민간 사업자에게 도움을 줬는지, 3.3m²당 550만 원인 6·8공구 땅을 송도랜드마크시티에 300만 원에 넘긴 배경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한국 랜드마크#송도국제도시#송도 6·8공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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