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 수도권 ‘바닷모래 파동’ 현실화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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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업도 바닷모래 채취 8월 중단, EEZ서 생산된 물량 1개월 뒤 소진
불량 골재로 부실 레미콘 생산 우려

4일 인천 중구 항동 남항의 바닷모래 업체 야적장이 텅 비었다. 수개월째 바닷모래 채취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이런 야적장 풍경이 일상이 됐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4일 인천 중구 항동 남항의 바닷모래 업체 야적장이 텅 비었다. 수개월째 바닷모래 채취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이런 야적장 풍경이 일상이 됐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1일 인천 중구 항동 남항 모래전용부두. 서해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바닷모래를 싣고 온 바지선이 접안하자 모래를 싣고 가려는 대형 덤프트럭들이 줄지어 다가섰다. 3시간을 기다려 겨우 모래를 실었다는 운전사 이모 씨(47)는 “옹진군 굴업도 해상의 바닷모래 채취가 지난달 말 중단되면서 바닷모래가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며 “레미콘 회사들도 바닷모래 확보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바닷모래 수급에 지장이 생기면서 수개월 전부터 남항 일대 바닷모래 9개 채취업체 야적장에서는 바닷모래를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서울 경기 인천의 레미콘 회사와 건설현장에 필요한 바닷모래는 월 100만 m³ 정도다. 그러나 지난달 말 정부가 허가한 옹진군 굴업도 해상 바닷모래 채취 물량이 소진되면서 수도권 바닷모래 수급이 차질을 빚고 있다. 현재 인천 앞바다에서는 EEZ에서 바닷모래가 나오지만 생산량은 월 20만 m³에 그친다. 더욱이 이 물량도 약 1개월 뒤면 다 없어져 ‘바닷모래 파동’이 우려된다.

바닷모래 공급은 환경 보전과 부딪칠 수밖에 없다. 해양수산부는 어족자원 고갈을 비롯한 바다환경 파괴의 ‘주범’으로 무분별한 바닷모래 채취를 꼽고 있다. 채취업체에 이전보다 까다로운 해상 안전 및 보전 대책을 요구한다.

반면 채취업체들은 ‘환경파괴 주범’ 취급을 받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한국바다골재협의회는 “골재 채취구역은 한국 바다 면적의 0.04%에 불과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고 주장한다. 또 바닷모래 채취를 위해서는 사전영향평가 1년, 협의 및 평가 1년을 비롯해 바닷모래 채취 중 계절별로 5년간 평가를 받아야 한다. 인허가 절차가 까다롭다는 얘기다. 채취 후에는 사후영향평가를 3년간 받는다. 사업자는 생태계보전협력금, 단지관리비, 공유수면사용료를 부담한다. 이 돈은 해양생태계 및 어족자원 복원, 어민지원사업 등에 쓰인다.

한국바다골재협의회는 굴업도 해상 바닷모래 채취 허가가 종료됨에 따라 2018∼2022년 선갑도 인근 해역의 바닷모래 4500만 m³를 채취하기 위해 해역이용협의서를 해수부에 제출했다. 하지만 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건축업계는 바닷모래 수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건축 및 구조물 골조공사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더욱이 추석 연휴가 지나면 인천 앞바다 바닷모래 채취가 중단된다. 경인지역 A레미콘 관계자는 “마사토 등 불법, 불량 모래 등으로 레미콘을 생산하는 업체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불량 레미콘은 아파트를 비롯한 각종 건축물 및 사회간접자본의 부실과 하자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고 우려했다.

한국바다골재협의회 고성일 부회장은 “바닷모래 채취를 위해 이해관계자 및 어민 보상, 해상교통안전진단, 문화재지표조사, 해양생태계 복원대책 수립 등의 절차를 모두 거쳐야 한다”며 “환경단체나 수협, 언론에서 주장하는 무분별한 바닷모래 채취는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불량 골재로 만든 레미콘은 품질대란을 일으킬 수 있고 피해는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가는 만큼 정부가 전향적인 태도로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호소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바닷모래 채취 논란과 관련해 “국무조정실이 중심이 돼 국토교통부와 해수부가 협의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부처 간 견해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바닷모래 파동#바닷모래 채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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